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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62)] 도마뱀이 숨 쉬는 방

[책을 읽읍시다 (1062)] 도마뱀이 숨 쉬는 방

탁명주 저 | 강 | 280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탁명주의 첫 소설집『도마뱀이 숨 쉬는 방』. 완미하고 튼실한 단편의 미학을 성취하고 있는 탁명주 작가는 신인답지 않은 원숙미마저 드러낸다.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만큼만 절제하는 가운데 잘 보이지 않는 세계의 이면을 예리하고 풍성하게 포착하는 이 소설집은 모두 소외된 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전선을 다루는 듯싶으면서도, 그들 내부에 도사린 또 하나의 '균열된 인격'을 다루는 것은 현실의 모순을 반영하는 서사의 균열을 보여준다.

 

「부업」「소독」「전염」이 모두 소외된 자들의 고통스러운 삶의 전선을 다루는 듯싶으면서도, 그들 내부에 도사린 또 하나의 ‘균열된 인격’을 다루는 것은 현실의 모순을 반영하는 서사의 균열이라는 맥락에서 살필 수 있다. 이들 소설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자신이 소외된 자들이라고 외치면서도, 결국에는 자신이 타인을 소외하는 주체이기도 하다는 사실을 끊임없이 환기시킨다.

 

표제작 「도마뱀이 숨 쉬는 방」은 필리핀 한인 사회에서 벌어진 사기 사건을 다룬다. 방구석에 붙어 있는 도마뱀은 아무리 보아도 이물스럽다. 도마뱀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기다리다가 먹잇감이 나타나면 재빠르게 혓바닥을 뻗어 먹어치우는데, 그 흉측스러운 모습을 받아들이기에는 꽤 많은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아이의 교육이나 사업을 위해 필리핀을 선택한 한인들이 있다. 이들을 기다리는 것은 방구석에 조용히 붙어 있는 도마뱀, 그리고 느려터진, 아무래도 근대 도시의 문법에 익숙하지 않은 현지인들이다. 그러나 더 무서운 존재가 있으니 한인 사회 내부에 들어앉은 도마뱀 같은 사기꾼 족속들이다. 주인공이 부업으로 재봉틀을 돌려 마련한 비자금 칠천만 원을 송두리째 사기쳐 훔쳐간 ‘최사장’이야말로 도처에 숨어 있는 도마뱀인 것이다.

 

탁명주의 소설은 서술되는 시간의 폭이 매우 짧다. 예컨대 남편의 사업이 기울어 아내가 부업 전선에 나간다는 상황이 소설의 출발점이라면, 소설의 결말은 부업 전선에서 고투하는 아내의 모습에서 끝난다. 이들 인물을 움직이는 과거의 역사나 기억도 없고, 더군다나 미래에 대한 예측이나 희망 따위도 없다. 그저 생활 전선에서 고투하는 현재적 상황만 지속되는 것이다. 이러한 지독한 리얼리즘에는 아예 ‘지독한 현세주의’라는 이름을 붙이고 싶을 정도이다.

 

 

작가 탁명주 소개

 

서울에서 출생하여 경기도 여주에서 성장기를 보냈다. 한국방송통신대학교에서 국어국문학을 전공한 후, 인하대학교 대학원 한국학과 석사 과정을 졸업하고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 창작전문과정을 수료했다. 2004년 국제신문 신춘문예에 단편소설「부업」이 당선되어 활동을 시작했고, 2015년「컨테이너」로 아르코창작기금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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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