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66)]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책을 읽읍시다 (1066)]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루스 오제키 저 | 민은영 역 | 엘리 | 584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시간의 흐름 속에 ‘마법’처럼 연결되어 있는 사람과 사람에 관한 이야기를 담은 루스 오제키의 장편소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2013년 맨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작품으로 도쿄의 10대 소녀 나오와 104세 비구니 할머니 지코, 캐나다의 소설가 루스, 그리고 죽고 싶어하는 하루키 2번과 이미 죽고 없는 하루키 1번을 주인공으로 시간과 존재에 대해 탐색하는 뭉클하면서도 단단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캐나다의 작은 섬에 살고 있는 저자와 동명의 소설가 루스. 더 이상 글을 쓸 수 없을 것 같은 절망적인 감정에 사로잡혀 있던 어느 날, 그녀는 해변에 밀려온 도시락 통 하나를 발견한다. 어쩌면 쓰나미 때문에 그곳에 당도했을 그 도시락 통 안에는 일본어로 쓰인 일기와 프랑스어로 쓰인 한 묶음의 편지, 그리고 낡은 손목시계가 들어 있다. 그리고 마치 마법처럼, 그것들은 누군가의 비극적인 삶을 서서히 드러내 보인다.

 

오직 자살만이 인생의 탈출구라고 믿는 도쿄의 불행한 십대 소녀 나오. 나오의 일기를 읽어나가는 동안 루스는 나오를 돕고 싶다는 절박한 감정에 휩싸인다. 일기 속에서 들려오는 듯한 나오의 생생한 목소리에 매료되어버린 루스는 나오에 대한 걱정과 호기심을 떨칠 수 없다. 나오는 자살했을까? 몇 해 전 일본을 덮친 쓰나미의 희생양이 되고 말았을까? 루스는 절박한 심정으로 나오의 행방을 추적하기 시작하는데….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는 현재인 루스의 챕터와 과거인 나오의 챕터가 병렬 배치되어 있는데, 두 명의 화자가 번갈아가면서 진행하는 이야기는 나오의 실존 여부에 대한 궁금증과 루스가 나오에 대해 무엇을 알아내게 될까 하는 미스터리가 더해지면서 흡인력 있게 펼쳐진다. 특히 십대 소녀 나오의 문체가 매우 경쾌하고 사랑스럽다.

 

나오의 일기장은 남들의 눈에는 마르셀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처럼 보인다. 그러나 책 속에 담긴 것은 프루스트의 소설이 아니라 나오의 잃어버린 시간에 대한 고백이다. 우리는 나오의 일기를, 즉 소설을 읽는 동안, 우리 자신을 읽는다. 책은 우리가 눈 감고 있었던 어떤 것들을 볼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우리는 믿게 된다. 인간의 시간은 시계가 아니라는 것을. 현재는 과거를 도울 수 있고, 산 자는 죽은 자를 도울 수 있으며, 미래는 회복될 수 있다는 것을. 거기에 살아감의 희망이 있다는 것을.

 

소설은 나오의 일기를 통해 실직이나 따돌림, 9.11 같은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104세 비구니와 10대 나오의 대화를 통해서는 시간과 삶의 의미에 대해 이야기하고, 그것을 읽어나가는 루스를 통해서는 글을 읽는 사람과 글을 쓰는 사람의 관계에 대해 이야기한다. 무자비한 환경 속에서도 선한 마음을 잃지 않는 나오, 양심과 자본주의 사이에서 갈등하다 사회로부터 아웃된 나오의 아버지 하루키 2번, 전쟁의 포화 속에 내던져진 어린 병사 하루키 1번, 아나키스트이자 페미니스트이자 하루키 1번의 당당한 어머니였던 비구니 지코. 이들의 삶이 정글까마귀와 고양이 ‘슈뢰딩거’, 그리고 무엇보다 나오를 구하고 싶은 루스의 마음과 결합하는 순간, 소설은 다층적으로 변화하며 결말을 향해 나아간다.

 

 

작가 루스 오제키 소개

 

소설 구성력과 문장력,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묘사력,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을 두루 갖춘 걸출한 작가. 평단과 독자의 열렬한 관심 속에 10년 만에 내놓은 세 번째 장편소설. 맨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르며 전 세계 30여 개국에 번역 출간되다.

 

루스 오제키는 1956년 미국 코네티컷 주에서 미국인 아버지와 일본인 어머니 사이에서 태어났다. 스미스 칼리지에서 영문학을 공부했고, 문부성 장학생으로 일본에 건너가 나라대학에서 일본 고전문학을 공부했다. 일본에 머무는 동안 교토의 바에서 일을 하는가 하면 어학원을 열어 일본의 젊은이들과 교감하기도 했다. 이것은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에서 도쿄의 중학생 나오에 대한 묘사가 더할 나위 없이 생생할 수 있었던 이유이기도 하다.

 

귀국 후 뉴욕에서 독립 영화의 아트 디렉터로 경력을 쌓다가 다큐멘터리 영화를 만들기 시작했다. 첫 번째 영화인 ‘Body of Correspondence’(1994)로 샌프란시스코 영화제에서 ‘뉴 비전 어워드’를 수상했고, 두 번째 작품인 ‘Halving the Bones(1995)’는 선댄스 영화제와 몬트리올 국제영화제를 비롯한 많은 영화제에 초청되었다. 뉴욕현대미술관인 MoMA에서 상영되기도 했다.

 

루스 오제키의 활동 영역은 이후 소설 창작으로 확대되었다. 첫 번째 장편소설인 『My Year of Meats(1998)』는 육가공 및 미디어 산업에 대한 신랄하면서도 유머 넘치는 풍자이자, 제인과 아키코라는 서로 다른 대륙의 두 여성이 텔레비전 요리 쇼를 통해 관계를 맺어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이 작품은 뉴욕 타임스 ‘주목할 만한 소설’에 선정되어 전 세계 14개국에 번역 출간되었다.

 

첫 번째 소설을 통해 대형 신인으로 주목받은 루스 오제키는 이후 두 번째 장편소설 『All Over Creation』(2003)을 발표해 또 한 번 평단과 독자들의 주목을 받는다. 아이다호를 배경으로 한 농부 가족과 환경 운동 단체의 이야기를 다룬 이 작품에 대해 뉴욕 타임스 북 리뷰는 “정교하다. 터무니없는 절망도 터무니없는 희망도 없다”라고 평했으며, 로스앤젤레스 타임스는 루스 오제키를 일컬어 “천부적인 이야기꾼”이라 상찬했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는 루스 오제키가 그 후 10년 만에 발표한 세 번째 장편소설로, 이 작품은 2013년 맨 부커상 최종후보에 올랐다.

 

맨 부커상 최종후보에 오른 수작이자 우리나라에 처음 소개되는 작가 루스 오제키의 장편소설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에는 저자의 독특한 이력이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루스 오제키는 소설 구성력과 문장력, 다큐멘터리 영화를 보는 듯한 현실적인 묘사력, 그리고 인간과 세계를 바라보는 따뜻하고 유머러스한 시선을 두루 갖춘 걸출한 작가이다.

 

현재 스미스칼리지 문예창작과 교수로 캐나다와 미국을 오가며 살고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종합지 -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