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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67)] 컨페스

[책을 읽읍시다 (1067)] 컨페스

콜린 후버 저 | 심연희 역 | 북폴리오 | 424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콜린 후버의 웰메이드 로맨스 『컨페스』. 첫 만남으로 일생일대의 사랑임을 알아채지만 각자의 가족을 지키고 보호하기 위해 서로를 떠나 보내려는 두 남녀의 애틋한 사랑이야기를 그렸다. 사람들의 고백을 소재로 그림을 그리는 남자 주인공 오언이 정작 여자 주인공 오번에게 전하지 못하는 고백을 안고 있다는 독특한 설정, 그리고 같은 상황 속 남녀의 이야기를 교차로 서술한 구성이 몰입감을 더한다. 내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사랑이 아닌, 상대가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는 이타적인 사랑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도 생각하게 한다.

 

컨페스(confess), 즉 고백은 소설 제목으로 환영받는 단어다. 마음에 숨긴 것을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은 언제나 호기심을 자극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숨기게 되는 이유는 뭘까. 뭔가를 지키기 위해서다. 나 자신의 명예나 이익일 수도 있고 목숨일 수도 있다. 또는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서일 때도 있다. 이 소설은 내가 아닌 누군가를 위하고 지키기 위해 자신의 욕망과 감정도 희생하는 연인을 그린다. 알다시피 그럴수록 사랑은 깊고 강렬해진다.

 

남자 주인공 오언은 갤러리를 가지고 있는 젊은 화가다. 갤러리 이름도 ‘컨페스’다. 익명의 누군가가 건네는 ‘고백’을 모으고, 그것에 영감을 받아 그림을 그리는 독특한 작업을 하기 때문이다. 그는 외적으로 근사한 남자지만 어딘가 고장이 난 채 살고 있다. 가족들과 교류가 별로 없고 연인과도 오래가지 못한다. 실은 그에게 아픈 사연이 있다. 몇 년 전 어머니와 형이 교통사고로 사망했다. 비극적이게도 그때 핸들을 잡고 있던 건 자신이었다. 아버지는 간신히 깨어나 현재 변호사로 무사하게 살고 있는 듯하지만 사생활은 엉망이다. 그날의 사고는 가족을 해체시켜 버리고 오언을 외톨이로 만들었다.

 

그런 그에게 어느 날 오번이 찾아온다. 오번 역시 외톨이라는 건 다를 바 없다. 어린 나이에 소중했던 첫사랑을 잃고 그 슬픔이 채 가시기도 전에 그의 아이를 가졌음을 알게 되었다. 아직 미성년자였지만 부모는 그를 지원해줄 형편이 못되었고 그러는 사이 첫사랑의 어머니가 양육권을 가져갔다. 이제 성년이 되어 양육권을 되찾고 싶지만 그 길이 쉽진 않다. 그 와중에 오번에게 남다른 감정이 있었던 첫사랑의 형은 자신과 사귀는 게 아이를 찾는데 도움이 될 거라고 꼬드긴다. 여하튼 무엇보다 변호사 선임 비용이 필요했던 오번은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오언의 갤러리로 들어섰던 것이다.

 

“그녀가 여기 있다. 바로 여기, 내 스튜디오에 서서 내 작품을 응시하고 있다. 그녀를 다시 보게 될 거라고는 생각도 해본 적이 없었다.”

 

오언은 오번을 만나자 이렇게 생각한다. 오언은 오번을 알고 있다. 그리고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것도 직감한다. 하지만 그는 자신이 그녀를 알고 있다는 사실을 숨긴다.

 

그들은 단번에 서로에게 매료되고 다음 날 다시 데이트하기로 하지만 키스를 미룬 게 안타깝게도 그 약속은 깨어지고 만다. 그날 늦은 밤 오언은 체포되었다. 마약소지혐의로.

 

오언은 어떤 이유에서 그녀를 아는 걸까, 그리고 왜 숨기는 걸까, 그는 마약중독자에 거짓말쟁이에 불과한 나쁜 남자인 걸까. 이야기 초반부터 숱한 궁금증이 쌓인다.

 

이렇게 시작된 이야기는 그들의 약점을 간악하게 이용하는 오번의 시월드(법적 관계는 아니지만), 특히 시아주버니의 방해 공작으로 갈등이 고조된다. 오번은 아들을 되찾고 싶다는 간절함 때문에 오언을 지우겠다고 마음먹고, 오언은 그런 그녀를 위해 물러서겠다고 하지만 오번은 번번이 그의 갤러리 앞을 서성이고 오언 역시 곧잘 한달음에 그녀의 집 앞으로 향한다.

 

여기서 오언과 오번의 시점이 번갈아 진행되는 교차 서술은 너무도 적절하다. 여성 독자가 태반일 이 소설에서 오번의 관점은 여러 모로 감정이입하기 좋다. 연애에 다소 서툴고, 혼자 모든 것을 헤쳐 나가야 하고 사회 초년생이기에 외부에 쉽게 휘둘리는 점, 아들과 함께 살고 싶은 애절한 모정 등. 그리고 같은 상황을 두고 연이어 따르는 오언의 시점, 사실은 그녀를 사랑하는 마음에서 한 행동들에 대한 속내가 드러나면 그 상황이 더 로맨틱해지고, 더 애달파지는 것이다.

 

내 욕심과 욕망을 채우기 위한 것이 아닌, 오직 상대를 위한 사랑. 상대가 행복해지기만을 바라는 이타적인 마음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를 생각하게 한다. 이 시린 겨울, 마음에 난로 같은 따뜻하고, 따뜻한 사랑 이야기다.

 

 

작가 콜린 후버 소개

 

“미국과 유럽을 사로잡은 마약 작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저자. 아마존에서 자비출판으로 낸 책 『Slammed(국내 출간 명: 내가 너의 시를 노래할게)』가 크게 히트 치며 이례적으로 그해 아마존 ‘이달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그 후 발간하는 책마다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에 랭크되고 프랑스, 독일, 이탈리아 등 유럽 권에 수출되며 미국에서 유럽까지 지지를 얻고 있다. 특히 남녀 간의 로맨스를 절묘하게 그려내기로 유명해, “사탕처럼 달콤해서 계속 음미하고 싶은 문장” “이해할 수 없는 설정도 이해하게 만드는 필력” “설레게 했다가 가슴 아프게 했다가 마음을 들었다 놨다하는 작가” 라는 평을 들으며 로맨스 독자들에게 ‘마약 작가’라는 별명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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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