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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7)] 은닉


은닉

저자
배명훈 지음
출판사
북하우스 | 2012-06-25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숨길 수 없는 취향, 그리고 그것을 감추려는 은닉!마음의 공식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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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07)] 은닉

배명훈 저 | 북하우스 | 302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1년 차 킬러에게 주어지는 1년의 휴가. 이 휴가가 끝나면 그는 계속 킬러로 남을지, 영원히 사라질지 선택해야 한다. 아직 7개월이나 남은 휴가 중 킬러에게 갑자기 찾아 든 검은 조직의 지령. 그저 연극 한 편을 보고 소감을 말해주면 된다지만, 조직은 피가 튀기지 않는 지령을 내린 적이 없다. 그리고 연극 무대 위에서 킬러가 본 건 너무나 정교하고 아름답게 시체를 연기하는 은경이. “그녀를 보았다”는 것은 곧 그녀가 제거된다는 의미다. 그렇게 휴가가 끝났다.

 

숙청된 권력자의 딸, 김은경. 겨울을 빚어 만든 나라 체코의 차가운 무대 위에서 죽음을 연기하는 그녀는 당장에라도 꺼뜨려 버릴 수 있는 가느다란 빛. 킬러는 그 빛을 지키기 위해, 연방의 검은 그림자로부터 그녀를 숨기기 위해 봉인했던 단검을 꺼낸다.

 

“문제는 취향이야. 그건 절대 숨길 수 없거든.”

 

누군가가 클릭하고 검색했던 수많은 취향들이 정보망 위에 자취를 남긴다. 단지 취향을 정교하게 비교하는 것만으로 타인의 마음까지 들여다볼 수 있는 세상. 표적 하나하나를 노리고 감시하는 게 아니라 인간사회 전체를 통째로 감시하는 정보망에 갇혀버린 킬러의 취향. 도저히 감출 수 없게 된 영혼의 흔적은 위태로운 존재의 징후를 적에게 노출시킨다.

 

숨길 수 없다면 존재하는 것인지 아닌지조차 알 수 없도록 폭발적으로 드러내라. 수백 개의 가짜 취향을 남기는 디코이와 오직 진짜 취향만을 걸러내는 디코이 저격수의 두뇌 싸움과 숨 막히는 추격전이 펼쳐진다.

 

표적이 된 첫사랑을 구하기 위해 목숨을 건 킬러, 베일에 싸인 비밀 무기, 사라진 핵잠수함과 연방이 제작하고 있는 악마, 무섭게 빠져드는 배명훈의 서사는 영화보다 더 스펙터클하다.

 

상상력의 경계를 무너뜨린 작가 배명훈이 본격적으로 삶과 죽음의 경계에 서서 지독하게 매혹적인 이야기를 꺼내놓았다. 그 동안 『타워』와 『신의 궤도』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과 존재에 대한 고민을 풀어놓았다면 이번엔 삶과 죽음의 경계에 놓인 세 명의 주인공을 통해 마음의 공식에 대한 색다른 이야기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여기저기에 선택의 흔적을 남긴다. 클릭했던 광고와 검색했던 단어만 정교하게 비교해도 비슷한 취향의 사람들을 분류하고 결국 다음에 어떤 영화를 볼 것인지, 어디로 휴가를 갈 것인지도 알 수 있다. 누구도 취향을 숨길 수는 없다. 취향의 궤적은 무엇을 좋아하는지, 마음이 움직이는 방향까지 알려준다. 행동만 예측하는 것이 아니라 존재를 파악할 수 있다.

 

그렇다면 감출 수 있는 방법은 전혀 없을까? 감출 수 없다면 오히려 최선을 다해 드러내라. 폭발하듯 늘어나는 수백 개의 가짜 나. 이것이 바로 디코이다. 진짜와 거의 비슷하지만 촘촘하게 다른 취향을 가진 디코이들은 데이터베이스에 공개된 진짜나의 취향을 은닉하는 신개념 위장술이다. 그렇다면 당신의 디코이는 어떨까? 이 소설을 평가하는 진짜 당신과 당신의 디코이의 취향을 비교해 보라.

 

 

작가 배명훈 소개

 

1978년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외교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에서 석사 학위를 받았다. 2004년 ‘대학문학상’을 받았고 2005년 「스마트D」로 '과학기술창작문예 단편 부문'에 당선되면서 본격적으로 소설을 쓰기 시작했다. 환상문학웹진 『거울』을 통해 꾸준히 작품을 발표해왔으며, 3인 공동 창작집 『누군가를 만났어』를 비롯해 『판타스틱』 등에 단편을 수록한 바 있다.

 

대한민국의 젊은 작가들 가운데 가장 행보가 주목되는 작가로서, 연작소설 『타워』는 그의 첫 소설집이다. 2010년에는『안녕, 인공존재!』를 펴냈다. 이를 통해 유쾌하고 젊은 이야기꾼 배명훈이라는 존재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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