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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08)] 광해, 왕이 된 남자



광해 왕이 된 남자

저자
이주호 지음
출판사
걷는나무 | 2012-09-08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백성을 섬기는 진짜 왕을 만나다!이병헌, 한효주, 류승룡 주연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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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08)] 광해, 왕이 된 남자

이주호·황조윤 공저 | 걷는나무 | 275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은 광해가 의식을 잃은 사이 광해와 똑같이 생긴 천민 하선이 대신 왕 노릇을 하면서 목격하게 되는 조선 정치판의 비열함을 적나라하게 보여 준다. 독살의 두려움 속에서 왕권을 강화하려는 임금 광해와 그를 지키려는 도승지 허균, 광해의 대역 하선, 왕의 여인이라는 이유로 가족을 잃어야 했던 중전을 중심으로 그들을 둘러싼 정치적 암투를 긴장감 있게 펼쳐 놓는다. 그리고 백성의 삶을 자신의 삶처럼 돌보는 천민 하선과 제 이익 불리기에 바쁜 조선 세도가들의 대립을 통해 진정 우리에게 필요한 왕, 이 나라가 꿈꿔 온 왕의 모습을 보여 준다.

 

영화와 함께 기획된 이 책은 영화와 다른 충격적 반전과 개성 넘치는 캐릭터들로 재탄생한 역사소설이다. 러닝타임 동안 다 보여 줄 수 없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역사 기록에 근거해 풍부한 에피소드로 구성했다. 이를 바탕으로 광해, 하선, 허균뿐만 아니라 대립각을 세우고 있는 인물들의 행동과 내면 변화까지 섬세하게 그려냈다.

 

광해군은 폭군이었다. 어좌에 오르자마자 형 임해군과 이복동생 영창대군의 사사를 묵인했고 그저 풍문일 뿐이었던 고변에도 예민하게 반응하며 수년간 조정을 피로 물들게 했다. 역모에 유난히 민감했고 왕권을 강화하기 위해 집착했다. 신료들은 광해군의 이런 성향을 정적을 제거하는 데 이용했다. 그로 인해 당파 싸움은 끊이지 않았고 올곧은 선비들이 억울하게 희생되기도 했다. 전쟁으로 피폐해진 백성들의 삶이 더욱 곤궁해졌음은 말할 것도 없다.

 

그러나 그것이 광해군의 전부는 아니다. 광해는 임진왜란이 발발하자마자 피난 계획을 세운 선조를 대신해 분조를 이끌고 전장을 누빈 영웅이었다. 그는 굶어 죽어가는 백성들에게 군량미를 나누어 주고 의병을 모집했으며 장군들을 독려했다. 보위에 오른 뒤에는 대동법 시행을 강력하게 추진했다. 땅을 가진 만큼 조세를 부과하는 대동법은 농사꾼에게 전복을 바치라 하고 부자와 가난한 사람에게 똑같은 세금을 부과하는 이치와 형평에 맞지 않는 조세 제도를 없앨 수 있는 방법이었다. 조정 신료들의 반발로 오래 시행되지는 못했지만 이것은 분명 백성을 위한 정책이었다.

 

또한 광해는 ‘사대의 예’만을 따지며 명에 순종하는 것에 반대한 유일한 왕이었다. 국운이 쇠퇴해가는 명과 새로운 강국으로 떠오른 후금 사이에서 무의미한 희생을 줄이고 조선의 이익을 생각한 단 하나의 왕이었던 것이다. 광해는 마치 전혀 다른 두 사람처럼 폭군과 성군 사이를 오갔다. 하지만 현재 우리에게 기억된 광해군은 비정한 폭군의 모습뿐이다. 광해군 이후 인조 집권 시기의 사학자들은 광해군의 치적을 기록하는 것에 인색했다. 치적은 깎아내리고 실정은 빠짐없이 적었다.

 

『승정원일기』에서 사라져 버린 광해군 8년, 15일간의 기록

광해가 감추려 했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조선왕조실록』광해군 8년, 1616년 2월28일 기록에는 이런 말이 남아 있다.

“숨겨야 할 일들은 조보(朝報)에 내지 말라.”

 

『광해, 왕이 된 남자』는 ‘왕이 숨기고자 한 것은 무엇이었을까?’하는 호기심에서 시작해 과감한 상상력으로 사라진 보름 동안의 행적을 재구성한 팩션이다.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당쟁으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해 왕 노릇을 할 인물을 찾으라고 지시한다.

 

신분의 귀천에 상관없이 재주가 있는 사람이라면 집에 머물게 하고 기꺼이 친구가 되었던 괴짜 사대부 허균은 자신의 집에 머물고 있는 문객을 통해 왕과 똑같이 생긴 ‘하선’을 찾아낸다.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서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은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가 광해가 자리를 비운 하룻밤 동안 가슴 졸이는 가짜 왕 노릇을 하게 된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가 독으로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고, 허균은 하선에게 보름 간 광해를 대신해 진짜 왕이 될 것을 명한다. 저잣거리의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 천민 하선은 허균의 지시 하에 말투부터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말해서도 들켜서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 왕 노릇을 시작하게 된다.

 

그러나 하선의 눈에 조정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 너무도 많았다. 조정의 신료들은 백성이 굶어 죽거나 말거나 명에 금은보화를 상납하고 몇 만의 병사쯤은 명을 위해 희생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임금에게 직언을 했다는 죄로 참형시키고 유일하게 백성을 위하는 대동법은 신분제의 근간을 흔든다며 반대했다.

 

혼란스러워하는 하선에게 허균은 말한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문제가 아니다. 그저 정치일 뿐이다. 그러니 시키는 대로만 하면 된다”라고. 그러나 저보다 못한 사람을 가엽게 여길 줄 알고 제 이익을 위해 남을 희생시켜 본 적 없는 하선은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을 위해 점점 제 목소리를 내며 진짜 왕이 되어간다.

 

이 책은 제 잇속 챙기기에 바쁜 집권층의 권력 다툼으로 인해 국민의 삶이 희생되는 오래된 악순환의 고리를 끊어야 함을 다시 한 번 일깨운다. 그리고 중국의 동북공정, 일본의 독도 도발이 심상치 않은 지금, 내정과 외교에 모두 탁월한 제2의 광해군은 어디에 있는가 하는 질문을 던진다.

 

 

작가 이주호 소개

 

『왕의 밀실』1, 2, 『3일』1, 2 출간. 명지대 문예창작과 졸업. 최근 『3일』의 시나리오 작업을 끝마쳤음. 각 작품 모두 역사 팩션으로 흥행하며 3만 부 이상 판매됐고, 역사, 추리가 결합된 뛰어난 작품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첫 번째 장편소설 『왕의 밀실』을 발표하여 ‘놀라운 한국적 팩션’, ‘매력적인 역사소설’이라는 극찬과 함께 새로운 대중 작가의 등장을 알렸다. 그리고 두 번째 소설 『사도세자 암살 미스터리 3일』을 선보인다. 현명하고 냉철하며, 영조와 달리 부성애가 깊은 새로운 사도세자를 구현해낸 『사도세자 암살 미스터리 3일』은 노론과의 싸움에서 당당히 자신만의 지략을 펼치는 사도세자의 활약을 보여준다. 현재『경국대전』에 얽힌 미스터리를 소재로 한 작품을 준비중이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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