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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05)]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책을 읽읍시다 (1105)]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이수경 저 | 강 | 292쪽 | 14,000원




[시 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수경 소설집『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 등단 18년 만에 내어놓는 첫 소설집이다. 소설집에 실린 여덟 편의 소설 중 등단작인 「가위바위보」를 비롯한 여섯 편은 등단 초기에 발표한 작품이고, 「작고 마른 인생」과 표제작인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최근에 발표한 작품이다. 작품들 사이에 긴 공백기가 있었던 이유는 작가의 건강 문제 때문이다. 하지만 작가는 자신의 고유한 문제의식을 놓치지 않고 도리어 거기에 새로운 인생의 무게를 얹어 그 사이를 연결하고 있다. 투병 이전의 작품들에 ‘컴퓨터 통신’ 같은 어휘가 나오는데 “그때 글은 당시의 배경 속에서 읽혀야 할 것 같아서” 수정하지 않고 그냥 두었다.


이 수경 소설의 주인공들은 대부분 씻을 수 없는 마음의 상처를 경험하고 그것을 트라우마로 간직하고 있다. 작가에 따르면 마음의 상처는 치유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이미 자신의 삶의 일부가 되었기에 버릴 수도 없고, 극복할 수도 없다. 하지만 그들은 상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관조하기 위해 노력한다. 여기서 이수경 소설의 특징 중 하나인 ‘내러티브의 전환’이 발생한다. 인생에 대한 부정적이고, 소극적이며, 과거 지향적인 내러티브가 긍정적이고, 적극적이며, 미래 지향적인 내러티브로 바뀌는 극적인 순간이다. 이수경의 주인공들은 상처를 절대화하지 않고 상대화하며 인생의 무늬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또 한 이수경의 작품에는 주제와 관련된 사변적 요소들이 빠짐없이 등장한다. 작가는 섬세하고 치밀하게 사변적 요소를 예술적 요소로 전환한다. 작가의 튼실한 문체와 신선한 이미지 묘사, 그리고 형식에의 탁월한 감각은 작품의 주제를 새로운 차원으로 한껏 끌어올리는 데 기여한다. 그 때문에 독자들은 이수경 작품의 풍미를 더 깊고 진하게 느낄 수 있다.


표 제작 「어머니를 떠나기에 좋은 나이」는 어머니에 대한 트라우마가 있는 주인공의 홀로서기를 다루고 있다. 이 작품의 형식은 소설집의 첫 작품 「가위바위보」처럼 매우 독특하다. 주인공의 자아 찾기에 걸맞게 소설의 형식은 나를 찾아가는 과정으로 구성되어 있기 때문이다. 작품은 모두 네 개의 장으로 이루어져 있다. 나→‘나’→“나”→나. 하지만 처음의 나와 마지막 나는 다르다. 마지막의 나는 어머니를 극복한 나다. 그리고 중간의 나(‘나’와 “나”)는 처음의 나로부터 벗어나고 있는 혹은 기존의 삶으로부터 일탈하는 나라고 할 수 있다. 소설의 주요 사건은 주인공과 마이클의 관계지만 사실 작가가 공들이고 있는 부분은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나는 과정에서 주인공이 겪는 심리적 상태이다.


이 수경은 주인공의 처절한 심정을 탁월하게 표현하고 있다. 여기서 작가는 러브리스 모성과 섹스리스 사랑의 운명적 조우를 조롱하고 있다. 그녀의 일탈은 결국 무위로 끝나지만, 그녀는 이런 계기를 통해 자신이 어머니의 굴레에서 벗어났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작가 이수경 소개


대 구에서 태어나 이화여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원 여성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몇몇 대학에서 강사 생활을 했다. 1998년 ‘한국일보’ 신춘문예에 단편소설 「가위바위보」가 당선되며 등단했다. 건강 문제로 공백기를 거쳐 2014년부터 다시 작품을 발표하기 시작했고, 산문집 『낯선 것들과 마주하기』(2015)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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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