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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110)] 난쟁이 백작 주주

[책을 읽읍시다 (1110)] 난쟁이 백작 주주

에브 드 카스트로 저 | 정장진 역 | 열린책들 | 480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에브 드 카스트로 장편소설『난쟁이 백작 주주』. 이 작품은 카스트로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가 생전에 집필한 회고록에서 영감을 받아 쓰게 된 소설로서, 작지만 위대했던 한 인간의 삶의 궤적을 강렬하고도 섬세한 필치로 그려 내고 있다. 왕정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 산업 혁명 초기로 이어지는 시대까지, 당시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들이 소설 곳곳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5세와 16세를 비롯한 당대의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 다수 등장하는 등, 읽는 재미와 함께 폭넓은 역사적 지식까지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폴란드의 귀족 가문에서 태어났지만, 가문의 몰락과 평범하지 않은 신체 조건으로 인해 그의 생애는 여러 가지 파란만장한 굴곡들의 연속이었다. 그의 아버지 안톤 보루브와스키 백작은 방탕한 생활 끝에 전 재산을 탕진한 후 자살을 선택하고, 생활고에 쫓기던 그의 어머니는 그를 다른 귀족 집에 맡겨 버린다. 이후 그는 그를 맡아 키우게 된 귀부인이 지어 준 새 이름인 ‘주주’라는 별명으로 불리면서, 살롱의 수많은 손님들을 상대하며 귀족들의 광대 역할을 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주주’라는 이름은 프랑스어 ‘주에’에서 온 말로서 주로 어린아이들이 ‘장난감’을 지칭할 때 사용하는 단어이다.


이 소설은 유제프 보루브와스키가 생전에 출간하여 여러 번 증보판을 내기도 했던 그의 자서전 『폴란드의 귀족, 저명한 난쟁이 유제프 보루브와스키의 회고록』(1788)에서 영감을 받아 쓰인 작품이다. 출간 당시 큰 호응을 받았던 이 회고록은 그의 사후 오랫동안 잊혀 있다가 170여 년이 지난 2008년에 발굴되어 재출간되면서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끌었다. 카스트로는 훌륭한 이야기꾼의 재능을 십분 발휘하여 유제프의 회고록 속에 담긴 그의 삶의 궤적들을 섬세한 필치로 복원해 내며, 역사 속에 묻혀 있던 그의 매혹적인 생애를 독자들 앞에 생생하게 펼쳐 보인다.


‘주주’, 즉 유제프는 당시 귀족들의 살롱 문화에서 절정의 인기를 누렸던 스타였다. 오늘날로 치자면 연예인이나 아이돌 같은 존재였다고도 말할 수 있을 것이다. 작지만 완벽하게 균형 잡힌 몸매, 아름다운 금발, 투명한 물망초빛을 띠는 푸른 눈동자, 단정한 이목구비……. 이처럼 ‘살아 있는 인형’을 보는 듯한 외모뿐만 아니라, 세련된 태도와 말솜씨, 능숙한 춤 실력과 바이올린 연주 실력, 프랑스어를 비롯한 각종 언어에 능통했던 외국어 실력 등, 여느 귀족 못지않게 갈고 닦은 교양과 재능들이 그를 더욱 돋보이게 만들어 주었다. 처음 사교계의 살롱에 발을 들인 이후 ‘놀라운 난쟁이 주주’에 대한 소문은 순식간에 온 유럽으로 퍼져 나갔으며, 그 후로 그는 폴란드, 오스트리아, 프랑스, 영국 등지를 오가며 여행을 다니면서 각국의 유명 인사들과 왕실 가족들의 총애까지 얻게 된다.


하지만 그 화려함 이면에는 그 평범하지 않은 외모로 인해 겪어야만 했던 온갖 차별과 설움 역시 자리하고 있었다. 성직자들은 그가 ‘신의 기적’이자 ‘선택받은 인간’이라고 떠들어 댔고 왕과 귀족들은 그가 세상에 둘도 없는 ‘보석’이며 ‘보물’이라고 칭송하곤 했지만, 그것은 한편으론 그가 남들과는 엄연히 다른 존재라는 것, 남들과 동등하게 대우받을 수 없는 영원한 타자임을 끊임없이 확인시켜 주는 말들이기도 했다.


그들에게 ‘주주’는 그 이름의 의미처럼 어디까지나 ‘장난감’, ‘애완동물’ 같은 존재일 뿐이었고, 그를 인격을 가진 사람이라기보단 신기한 동물이나 구경거리를 감상하듯 대한다. 당시 계몽사상의 영향을 받은 프랑스 의사들은 클로로포름을 이용해 그를 박제로 만들어 과학원에 전시하자는 이야기를 나누기도 하고, 그를 두고 살롱에서 한담을 나누는 부인들은 그의 난쟁이 동생인 아나스타시아와의 근친애를 통해 난쟁이를 계속 만들어 내자는 자극적인 이야기도 서슴없이 하곤 한다. 이러한 부당한 상황들은 그가 가는 곳마다 그림자처럼 그를 따라다니곤 하며, 이를 통해 당시 특권 계급의 위선과 이기심, 잔혹함이 소설 곳곳에서 신랄하게 풍자된다.


이러한 세상에서 버티기 위해 유제프는 자신의 인격을 철저하게 둘로 분리하여 살아간다. 가면을 쓴 것처럼 어떤 상황에서도 웃는 얼굴로 응대하며 주변의 요구에 따르는 유순한 인격과, 날을 세우고 상대를 경계하는 반항적인 인격은 수많은 선택의 순간마다 그의 내면에서 갈등하며 여러 복잡한 상황들에 대처해 나간다. 그것은 화려하고도 잔혹한 귀족 사회의 한복판에서 살아남기 위한 그만의 생존 전략이었으며 그를 장난감처럼 다루는 부조리한 세상에서 인간적 존엄을 잃지 않고 살기 위한 남모를 분투의 과정이기도 했다.


이 소설의 진정한 묘미는 유제프가 이러한 부조리한 상황들에 맞닥뜨릴 때마다 자신의 인간으로서의 엄연한 권리를 주장하는 눈물겨운 장면들 속에 있다. “나는 장난감이 아니라 인간이다”라는 절규는 이 책 전체에 스며 있으며, 화려하면서도 굴곡진 인생을 살았던 ‘주주’라는 인물의 빛과 그늘을 더욱 입체적으로 보여 주게 한다.


1739년에 태어나 1837년에 98세에 나이로 숨을 거두기까지, 유제프는 거의 1세기에 가까운 긴 생애를 유럽의 각국을 떠돌면서 살아왔다. 그런 만큼 그의 생애는 그가 살았던 18~19세기의 혼란스러운 유럽사를 압축적으로 보여 주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여정이기도 하다. 왕정 시대부터 프랑스 혁명과 산업 혁명 초기로 이어지는 시대까지, 당시의 중요한 역사적 배경과 사건들이 소설 곳곳에 생생하게 묘사되어 있다. 마리아 테레지아, 마리 앙투아네트, 루이 15세와 16세를 비롯한 당대의 유명한 실존 인물들이 소설 속에 다수 등장하는 등, 읽는 재미와 함께 폭넓은 역사적 지식까지 풍부하게 얻을 수 있는 작품이다.



작가 에브 드 카스트로 소개


역사적 사실에서 소재를 가져와 흥미진진하게 풀어낸 이야기로 프랑스 역사 소설의 새로운 흐름을 이끌고 있는 소설가. 1961년에 태어나, 프랑스의 파리 정치 대학에서 국제법과 역사를 전공했다. 1987년 국왕 루이 14세의 사생아의 이야기를 다룬 소설 『왕의 사생아』를 출간하며 작가로 데뷔했다. 이후 계속 역사 소설을 집필해 왔으며, 주로 프랑스 왕정 시대의 역사를 다룬 작품들이 많다. 1996년 프랑스의 섭정 필리프 도를레앙과 그의 장녀 사이의 근친애를 다룬 소설 『우리는 신이 될 수 있어』로 되마고 문학상과 모리스주느부아 문학상을 수상했으며, 2012년에 루이 14세 시대 민초들의 눈물겨운 삶을 다룬 『그림자들의 왕』으로 프랑스 국립 약학원 문학 대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남자들의 마음을 불쌍히 여기세요』(1992), 『천사의 배반』(2006), 『어린 왕』(2013) 등을 비롯한 10여 편의 장편소설들이 있다. 영화 「왕의 춤」(2000)과 미니시리즈 「라스티냐크 혹은 야심가」(2001)의 공동 시나리오 집필을 맡기도 했으며, 문학 주간지 『르 피가로 리테레르』의 필진으로 활동하고 있기도 하다.


2014년에 발표한 『난쟁이 백 작 주주』는 실존 인물이었던 폴란드의 유명한 난쟁이 백작, 유제프 보루브와스키의 일대기를 다룬 작품이다. 이 작품으로 카스트로는 2015년 몽테스키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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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