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재경 저 | 사회자본연구원 | 375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법무부와 한국법제연구원에서 이십여 년간 법률을 수선했고 창조한국당의 창당집행위원장 일을 맡아 정치판의 조령모개를 짜깁기했다. 또 생명회의·국민신탁 일을 하면서 생명철학이 무엇이고 후손에게 넘겨줘야 자산이 무엇인지를 천착해온 저자가 이 책에서 한반도 군비축소, 국민주권의 실현, 분권·자치 등 나름의 육도삼략을 제시한다.
대통령의 독주를 막으려면 권력을 분산하고 견제장치를 갖추어야 한다. 국무총리를 부통령으로 바꾸고 부통령에게 독자적인 권능을 부여해야 한다. 하지만 권력 분산은 실현이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내각제로 전환해 총리에게 행정권을 부여해야 한다. 중앙정부와 지방정부 사이에 재정권·사법권 등의 분립과 자치도 절실하다.
대통령은 권력의 독주가 어려운 외교에 관한 권능이나 문화 같이 부드러운 약력(弱力)을 맡고, 다수당의 대표자인 총리가 정치·군사·경제·사회를 맡는 분권형 통치구조가 바람직하다. 분권형 통치구조에서는 대통령의 명칭도 ‘통령(統領)’으로 낮추어야 한다. 개정 「헌법」에 따라 선출되는 새 대통령의 임기를 보장하면서 「내각 통령제」를 도입해 그 대통령 임기 종료에 즈음해 새 ‘통령’을 선출하자는 것이 저자의 제안이다.
우리는 왜 대통령을 ‘국민의 대표’로 보지 않고 나라님으로 볼까? 나라님을 무소불위의 권력자로 알았기 때문이다. 왕의 정서로 대통령을 본다. 대통령의 권력은 ‘프레지던트(president)’를 ‘대통령’으로 옮겼을 때부터 싹텄다. 모든 영을 통합하는 사람[통령] 위에 있는 대(大)통령(統令)은 현대판 왕중왕[皇帝]이 아닌가. 황제보다 강력한 대통령의 권력을 분산시키고 견제장치를 마련하지 않고서는 주권재민과 국민주권의 실현이 불가능하다.
국민이야말로 시원적인 권력자이다. 학정이나 폭정에 당면한 국민들은 처음에는 저항권을 행사하다가 나중에는 새로운 사회계약(新社會契約)에 입각하여 새로운 정부를 구성하게 된다. 국민투표 등으로 실현되는 사회계약은 학정이나 폭정이 아니더라도 헌법 제정·개정 때나 임기가 종료된 정권 말기에도 나타난다. 그러나 헌법 제정·개정 또는 정권교체와 관련된 국민투표는 박제화된 주권행사 방법에 불과할 뿐, 헌법 제정 권력 주체의 활동방법은 아니다. 헌법 제정 권력은 국민투표나 선거와 같은 제도적 보장이 없더라도 스스로 여론을 형성하고 정부에 대하여 의사를 표명할 수 있다.
깨어 있는 국민들은 국민주권 원리와 사회계약 이론에 입각하여 시민사회를 조직하고, 정치적 의사를 수렴하여 정치와 정부에 참된 민의를 반영할 수 있으며, 기성 정치권과 정당들의 관행과 부조리를 혁신하라고 요구할 수 있다. 그리고 진정한 민주적 질서를 세우기 위해서는 공동선 윤리에 바탕을 두고 권력구조와 국정목표, 국정과제를 근본적으로 손질하는 담대한 행보가 필요하다.
신냉전질서를 따라 신제국주의가 안전보장이라는 유인(誘因)과 함께 파고든다. 개발도상국들은 국가안전보장과 공공복리를 위해 국민주의로 나간다. 제국의 원조 영국과 신제국의 원조 미국은 국민주의 색채를 짙게 띤다. 중국이나 일본은 군국주의와 맥락을 같이 하는 국가주의로 치닫는다.
신국민주의는 급진주의·민족주의·국수주의·전체주의 또는 군국주의의 특징을 보인다. 신국민주의에서는 전통적인 개인주의와 자유주의가 퇴조하고 보수진영의 입지가 좁아진다. 신국민주의에서 좌파는 우향우하고 우파는 좌향좌하여 사회주의를 향하여 서로 수렴한다.
강대국들은 핵무기로 핵무기를 제압한다는 논리로 핵무장을 강화하고 있다. 한반도의 북단에서는 ‘군(軍)이 곧 국가’인 군국주의자들이 시시때때로 전쟁불사를 외친다. 남측의 군사 전략가들은 미국의 핵우산과 한국의 핵무장화를 고무하고 지지한다. 과연 핵무기로 핵무기를 방어할 수 있을까?
핵무기를 리스해 한반도 바깥에 두고 쓰자. 핵무기 재배치란 미군의 것을 미군의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것이다. 하지만 리스는 우리 전략에 따라 움직인다. 핵무기 개발은 군비축소를 불가능하게 하고 자원배분을 왜곡한다. 그런 자원이 있으면 스텔스나 드론 등 다른 첨단무기를 개발해야 한다. 우리는 아직 초음속 여객기 하나 만들지 못한다. 북한이 군비축소 협상에 응하지 않고 핵무기 체계를 완성한 다음에 남한까지 위협할 경우에 핵무기 리스를 검토하자. 리스는 주전파들의 예봉을 꺾기 위한 것이다.
걸핏하면 대통령에게 ‘물러나라’고 하는 것도 곤란하다. 또 역량이 안 되는데 임기를 채우는 것도 문제다. 재량과 책임이 따르는 국정의 유연화를 이룩하려면 다수당에 내각을 맡겨야 한다. 그렇지만 내각이 자주 바뀌어도 정치적 불안이 가중된다. 총리가 경영자(CEO)로서 내각을 맡고 그 위에 대통령이 아닌 ‘통령’을 두자. 2원 집정부제로 생각해 달라. 프랑스와 독일의 대통령은 실권이 거의 없지만, 여기에서 제안하는 통령은 문화와 외교 부문의 실권을 가지고 국정 최고 책임자가 되어야 한다.
작가 전재경 소개
동국대학교 법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법학박사를 받았다. 법무부 참사 및 전문위원(1981~1990), 한국법제연구원 연구위원 및 연구본부장(1990~2014)을 역임했고, 현재는 사회자본연구원 원장, 국민신탁(National Nature Trust) 이사, 서울대학교 대학원 겸임교수, 생명회의 공동대표(有司)로 활동한다. 논문으로는「영미의 변호사 제도」「인신보호의 법리」「미국 적법절차론」「행형(行刑)의 과제와 실험」「한국의 적법절차에 관한 연구」「동북아 공동체 형성을 위한 법률적 접근 방안」「국정 패러다임의 법정책학적 성찰」 등이 있고, 「미국 모범형법」「서독의 사법질서」를 번역했으며, 저서로는 『복수와 형벌의 사회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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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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