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228)] 시그니처
박영광 저 | 매드픽션 | 15,000원 | 15,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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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직 형사이자 소설가 박영광의 장편소설 『시그니처』. 한국형 범죄 스릴러의 가능성을 보여주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던 『나비사냥』 이후 4년 만에 발표하는 신작 장편소설이다. 전편에서 스스로를 신이라 일컫는 박창기와 그 무리들을 상대했던 하태석 형사가 이번에는 더욱더 잔인해진 강적을 만났다.
서울에서 사건 해결로 명성을 떨치다 범죄 피해자인 동생 미숙의 간호를 위해 광주 광역수사대로 발령받아 내려온 하태석 형사. 그는 동생 미숙에게 갔다가 친구 지선이 얼마 전에 강도를 당해 의식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더라는 이야기를 전해 듣는다. 지선은 십 년 전 하태석과 결혼을 약속한 연인이었던 사이. 그러나 정치인을 꿈꿨던 그녀의 아버지에 의해 모욕감을 느끼며 헤어져야 했던 것. 태석은 최근 사건 보고서를 일일이 뒤지며 사건의 윤곽을 잡아간다. 두 달 전 일인데도 여전히 범인을 잡지 못했고 그대로 놔두면 미궁에 빠지겠다 싶어 좀 더 알아보던 그는 광주에서 여자들이 두 달 전부터 연쇄적으로 실종되고 있다는 인터넷 기사를 접하고 두 사건 사이에 이상한 연관성이 있음을 눈치 챈다.
태석은 단서를 하나 하나 모아가며 남몰래 범인을 추적하기로 하지만 그것이 노출되자 중부서 형사들과 각을 세우게 된다. 사건의 핵심에 다가갈수록 그는 지선에 대한 감정이 새로이 깨어나는 것을 느낀다. 그러면서 형사가 사적인 감정으로 수사에 임해선 안 된다고 되뇌며 갈등한다. 그러는 중에도 살인 사건은 계속된다. 태석의 개입이 관할서 간에 문제가 되자 광역수사대장은 그에게 송유관 절도사건을 해결하라고 지시한다.
태석이 성공적으로 사건을 해결했을 즈음 중부서에서 연쇄 실종이 아니라 연쇄 살인이 돼버린 사건의 유력한 용의자를 검거했다는 소식이 들려온다. 소 뒷걸음치다 엉겁결에 잡힌 그의 이름은 주경철. 이제껏 알려진 실종자 모두를 자신이 죽였다고 자백한 상황에서 구태만 팀장은 하태석이 쫓고 있는 지선의 사건 범인도 사이코패스인 주경철이라고 단정 짓는다. 현장에 있지 않고는 알 수 없는 내용까지 이미 모두 소상하게 털어놓았다는 것. 현장 검증에서 주경철은 일부러 더 자극적인 발언을 하고 누군가에게 보란 듯 방송 카메라에 미소를 지어 보인다. 하지만 태석은 증거가 없는 상황에서 굳이 실패한 살인까지 자백했다는 데 석연치 않음을 느낀다. 늘 집 안에서만 살인을 하던 범인이 왜 비 오는 날 딱 한 번 골목길에서 그랬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
인간이 되기를 포기한 희대의 살인마와 그의 범행 시그니처를 따라하는 또 다른 연쇄살인범 엑스. 두 명의 사이코패스가 살인경쟁을 시작한다. 하태석은 범죄심리 전문가의 자문을 받아 범인들의 내면을 추적하며 악의 실체를 파고든다. 과거의 연인이 피해자가 된 상황에서 그는 형사로서의 책임감과 인간적인 울분, 복수 의지를 동시에 느끼며 갈등한다.
박영광 작가는 오랫동안 강력계 형사로 활동하며 자신의 직간접적인 경험을 바탕으로 인간의 잔인함과 죄, 고통에 천착하여 작품을 써왔다. 이번 소설 『시그니처』에서 그는 상상력과 실제 사건을 재료로 좀 더 크고 디테일한 세계를 펼쳐 보인다. 외국의 유명 범죄 스릴러 못지않게 사이코패스 연쇄 살인범을 추적해가는 과정이 세세하고 핍진하게 그려져 있다는 점은 이 소설의 큰 매력이다. 또한 작가 자신이 현직 형사이기에 가능했던 리얼리티의 확보, 범인의 행동에 따른 심리적 추이 분석, 범죄 생존자들의 고통스런 삶, 실제 수사 과정을 지켜보는 듯한 현장감 넘치는 장면 묘사 등은 이 책이 강렬한 흡인력을 가진 페이지터너로서 손색이 없음을 입증한다.
작가 박영광 소개
전북 순창에서 태어나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다. 청와대에서 경호경찰관으로 시작해 강력계 형사를 거쳐 현재는 지방 경찰서 지능범죄 수사팀에 재직하고 있다. 형사 생활을 하며 만나고 겪었던 사람들의 다양한 삶과 사랑, 그 이면에 감춰진 아픈 사연들을 글로 풀어내고 있다. 2006년, 형장의 이슬로 사라진 한 남자와 그 남자를 죽음으로 사랑한 한 여자의 이야기를 그린 갱스터 멜로소설 『눈의 시』(전3권)를 펴냈다.
2008년에는 범죄 현장에서 밤낮 없이 뛰다가 범죄자의 칼에 찔려 죽게 된 한 남자의 이야기를 통해 경찰 생활의 애환을 담은 가족소설 『이별을 잃다』를 펴냈다. 2013년, 고독하고 우직한 캐릭터 ‘하태석’ 형사를 주인공으로 한 『나비 사냥』으로 언론과 독자들의 큰 주목을 받으며 한국형 스릴러 작가의 입지를 굳혔다. 2017년, 전작보다 더 생생한 묘사와 서사로 무장한 ‘「나비사냥」 SEASON 2’ 『시그니처』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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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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