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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45)] 고향보다 따뜻한

[책을 읽읍시다 (1245)] 고향보다 따뜻한
 
와일리 캐시 저 | 홍지로 역 | 네버모어 | 340쪽 | 13,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미국 남부 노스캐롤라이나의 작은 마을, 마셜의 외곽에 불온한 기운의 교회가 있다. 그곳에서는 목사 챔블리스의 말이 절대적이고 창문을 전부 신문지로 가린 채 뱀과 불로 신앙을 시험받는 등 보통의 교회와는 다른 예배가 매주 진행된다. 교회가 어린 아이들에게 안전하지 않다고 생각한 노부인 애들레이드 라일은 목사 챔블리스에게 맞선 후, 부모들이 예배를 보는 동안 주일학교를 통해 아이들을 돌보면서 마을은 위태로운 평온을 유지하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아홉 살배기 소년 제스는 자폐증을 앓는 형 스텀프가 엄마와 함께 교회에 가자, 어른들이 주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단짝 친구와 교회를 엿보러 가기로 결심한다. 교회에서는 말 못하는 스텀프를 신앙의 힘으로 치유하겠다며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예배가 이루어지고 있었고 그 광경을 보게 된 소년들은 겁을 먹고 도망친다. 그러나 그로부터 얼마 후, 형 스텀프가 싸늘한 시체로 돌아온다.


스텀프의 죽음으로 인해 그동안 서로를 애써 무시하던 마을의 보안관 클렘 베어필드와 목사 챔블리스는 정면으로 대립하게 되고 아들을 잃었음에도 여전히 목사에게 의지하는 엄마 줄리, 슬픔과 분노로 폭발하기 직전의 아빠 벤 그리고 오랜만에 마셜로 돌아온 할아버지 지미 사이의 위태로운 공기 속에서 제스의 불안감은 점점 더 커져만 간다. 결국 교회에서의 죽음은 과거에 벌어졌던 일들마저 다시 수면위로 밀어올리고 제스의 가족과 마을 사람들 사이의 갈등은 깊어져간다.


『고향보다 따뜻한』은 신앙에 큰 의지를 하는 미국 남부 마을들 중 과거가 의심스러운 목사에 의해 지배받는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성경의 이야기를 문자 그대로 해석하는 극단적 기독교 근본주의 교회에서 신처럼 행세하는 목사와 맹목적으로 믿는 신도들. 그곳에서는 오래 전 한 죽음이 있었지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자폐증 소년이 교회에서 또 죽으면서 누군가는 오래전에 문제 제기를 했어야 했지만 모두가 모른 척 눈을 돌려버려서, 결국에는 터져버린 상처의 고름처럼 한 가족과 마을에 비극의 그림자가 물든다.


이야기는 세 명의 화자를 통해 진행된다. 그중 가장 큰 축은 형을 잃은 아홉 살 소년 제스의 목소리다. 제스는 자폐증 형을 동생처럼 보살피며 엄마, 아빠와 함께 작은 행복을 누리며 살아가지만 갑작스러운 형의 죽음으로 인해 혼란스러운 상황에 놓이게 된다. 형제가 교회에 가기엔 아직 어리다던 엄마가 형을 교회로 부르고 그곳을 몰래 훔쳐본 제스는 자신이 알고 있는 사실들을 사람들에게 말하지 못해 죄책감을 느낀다.


또 다른 화자는 마을의 노부인 애들레이드 라일이다. 그녀는 마을에서 유일하게 목사 챔블리스에게 맞선 사람이며 아이들만이라도 교회로부터 보호하고자 노력했던 마을 공동체의 도덕성을 대표하는 사람이기도하다. 챔블리스 때문에 마을 사람들과 서먹해졌지만 여전히 심정적으로 마을 사람들이 큰 의지를 하는 사람이기도 하다.


마지막 화자인 마을 보안관 클렘 베어필드는 오랫동안 마을에 살았지만 여전히 외부자 취급을 받는 인물이다. 그는 제스의 가족과 얽힌 슬픈 과거를 지니고 있으며 목사 챔블리스를 오랫동안 주시했지만 그동안은 애써 모른 척 하던 인물이다.


『고향보다 따뜻한』은 이 세 명의 목소리를 통해 마약처럼 신앙에 매달리는 남부사람들의 모습과 그 신앙에 맹목적이 되면서 무지(無知)라는 큰 죄를 단순히 신앙이라는 이름으로 감추려는 사람들 그리고 죄와 폭력의 순환을 소년의 성장담 속에 녹여놓은, 순문학과 장르문학의 경계에 위치한 수작이다.


이 비극적인 이야기의 끝 『고향보다 따뜻한』은 인위적이고 극적인 화해를 그리지 않고 아주 담담하게 끝을 맺는다. 그래서 독자들은 『고향보다 따뜻한』을 읽고 제스가 앞으로 어떻게 살아가게 될지, 아픈 상처만 준 고향을 떠나게 될지 그리고 악한 양치기에 이끌려 다닌 양떼들처럼 사악한 목사에 의해 기만당하며 서늘한 늪으로 끌려간 사람들과 마을이 상처를 딛고 일어설 수 있을지를 궁금해 하며 깊은 여운과 함께 책을 덮게 될 것이다.  

 

 

작가 와일리 캐시


1977년 9월 7일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난 와일리 캐시는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애슈빌 캠퍼스에서 문학 학사 학위를, 노스캐롤라이나 주립대학 그린즈버러 캠퍼스에서 영문학 석사를 받았다. 몇 편의 기고문과 수필을 발표한 후 출간된 와일리 캐시의 첫 장편소설 『고향보다 따뜻한』은 평단과 독자들의 찬사를 받으며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 차트에 진입했다.


『고향보다 따뜻한』은 영국추리소설가협회(CWA)에서 수여하는 뉴 블러드 대거(최우수 데뷔작품상)와 토머스 울프 기념 문학상을 수상하고 여러 문학상의 최우수 데뷔작품상의 최종후보에 선정됐다. 두 번째 작품 『This Dark Road To Mercy』도 영국추리소설가협회(CWA)에서 수여하는 골드대거(최우수 작품상)를 수상하고, 뉴욕 타임스 베스트셀러가 되었으며 2017년 10월에 세 번째 작품 『The Last Ballad』가 출간될 예정에 있다. 현재 노스캐롤라이나 윌밍턴 (Wilmington, NC)에서 부인과 두 어린 딸과 함께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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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