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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5)]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저자
파비오 제다 지음
출판사
마시멜로 | 2012-04-01 출간
카테고리
소설
책소개
아프가니스탄에서 이탈리아까지, 목숨을 건 여정!한 소년의 목숨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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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읍시다 (125)]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

파비오 제다 저 | 이현경 역 | 마시멜로 | 284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어느 날 아침, 아는 사람 하나 없는 낯선 곳에 돈 한 푼 없이 홀로 버려진다면, 어떤 기분이 들까? 과연 어떻게 해야만 할까? 그것도 겨우 열 살의 어린 나이라면. 『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는 이렇게 상상조차 하기 힘든, 아니 상상하고 싶지 않은 상황에서 시작된다. 아프가니스탄 하자라족 출신의 소년 에나이아트는 열 살의 어린 나이에 어머니의 손에 이끌려 파키스탄의 사마바트로 떠난다. 그곳에 도착한 지 사흘이 지난 어느 날 아침, 어머니가 감쪽같이 사라져버린다. 생면부지의 낯선 곳에 아들을 홀로 남겨놓고 사라져버린 것이다. 마약을 하지 않고, 무기를 사용하지 않으며 도둑질 하지 말라는 세 가지 약속을 남긴 채. 엄마는 왜 아들을 버렸을까?

 

중동지역에서 아프가니스탄의 하자라족은 천대와 멸시의 상징이었다. 대부분이 시아파인 하지라족은 1890년대 전쟁에서 수니파의 파슈툰족에게 주도권을 빼앗긴 이후로 노예와 다름없는 생활을 하고 있다. 특히 탈레반 집권 이후로 수천 명의 하자라족이 학살당하는 등 탄압이 심해져 많은 사람들이 파키스탄과 이란으로 대거 탈출했다. 이 책의 주인공, 에나이아트의 어머니도 탈레반의 핍박으로 부터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버린 것이다.

 

이 책은 에나이아트가 아프가니스탄을 탈출해 파키스탄, 이란, 터키 그리고 그리스를 거쳐 이탈리아에 정착한 실제 이야기를 바탕으로 한 소설이다. 에나이아트는 아프가니스탄의 하자라족 마을에서 누나와 동생과 평화롭게 살고 있었다. 탈레반들의 핍박이 있었지만 고향에서의 생활은 행복했다. 그러나 트럭 운전을 하던 아버지가 강도떼의 습격으로 사망하고 트럭을 빼앗긴다. 그 일을 시킨 사람들은 트럭 값 대신 에나이아트와 동생을 데려 가려 한다. 이 때문에 형제는 밤마다 집에 파놓은 구멍에 숨어 지내는데, 에나이아트가 더 이상 숨을 수 없을 정도로 크자 어머니는 아들을 파키스탄으로 탈출시키고 고향으로 돌아간 것이다. 어머니가 사라진 순간부터 파키스탄에서 이탈리아까지 한 소년의 7년간의 목숨을 건 여행이 시작된다.

 

실제로 에나이아트가 겪은 여정은 실화가 아니라 소설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열 살부터 혼자 살아남는 법을 배워야 했던 에나이아트는 수많은 역경에 부딪히지만 어떤 경우에도 좌절하지 않는다. 어머니와 했던 세 가지 약속을 마음속에 담고, 비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고난을 헤쳐 나간다.

 

파키스탄에 홀로 남은 에나이아트는 호텔에서 끼니와 잠자리만을 제공받으며 어른들의 잔심부름과 허드렛일을 하며 험난한 삶을 시작한다. 싹싹하고 부지런한 에나이아트는 이내 다른 호텔의 사장의 눈에 들어 과자와 껌, 양말 같은 물건을 파는 장사를 시작한다. 그리고 같은 하자라족 소년들을 만나며 우정을 쌓아간다. 하지만 하자라족이라는 이유만으로 당해야하는 폭력과 학대에 지친 에나이아트는 이란으로 떠나기로 결심한다.

하지만 이란을 떠나 터키로 향하는 길에는 목숨을 건 죽음의 산행이 기다리고 있었다. 일흔일곱 명의 밀입국자 무리 속에 섞여 에나이아트는 칼날 같은 추위를 견디며 27일 동안 걷고 또 걷는다. 매일 하루에 두 번, 달걀 하나와 토마토 하나, 그리고 빵 한 쪽을 배급받으며 배고픔과도 싸워야 했다. 지옥과도 같은 산행 끝에 터키 국경에 도착했을 때 남아 있던 사람들은 예순다섯 명, 산행 도중 열두 명이 목숨을 잃은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위협을 무릅쓰고 도착한 터키에서 에나이아트를 기다리고 있는 것은 외로움과 제대로 된 일자리를 구할 수 없다는 막막한 현실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우연히 또래의 아프가니스탄 소년들을 만나게 된다. 그들은 일자리를 찾기 위해 그리스로 떠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 고무보트를 타고 지중해를 건너 그리스로 간다는 무모한 계획에 겁이 났다. 하지만 터키를 벗어나고픈 에나이아트는 그들의 계획에 동참하려 한다. 그러나 에나이아트는 여행경비를 낼 돈이 없었다. 그들이 그리스로 떠나려는 운명의 날, 에나이아트는 어머니와의 약속을 어기고 만다. 아이들에게 영어를 할 줄 안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다. 그리스에 도착하면 의사소통을 할 사람이 필요하다고. 우습게도 아이들은 거짓말에 속아 에나이아트의 제안을 받아들인다.

 

이 책은 보다 나은 삶을 위해 희망을 끈을 놓지 않고 고된 역경을 극복한 한 소년의 이야기를 다룬 성장소설이다. 아들을 살리기 위해 버려야만 했던 어머니의 진한 모성과 가족애 그리고 성실하고 정직하게 살아가는 사람들이 언젠가는 행복을 찾게 된다는 삶에 대한 깊은 통찰력을 주는 역작이다. 주인공 에나이아트는 어려운 상황에 처해도 결코 절망하지 않으며 유머를 잃지 않는다. 어린 아이의 눈으로 폭력과 테러가 난무하는 중동지역의 상황을 감정에 치우치지 않고 담담한 문체로 잔잔하게 서술한 이 책은 지금 우리 시대에서 접하기 힘든 이야기를 들려주며 무뎌진 우리 마음을 감동으로 적신다.

 

 

작가 파비오 제다 소개

 

성장소설의 대가로 손꼽히는 이탈리아의 베스트셀러 작가이다. 아동상담전문가로도 활동 중인 그는 이탈리아 명문 스토리텔링 학교에서 창의적 글쓰기를 강의하고 있다. 루마니아 이민자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 소설『나는 남은 여행을 위해 인디언에게 총을 쏘았다』로 스트레가상 후보에 올랐다. 이 책으로 2007년 최고 신인상을 수상했다.

 

자신의 출판기념회에서 처음 만난 아프가니스탄 소년 에나이아트의 실화를 소설로 재구성한『바다에는 악어가 살지』는 한 편의 서사시를 보는 듯한 재미와 감동으로 출간된 지 한 달 만에 이탈리아 전역을 뒤흔든 베스트셀러가 됐다. 지금까지 30만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기록한 이 책은 전 세계 32개국에 번역, 출간됐다. 또한 <더 타임스><워싱턴 포스트> 등 해외 유명 언론으로 부터 할레드 호세이니의『연을 쫓는 아이』를 뛰어넘는 수작이라는 호평을 받았다. 또 다른 저서로는 루카독자상을 받은『정확한 일련의 행동』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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