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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263)] 차가운 피부

[책을 읽읍시다 (1263)] 차가운 피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저 | 유혜경 역 | 들녘 | 248쪽 | 12,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스페인 바르셀로나 출신의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의 첫 소설 『차가운 피부』. 그는 카탈루냐 사람이라는 자부심을 가지고 소수 언어인 카탈루냐어로 글을 쓴다. 첫 소설 『차가운 피부』는 카탈루냐어로 쓰인 소설로는 드물게도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2년 남짓한 기간 동안 3만 부가 판매되는 예외적인 성과를 올렸다. 그리고 이어서 30개가 넘는 언어로 번역되어 세상을 놀라게 했다. 카탈루냐라는 민족적 자부심으로 똘똘 뭉쳐 있을 것만 같은 그의 소설은 사실 매우 보편적이다. 또한 시간과 공간을 초월하여 본질적이고 철학적인 문제를 탐구한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난 후인 1920년대. 한 남자가 남극 근처의 외딴섬에 도착한다. 사람과 세상을 피해 세상의 끝에서 1년 동안 기상관으로 근무할 예정이다. 기묘한 분위기를 풍기는 섬. 그런데 교대해야 할 전임 기상관이 보이지 않는다. 게다가 유일한 이웃인 등대지기는 남자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섬에서의 첫날 밤, 상상도 못 할 일이 벌어진다.
인간의 고독이란 무엇인가? 폭력성이란 무엇인가? 작가이자 문화인류학자인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은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 세상 끝으로 눈을 돌린다. 그가 내세우는 인물은 고작 남자 둘. 그 외는 사람이 아닌 미지의 생명체다. 이들이 서로를 적으로 삼고 벌이는 생존을 위한 투쟁은 인간과 비인간에 대한 고찰로 전이되며 기묘한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다.


『차가운 피부』가 스페인어로 번역되어 사랑을 받은 것은 카탈루냐 문학에 대한 스페인 사람들의 태도로 볼 때 매우 드문 일이다. 이 작품은 소수언어인 모어(母語)에 대한 사랑과 뿌리에 대한 자부심으로 똘똘 뭉친 작품도 성공할 수 있음을 증명했지만 피뇰의 소설은 사실 그리 ‘민족적’이지 않다. 고국을 등진 화자는 ‘나’로 묘사될 뿐 이름조차 나오지 않는다. 특별히 카탈루냐적 정서에 호소하지도 않는다(화자는 아일랜드 사람이고, 또 다른 등장인물도 오스트리아 사람이다). 오히려 세계인들의 관심을 끌어들인 것은 초超시간성과 보편성이다.


극한 상황에 처한 주인공이 살기 위해 벌이는 사투를 통해 폭력의 원형을 보고, 결코 가까워질 수 없는 사랑 앞에선 소통 불가능의 절망을 경험하게 하는 이 작품은 일단 손에 잡으면 끝까지 볼 수밖에 없다. 흥미로운 대중소설도 받아들일 수도 있고, 심오한 주제를 다룬 철학적 우화로도, 고전의 향기가 느껴지는 정통문학으로도 볼 수 있고, 심지어는 식인 괴물들이 떼로 나오는 B급 영화의 원작소설처럼 읽을 수도 있다. 어떤 방식으로 보든 이 소설이 탁월하게 느껴지는 것은 인간의 보편적 정서에 호소하는 강력한 힘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작가 알베르트 산체스 피뇰 소개


1965년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문화인류학자이자 작가이다. 아프리카의 독재자들을 그린 풍자 수필 『어릿광대와 괴물Pallassos imonstres』(2000)로 호평을 받았다. 2008년에는 방한해 '2008 서울, 젊은 작가들'에 참석하기도 했다.


뛰어난 화술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첫 소설 『차가운 피부La Pell Freda』(2002)는 스페인 카탈루냐 지방에서만 20만 부 이상 팔리며 30개 이상의 언어로 번역되는 센세이션을 일으켰다. 그는 이 작픔으로 ‘오호 비평상’ 문학 부문상(2003)을 받았다. 두 번째 작품인『콩고의 판도라』는 스릴러, 판타지, 리얼리즘 등 다양한 장르를 환상적인 이야기 속에 담은 소설로 피뇰은 이로써 에스파냐 문단의 대표작가로 입지를 굳혔으며, 『달에서 떨어진 사람들』은 치밀한 구성과 밀도 높은 언어로 이야기꾼으로서의 재능과 상상력을 유감없이 발휘한 소설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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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