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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87)] 임멘 호수·백마의 기사·프시케

[책을 읽읍시다 (1387)] 임멘 호수·백마의 기사·프시케
 
테오도어 슈토름 저 | 배정희 역 | 문학동네 | 288|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독일 시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 테오도어 슈토름의 임멘 호수·백마의 기사·프시케. 정치 혁명, 자본주의, 계급 갈등 등 시대적 격동과 혼란을 전통적 삶, 예술적 조화의 이상과 결합하여 화해시키고자 한 것이다. 시적 사실주의 작가들은 시대 통념상 서로 어울리지 않는다고 여겨지던 대립항들인 전통과 변화, 예술과 사회 등 시적인 것사실주의를 중재하고자 했다.

 

시적 사실주의의 대표 작가로 꼽히는 테오도어 슈토름의 작품 세계는 고향 후줌을 향한 사랑을 기반으로 한다. 그는 많은 작품에서 후줌을 배경으로 다루었다. 후줌 지역의 안정을 위해 때로는 덴마크 정부, 때로는 독일 정부에 대항했다. 이 때문에 한때는 전원 작가, 향토 작가에 불과하다는 오해를 받기도 했다. 그러나 슈토름의 작품 세계는 지역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북독일의 삶과 자연을 향한 사랑은 인간의 근원이자 뿌리의 상징인 고향을 향한 사랑이며 슈토름의 문학 세계를 이루는 근간인 서정성 또한 그곳에서 태어난다.

 

서정성은 그의 현실 의식과 충돌하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치밀하게 상호작용한다. 고향에 안착하면서 그는 예술가, 수공업자, 부르주아 등 다양한 계층의 삶을 다양한 어조로 그리기 시작했다. 또 사회의 현실적인 문제, 개인과 사회의 갈등에 집중했다. 작품에서 묘사되는 자연의 아름다움과 가족적인 실내 공간의 안온함은 현실 세계가 맞이한 비극과 퇴락을 더욱 예리하게 부각하는 것이다.

 

슈토름의 작품 중에는 액자 구조를 띤 노벨레가 많다. 이야기의 외부 경계를 분명히 함으로써 내부에 집중하도록 하는 기법이다. 임멘 호수역시 액자소설 구조를 띠고 있다. 노인이 달빛 아래서 초상화를 바라보며 이름을 부르고 이어 라인하르트와 엘리자베트의 어린 시절이 펼쳐진다. 풀밭에서 소꿉놀이를 하는 소년소녀의 모습으로 시작하는 이야기는 두 사람이 맞을 결말까지 직선적으로 전개된다.

 

임멘 호수는 화자가 누구며 이야기 전개와 동기가 필연적인지에는 그리 초점을 맞추지 않는다. 인물의 심리 역시 명확히 묘사되지 않는다. 이런 막연한 부분을 채우는 것이 바로 상징과 은유다. 상징과 은유는 슈토름의 문학 세계에서 중요한 부분을 차지한다. 산딸기, 홍방울새와 카나리아, 에리카꽃, 검은 호수에 핀 흰 수련은 두 사람의 미래를 암시한다. 라인하르트의 마음은 그가 써서 건네는 시와 동화로 표현되고, 엘리자베트는 가슴속에 감춰준 속내를 노래로 대신한다.

 

수많은 상징이 다소 간결하고 올이 성긴 서사 안에서 긴밀하게 작동하는 것이다. 한 편 전체가 상징과 은유로 가득한 임멘 호수는 압축적인 서정시와도 닮아 있으며, 슈토름 본인 역시 이 노벨레를 서정시에서 자라나온 작품이라 말한 바 있다. 임멘 호수의 잔잔하고 애상적인 서정성은 여러 동료 작가들에게 극찬을 받았고, 토마스 만은 토니오 크뢰거를 쓰면서 임멘 호수에 큰 영향을 받았다고 밝히기도 했다.

 

백마의 기사1888년 슈토름이 사망하기 직전 출간된 소설로, 그를 세계적인 작가로 올려준 대표작이다. 다소 복잡한 세 겹의 액자소설 형식을 취하고 있다. 어린 시절 읽은 이야기를 떠올리는 제1화자 는 작가 슈토름의 시점과 같다고 할 수 있다. 2화자는 제1화자가 기억하는 이야기의 화자인 여행자다.

 

이야기의 주인공 하우케는 마을에서 가장 계몽적인 인물이다. 그는 예리한 눈과 두뇌로 문제를 발견하고 해결해내는 유능한 사람이지만 인간과 자연을 힘으로 지배할 수 있다 믿는 오만함 탓에 사회적으로 고립된다. 공동체와 단절된 삶은 마침내 비극을 불러오는 원인이 된다. 그러나 그의 이야기는 후대에 와서 제방을 지키는 유령 기사의 전설로 이어진다. 미신과 전통에 적대적이었던 하우케라는 인물이 마을을 지키는 신화적인 존재로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는 흐름은 더없이 아이로니컬하다. 그리고 그 끝에 오는 결말은 희망이다.

 

프시케는 대중적으로 사랑받은 노벨레 중 하나이며 슈토름의 문학에서 나타나는 의미 구조를 잘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우연하고도 당혹스러운 만남으로 싹튼 젊은 남녀의 수줍은 사랑을 그린 이 이야기는 해수욕장이라는 특수한 공간에서 시작한다. 여기에는 자연과 문명, 차단과 접촉, 은닉과 노출, 거부와 갈망 등 슈토름 문학의 근간을 이루는 이분법이 작동하고 있다. 해수욕장은 순수한 자연 상태의 바다가 아닌 인공화된 바다로서, 경계 지대라 할 수 있다. 이 지대는 성숙한 여성도 어린아이도 아닌 과도기적 존재의 성적 심리와 의식에 대한 하나의 비유로 읽을 수 있다.

 

또한 나아가 예술가로서 자기완성을 이루는 과정을 상징하는 공간이기도 하다. 경계 지대의 자연에서 태어난 감정은 예술이라는 정제된 도구를 통해 조각상으로 형상화되며, 그 과정에서 주인공은 변화와 확장을 거쳐 예술가이자 연인으로서 완성된다. 슈토름이 평생에 걸쳐 추구해온 자연-신화와 문명-현실의 경계, 그리고 아직 미완성인 과도기적 존재의 가능성에 대한 애착이 잘 드러난 작품이다.

 

 

작가 테오도어 슈토름 소개


독일 북부 슐레스비히의 작은 항구도시 후줌에서 태어났고, 킬 대학과 베를린 대학에서 법률을 공부했다. 대학시절 하이네, 아이헨도르프, 뫼리케 등 독일 낭만주의 문학의 거장들과 교류했으며 몸젠 형제와 함께 서정시집 세 친구의 노래집을 출판했다.

 

1843년 고향에서 변호사 개업을 했으며, 당시 덴마크의 지배하에 있던 슐레스비히-홀슈타인의 해방을 위한 항쟁에 가담하면서 변호사 자격을 잃고 10여 년간 객지를 떠돌았다. 1864년 독일군이 승리하자 후줌의 지사로 당선되어 고향으로 돌아갔다.

 

이즈음 작품 활동에 위기가 왔으나 곧 극복하고 상급법원과 지방법원의 판사를 하면서 작가로서도 활발히 활동했다. 1880년 은퇴한 후에 창작에 전념했다. 1852임멘 호수는 우리나라에 널리 알려져 있으며,1888년에 출간된 백마를 탄 사람은 그의 마지막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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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