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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397)] 무저갱

[책을 읽읍시다 (1397)] 무저갱
 
반시연 저 | 인디페이퍼 | 408|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여기 전 국민이 다 아는 범죄계의 슈퍼스타가 있다. 노남용. 살인과 강간 등으로 교도소에 갇혀 있다. 그러나 좋은 배경과 막대한 재산으로 지은 죄에 비해 모자라는 형벌을 받아 곧 출소를 앞두고 있다. 그런 노남용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바로 자유를 잃는 것이다.

 

그렇기에 그를 교도소로 돌려보내기 위해 계획을 세우고 있는 사내가 있다.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특별한 회사에서 사냥꾼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사내다. “놈은 충분한 벌을 받지 못했다. 짙은 죄의 역사에서 단 한 번도 그랬던 적이 없다. 배경을 이용하여 언제나 강물에 발톱 끝만 살짝 적셨을 뿐이라 생각하는 사냥꾼은 노남용을 면회해가며 긴 시간 동안 공을 들인 덫을 하나하나 완성해간다. “남용아, 복귀해야지. 형벌과 눈물이 있는 테마파크로. 너 같은 새끼들이 잔뜩 있는데 그놈들마저 너를 경멸하는 곳으로.”

 

그리고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특별한 회사에 입사하기 위해 노남용을 죽여야 하는 사내와 약물과 가스로 491명을 안락사 시킨 선생님이라 불리는 사내까지, 세 개의 시점으로 진행되는 강렬한 이야기가 하나의 사건을 향해 맹렬히 움직이기 시작한다.

 

이 소설은 사냥꾼이라 불리는 사내의 이야기가 메인 스토리다. 그는 보호를 전문으로 하는 특별한 회사에 다니고 있다. 진정한 보호를 위해 가해자의 제거까지도 하는 아주 특별한 회사다. 사냥꾼은 회사의 에이스로 공포를 특기로 한다. 그는 사회로부터(혹은 노남용으로부터)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노남용에게 접근해 덫을 놓는다.

 

이 대목에서 주목할 것은 그가 의뢰인에게 받는 의뢰들이다. 학교폭력으로 장애인이 된 학생의 아버지, 친족 성폭행을 당한 딸 등등은 우리 사회 어디선가 본 듯한 광경이지 않은가. 의뢰인들은 제대로 된 형벌이 없는 사회에서 우리는 과연 우리를 지킬 수 있는가?’라고 묻는다. 그렇기에 의뢰인은 사냥꾼에게 의뢰를 하는 것이고, 사냥꾼은 작업모 같은 하얀 가면을 쓰고 우리에게 묻고 또 묻는 것이다.

네가 지은 죄를 말해.”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시리즈로 독자들에게 호평을 받은 반시연 작가는 어느 누구와도 비교가 불가능한 스타일리스트다. 비속어가 난무하는 와중에도 그의 문장은 유려하며 폭력이 난무하는 와중에도 정제되어 있다. 긴장감이 넘치는 장면에서 그의 문장은 바닥에 숨죽이고 있으며, 통쾌함을 줄 때는 랩처럼 리드미컬하다.

 

반시연의 소설 속 배경과 소재는 항상 날것이다. 말하자면 우리네 뒷골목이나 그 언저리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들이다. 살인과 폭력, 강간, 꽃뱀, 성소수자 등등. 그래서 강렬한 뒷맛을 남기기도 하지만, 그것이 우리의 현실에 발을 담그고 있으니 또한 씁쓸하기도 하다. 이번 신작 무저갱은 그동안 보여 왔던 반시연의 세계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러나 지금까지 보여준 세계의 총집합이자 최고점이며 앞으로 나아갈 방향의 변곡점을 보여주는 작품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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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 반시연 소개

 

소설가. 1983년 부산에서 태어났다. 다른 작품으로는 사가』 『우울한 저녁의 괴들』 『습도 8페이지』 『유령의 노래』 『흐리거나 비 아니면 호우시리즈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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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