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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34)] 고시원 기담

[책을 읽읍시다 (1434)] 고시원 기담

전건우 저 | CABINET | 424| 13,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고시원 기담은 유령이 되어 살아가는 사람들이 겪게 되는 기묘한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옴니버스 구성으로 전개되는 이들 각각의 이야기는 추리, SF, 무협, 스릴러 등 서로 다른 장르를 통해 저마다의 색으로 다채롭게 펼쳐진다. 이들의 기묘하고 환상적인 이야기들은 마지막에 하나의 사건과 이야기로 합쳐지고, 거대한 음모와 맞닥뜨리게 되면서 기적 같은 순간으로 이어진다.

 

변두리 시장 통에 자리한 고문고시원. 1990년대 불어 닥친 고시원 열풍에 편승해 지어진 고문고시원의 원래 이름은 공문고시원이었다. ‘공부의 문이라는 뜻으로 지은 이름이었으나 어느 날인가 자 밑의 이응이 떨어져나가 고문고시원이 되고 말았다. 처음에는 고시원 원장의 저가 전략에 힘입어 다양한 사람들이 고문고시원에 둥지를 틀었다. 하지만 세월이 흐르고 시설이 낙후되면서 곧 하나 둘 떠나게 되고 원장이 고시원을 허물겠다고 발표한 이후에는 대부분이 방을 비워 지금은 단 여덟 명만이 고문고시원에 거주하고 있다. 고문고시원 사람들은 모두 숨을 죽인 채 살아간다. 마치 유령처럼 존재하지만 존재하지 않는 존재가 된 그들은 각자의 방에 틀어박혀 한 평짜리 삶을 이어가고 있다.

 

고시원 기담은 한 평짜리 좁은 공간에서 기꺼이 스스로를 고립시키며 살아가던 비루한 존재들이 자신과 함께 살아가는 이들의 존재를 깨닫고 힘을 합쳐 악에 맞서는 이야기이다. 고시원 기담에는 비루하고 별 볼일 없는 사람들이 등장한다. 고시생, 취업 준비생, 외국인 노동자, 신용 불량자, 가출 소녀 등 그들의 삶은 그들이 거주하고 있는 고시원 방만큼이나 비좁고 비루하다. 하지만 그들에게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을 통해 그들은 성장하고 자신을 가두고 있던 껍질을 깨고 나오며, 다른 껍질 속에 있던 이들과 조우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축소판과도 같은 고시원이라는 공간을 가져와 이곳에서 일어나는 이야기를 장르적인 상상력을 발휘해 풀어낸다. 죽은 사람과 대화를 나누고, 어느 날 갑자기 초능력이 생겨나고, 유령이 돌아다니는 등의 기이한 사건들은 작가의 묵직한 현실 인식과 주제 의식 위에서 단단한 현실성을 갖추고 다양하게 변주된다. 지루할 틈 없이 펼쳐지는 이야기들을 정신없이 따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묵직한 주제의식과 마주하게 된다.

 

작가는 한국사회의 다양한 일면을 풍자와 유머를 통해 보여주면서도 소외된 사람들, 약하고 비루한 사람들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다. 작가는 고시원 기담을 통해 이토록 기괴하고 끔찍한 현실 속에서도 우리는 서로 연결되기를 포기해서는 안 되며 지척에서 살아가고 있는 이들의 존재를 잊지 않아야 한다는 메시지를 잔잔하게 전한다.

 

 

작가 전건우 소개

 

1979년 울산에서 태어나 부산에서 자랐다. 대학에서 해운경영학을 전공하고 6년간 잡지사에서 기자로 일하다 2008한국공포문학단편선, 한국추리스릴러단편선을 통해 데뷔하며 본격적인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세상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는 어둠, 그리고 그 속에 깃들어 있는 빛에 대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호러 미스터리 소설을 쓰면서도 인간에 대한 따뜻한 시선을 놓지 않는 사려 깊은 이야기꾼이다. 장편소설 밤의 이야기꾼들, 소용돌이를 출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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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