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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432)] 전족:10cm 발에 갇힌 여자의 운명

[책을 읽읍시다 (1432)] 전족:10cm 발에 갇힌 여자의 운명  

펑지차이 저 | 양성희 역 | 더봄 | 280|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송나라 이후 천 년 동안 이어진 중국 미인의 절대 조건은 발이 작아야 한다는 것이다. 이른바 삼촌금련(三寸金蓮)이다. ()은 길이 단위로 1촌이 3.3cm이니, 3촌 은 9.9cm, 대략 10cm가 된다. ‘금련은 가장 아름다운 연꽃이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삼촌금련은 연꽃잎처럼 아름다운 발, 즉 전족(纏足)을 말한다.

 

전족의 처음 시작은 한두 사람이었다. 그런데 그 한두 명이 황제의 총애를 받아 천하를 쥐락펴락하게 되자 작은 발은 다른 여성들의 워너비가 됐다. 그렇게 상류층 여성을 중심으로 유행하기 시작하다가 수백 년이 지나면서 모든 여성의 의무가 됐다. 송나라와 명나라를 거치면서 전족은 점점 가학적으로 변해갔고 어느 순간부터는 전족을 하지 않거나 발이 큰 여자는 결혼도 하기 힘들게 되었다. 여성들 사이의 평가와 경쟁은 더욱 냉혹했다. 1년에 한 번, 마을마다 열리는 전족대회에 참가하지 않으면 의심의 눈초리를 피할 수 없었다. “발이 엄청나게 크거나 이상하게 생긴 게 틀림없어.” 그러면 시집 갈 곳이 없어진다.

 

중국의 명대 4개 기서로 유명한 금병매속 여주인공 반금련은 이렇게 말했다. “아무리 얼굴이 예뻐도 발이 뚱뚱하면 반쪽 미인이지요!” 송나라 유학자 주희(朱熹)남자는 양이요, 여자는 음이다. 여자라면 작고 여리고 부드러워야지요, 발까지도라고 했다. 당송팔대가 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소동파도 전족을 예찬하며 수십 수의 시를 남겼다. “나란히 섰던 두 발 넘어지니 애처롭네. 섬세한 아름다움 어찌 말로 다 하리, 그저 손안에 놓고 즐겨 볼 뿐.”

 

과거 여자의 최고 행복은 돈 많은 남자를 만나 편안히 사는 것이었다. 그러려면 발이 작고 예뻐야 했다. 네가 작게 한다면 나는 더 작게! 그러다보니 전족을 하지 않은 여성은 천민으로 취급됐다. 남자 쪽에서는 아무리 가난해도 발 큰 여자를 집에 들이는 것을 가문의 수치로 여겼다. 아름다운 전족을 한 여성을 소유하는 것은 남성의 높은 지위와 신분의 상징이었다. 그래서 전족은 상류층을 동경하는 서민들에게 무섭게 확산되었다. 서민 여성들은 전족을 한 채 무릎으로 기어 다니며 농사일과 집안일을 해냈다.

 

10cm 전족을 만드는 것은 상상 이상으로 무서운 일이다. 발가락을 발바닥으로 접어 넣고 발등 뼈를 꺾어 비정상적인 발 모양으로 성형시키기까지 뼈가 부러지고 근육이 손상되는 극심한 고통의 시간을 겪어야 한다. 엄마는 딸아이가 네다섯 살이 되면 닭을 잡아 뜨거운 배 속으로 아이의 발을 집어넣어 부드럽게 만든다. 그 다음 엄지발가락만 놔두고 네 발가락을 완전히 꺾어 발바닥에 밀착시킨다.

 

서 있는 것조차 힘들지만 예쁜 발 모양을 만들기 위해 억지로 걷게 한다. 부러지는 발가락 뼈, 곪아 허물어지는 피부조직.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발은 작아지고 신부의 값은 높아진다. 크기는 작게, 폭은 가늘게. 전체 모양은 산처럼 휘어지게, 발끝은 뾰족하게. 게다가 향기롭고, 부드럽고, 단정할 것. 그러나 이 모든 조건을 만족시키는 황금 연꽃 발은 현실에 존재하기 힘들었다.

 

이 소설의 원제는 삼촌금련이다. 청나라 말기, 톈진의 부호이자 전족으로 유명한 동씨 가문 여성들의 이야기다. 청나라 말, 여성 인구의 80%가 이상적인 전족 만들기에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엄청난 고통을 감수했다. 소설의 주인공인 과향련이 전족파 수장이 된 것은 본인의 의지가 아니었다. 시집을 간 집안인 동가(冬家)의 가풍이 전족을 중요시했지만 어디까지나 가풍일 뿐, 여성들은 외부와 철저히 단절돼 있었다. 그러나 반전족파가 그들의 목표를 이루기 위해 동가를 표적으로 삼고 공격을 퍼붓자, 과향련은 어쩔 수 없이 전족을 고수해야 한다는 입장을 대변하게 되었다.

 

그러나 그녀의 진정한 속마음이 어떤지는 누구도 몰랐다. 손녀의 전족을 미루다, 미루다 어쩔 수 없어서 시작한 할머니의 마음처럼, 자기 딸에게만은 전족을 시키지 않기 위해 멀리 떠나보내고 그리워하는 어머니 과향련의 마음이 애달프다. 반전족파의 수장은 망사 스타킹에 새빨간 하이힐을 신은 우준영이다.

 

그녀뿐 아니라 당시 반전족파 여성들 사이에서는 하이힐이 선망의 대상이었다. 이런 부분은 최근 일부 탈코르셋 운동 지지자들이 탈코르셋을 지지하지 않는 여성을 공격하는 사례와 매우 비슷하다. 그런데, 이들은 훗날 하이힐이 탈코르셋 운동이라는 이름 아래 악습으로 비난받을 줄 상상이나 했을까?‘강요된개혁은 억압된악습보다 크게 나을 것이 없다. 반전족파의 개혁은 과연 진정한 개혁이었을까?

 

당시 사람들 눈에도 전족과 하이힐은 큰 차이가 없어보였다. 전족을 벗어나 하이힐에 묶인 여성들, 정말 아이러니하다. 때문에 전족파와 반전족파의 대결은 이 소설의 명장면이다.

 

 

작가 펑지차이 소개


1942년 중국 톈진(天津)에서 태어났다. 소설가이자 서예가, 화가이기도 하다. 톈진시 문학예술연합회 주석, 국제 펜클럽 중국센터 회원 등을 역임했다. 현재 중국 문학예술 계연합회 부주석, 중국 소설학회 회장, 중국 민간문예가협회 주석, 중국 민주촉진회 중앙부주석, 전국 정치협상위원회 상무위원 등을 맡고 있으며, 톈진 펑지차이 문학 예술연구원 원장으로 재직 중이다. 문화대혁명 후일담을 주제로 한 상흔문학운동의 대표적인 작가로, 그 자신이 문혁 당시 박해를 받은 경험이 있다.

 

1985년 이후 문화반사소설(文化反思小說)’로 중국 문단에 큰 영향을 미쳤다. 백 사람의 십 년(一百個人的十年)은 영국과 프랑스, 독일, 일본 등에서 번역, 출판되었다. 프랑스와 스위스 등에서 문학상을 받기도 했다. 지금까지 약 80여 종의 작품집이 출판되어 있고, 이 소설의 원제인 삼촌금련은 출간 이후 30년째 스테디셀러로, 중국과 미·일본 등에서 150만 부 이상의 판매고를 기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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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