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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00)] 소설가가 사는 골목

[책을 읽읍시다 (1500)] 소설가가 사는 골목

유선희 저 | 도서출판도화 | 272|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유선희 소설가의 네 번째 작품집이다. 그동안 그의 소설들이 그렇듯이 이번 소설집에도 소소하고 일상적인 주제를 다루면서도 욕심내지 않고 과도한 상상의 세계를 끌어들이지도 않는다. 답답함을 느낄 겨를도 없이 생생하고 절실하고 생명감 넘치는 삶이 담겨있다. 또한 재미와 웃음 뒤에 숨은 따뜻하고도 먹먹한 삶의 무게와 인간한계의 비극이 숙연함으로 스며든다.

고향무정은 화자가 고향을 찾아가는 이야기인데 보이고 들리는 모든 것이 품고 있는 화자의 고향 안동이 아무 거부감 없이 독자의 고향으로 이입된다. 화자의 시선에 실린 안정감이 고향의 가슴을 열어주고 고향이 품은 화자의 어린 시절을 자연스럽게 보여준다. 망가지고 황폐화되어가는 고향임에도 불구하고 현대인들에게 고향은 마음 깊은 곳의 원초적인 그리움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것을 고향을 지키는 기수의 형상을 통해 느끼게 한다.

 

이층 왼쪽 방 남자는 아들에 의해 남의 집에 버려진 노파와 주인 여자의 이야기이다. 어쩌다 월세에 맛이 들여 얼떨결에 노파를 떠맡게 된 주인 여자는 한 가정의 안주인이고 아들딸의 어미이고 한 남자의 아내이다. 그런 그녀가 이층 왼쪽 방 세입자 때문에 겪는 웃지 못 할, 어찌 보면 비정한 이야기를 비정하지 않게 들려주고 있다. 또한 한편으로 웃음을 머금게 하는 것은 아직 이 사회 한 구석에 남아있는 인정이 독자들의 마음을 따뜻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어떤 인연은 짧고도 경쾌한 이야기 속에 인간유형의 성격과 심리묘사 돋보인다. 인연의 사소함이 지루하지 않게 다가오고 있다. 파죽지세의 난(1)는 여교동창들의 모임인 파죽지세여자들이 나이를 먹어가면서 만나는 여러 가지 은밀한 풍속과 갈등을 오밀조밀하게 엮어나가면서도, 그 밑바닥의 크고 작은 문제들과 그에 따른 심리를 밀도 있게 보여준다.

 

 파죽지세의 난(2)는 어느덧 칠십이 된 파죽지세여자들의 현재를 재미있게 그리고 있다. 나이를 먹어도 여전히 여고생인 여고동창들이 칠순여행을 통해 보여주는 우정과 삶의 애환 그리고 여자의 본성을 유쾌하게 그리고 있다. 삶이란…」은 중풍에 쓰러져 죽음의 냄새가 나는 노인의 상황을 군더더기 없이 있는 그대로 정직하게 서술하고 있다. 노인의 질병 때문에 가정이 와해되고 있는 모습을 작은 목소리로 속삭이듯이 나직하게 들려주는데,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를 보통의 일상사로 담담히 풀어나가는 이야기가 쿨하게 다가온다.

 

때로는 좋은 이별은 상식을 벗어나는 여인의 집착을 그리고 있다. 남편과 사별하고 혼자가 된 후부터 터무니없이 타인에게 전 존재를 의지하는 여인의 형상은 사람사이의 유대에 관해 많은 것을 시사하고 있다. 표제작인 소설가가 사는 골목은 자신의 골목을 지키려고 자존심을 걸고 살아가는 소설가의 사연이 시종일관 건강하면서도 위트 있는 문장으로 독자들을 압도한다. 또한 서울에 드물게 남아있는 주택가의 오래된 골목에 대한 역사와 전통 그리고 그 골목 사람들의 이야기는 서울 골목의 서지학적 기록으로도 흠이 없는 소설이다.

 

유선희의 소설 소설가가 사는 골목은 허위나 가식 위선을 발견하기 어려운, 작가 특유의 투명한 솔직함과 올곧음으로 채워져 있다. 그것은 그의 소설들이 누구나 일상 속에서 흔히 겪을 수 있는 주제를 무겁지 않게 생기발랄하게 다루기 때문이다. 아울러 소설 속에서 내포하고 있는 일상성은 인간이 살면서 직접 겪은 체험의 범주를 아우르면서도, 그것을 뛰어넘어 사람 사는 구석구석을 향해 뻗어 있다. 그래서 소설가가 사는 골목이 이 정도는 돼야지!’하는 소설의 문장이 오래도록 기억에 남는다.

 

 

작가 유선희 소개


[수상]

1990. 월간문학 신인상 데뷔.

2001. 문화관광부 창작지원금 수혜, 2004. 올해의 최우수소설 선정(한국소설가협회), 2009. 올해의 주목할 작가상(한국예술가협회), 2012. 월간문학상(한국문인협회).

 

[작품집]

1994. 미친대추나무의 노래(삶과꿈), 2002. 시간의 덫(책읽는 사람들), 2009. 이층 왼쪽 방 남자(청어), 2018. 소설가가 사는 골목(도화).

한국소설가협회 중앙위원, 한국문인협회 회원, 국제 펜클럽 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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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