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557)]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
로버트 비티 저 | 김지연 역 | 아르볼 | 440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판타지 독자들의 가슴을 뛰게 만드는 소설이 출간됐다. 이야기의 즐거움을 아는 이들이라면 분명 반길 ‘세라피나 시리즈’이다. 『Willa of the Wood』로 또다시 아마존 1위에 올라선 최고의 작가 로버트 비티의 작품이다.
로버트 비티는 시리즈의 첫 번째 권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로 명성을 얻음과 동시에 판타지 작가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이 책은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 60주간 베스트셀러에 이름을 올렸다. 두 번째 권 『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 역시 출간되자마자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완결 편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은 뉴욕타임스·아마존·반스앤노블·퍼블리셔스위클리·USA투데이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시리즈의 대미를 장식했다.
총 3부작으로 기획된 ‘세라피나 시리즈’에는 단숨에 책을 읽어 내려가도록 만드는 힘이 있다. 손에 땀을 쥐는 도입부, 숨 돌릴 틈 없는 전개, 극적인 반전이야말로 이 시리즈의 특징이다.
1권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의 백미는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를 입은 남자의 정체를 추리하는 데 있었다. 2권 『세라피나와 뒤틀린 지팡이』는 뒤틀린 지팡이를 사용하는 적과 적인지 아군인지 모르는 수상한 인물이 대거 등장하면서 추리 난도가 쑥 올라갔었다.
3권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은 보다 깊고 어두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세라피나는 영문도 모른 채 어둠 속에서 만신창이가 되어 깨어나고 거대한 폭풍우를 부르는 정체불명의 적이 서서히 빌트모어를 덮친다. 오랜 적의 부활일까? 새로운 적의 등장일까? 과연 세라피나는 자기 자신은 물론 사랑하는 이들을 지킬 수 있을까?
‘세라피나 시리즈’의 배경이 된 빌트모어 대저택은 실제로 존재하는 곳이다. 미국 노스캐롤라이나주 애쉬빌이라는 미국에서도 아름답기로 유명한 소도시에 위치한다. 작가 역시 애쉬빌에서 아내와 세 딸과 함께 살고 있다. 실제 빌트모어를 바라보며 거대한 저택의 어딘가에 숨어 살고 있는 소녀 세라피나를 탄생시킨 것이다. 빌트모어를 방문하면 햇빛이 쏟아지는 겨울 정원, 웅장한 대층계, 화려한 도서관 등 책 속에 나오는 장소를 실제로 구경할 수 있다.
작가는 미국의 철도 산업을 주름잡던 대부호 밴더빌트 가문의 개인 주택을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하고, 소설 속에 역사적 사실과 실존 인물을 자연스럽고 절묘하게 녹여 냈다. 로버트 비티 특유의 깔끔하고 세밀한 묘사에 흡인력 있는 전개가 더해지면서 이야기는 절정을 향해 가속 페달을 밟는다. 장담컨대 로버트 비티의 서술을 따라가기만 해도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느낌은 물론이고, 어느덧 빌트모어의 문 앞에 와 있는 듯한 착각을 하게 될 것이다.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에서는 극한 상황으로 내몰린 주인공들의 변화가 두드러진다. 영혼을 흡수하는 검은 망토, 동물을 조종하는 뒤틀린 지팡이, 그 뒤에는 사악하고도 강력한 적 유라이아가 있었다. 유라이아는 밴더빌트 가문을 향한 복수심에 사로잡혀 빌트모어를 무차별적으로 공격했다. 그에게는 딸인 로웨나조차 복수의 수단에 불과했다. 로웨나는 아빠에게 인정받기 위해서는 무슨 짓이든 했다. 심지어 살인도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죽음의 문턱에서 돌아온 로웨나는 난생처음 아빠에게, 자기 자신에게 회의를 품고 흔들린다. 또 다른 주인공 브레이든은 사람과 동물을 가리지 않고 순수한 애정과 믿음을 보이는 따뜻한 성격이었으나 무슨 이유에서인지 날카로운 모습으로 주변에 날을 세운다. 그리고 빌트모어의 수호자로서 절체절명의 위기마다 용기 있는 선택을 한 세라피나는 하룻밤 사이에 너무도 달라진 현실을 마주하고 갈팡질팡한다.
적이라 믿었던 로웨나가 아군으로 보이고 아군이라 믿었던 브레이든이 적으로 보이는 혼돈 속에서 세라피나는 갈피를 잡지 못하고 흔들린다. 위기와 변화 속에서 과연 주인공들은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그 선택은 옳은 것일까? 이에 대해 작가는 세라피나 아빠의 입을 빌어 선택의 중심에는 변하지 않는 것에 대한 믿음이 있어야 한다고 말한다.
“네 곁에 있는 사람들을 믿고 살거라, 세라야. 친구와 가족, 네가 사랑하는 사람들을 믿고 살거라. 네 마음속 깊은 곳에서 언제나 강처럼 흐르고 있는 네 영혼을 믿거라.”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저마다 간직하고 있는 때 묻지 않은 영혼이다. 아빠의 대답을 듣는 순간 세라피나는 깨닫는다. 자신의 영혼이 간직한 순수함을 믿을 때 다른 사람의 영혼 또한 믿을 수 있다는 사실을, 그리고 그렇게 서로를 믿을 때 다 함께 옳은 길로 나아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세라피나 시리즈’의 완결 편 『세라피나와 조각난 심장』은 전편보다 짙고 으스스한 어둠이 깔려 있다. 그 어둠에 맞서는 주인공들은 더욱 눈부시게 성장한다.
작가 로버트 비티 소개
세라피나 시리즈 3권으로 전 세계에 돌풍을 일으킨 판타지 작가, 로버트 비티의 이력은 매우 독특하다. 지금은 글 쓰는 일을 직업으로 삼고 있지만, 예전에는 클라우드 컴퓨팅의 선구자였고 ‘플렉스 시스템즈’라는 곳의 CEO이기도 했으며, ‘비티 로보틱스’라는 곳의 공동 설립자였다. [내러티브 매거진]의 회장도 맡았다.
클라우드 컴퓨팅 벤처 기업의 창업자이자 대표로서 일하던 시절, 비티는 일주일에 90시간 넘게 업무에 매달리던 지독한 일벌레였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비티의 아내가 비호지킨 림프종 진단을 받으면서 가족과 함께 더 많은 시간을 보내겠다고 결심한 뒤, 과감히 회사를 정리하고 어린 시절 꿈이던 작가의 길로 들어선다.
나이 오십이 넘어 출간한 첫 소설 『세라피나와 검은 망토』는 60주간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1위에 이름을 올리며 세계적으로 작가의 이름을 알렸다. 이어지는 2권과 3권 역시 전 세계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으며 성공적인 판타지 작가이자 최고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입지를 굳혔다. 2018년 7월에 발표된 신작 『Willa of the Wood』 역시 아마존 분야 1위를 선점하며 흥행하고 있다. robert-beatty.com에서 저자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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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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