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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564)]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책을 읽읍시다 (1564)] 체리새우 : 비밀글입니다

황영미 저 | 문학동네 | 200| 11,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이 9회를 맞았다. 1회 수상작 불량 가족 레시피부터 지난해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에 이르기까지, 오늘날 청소년들과 호흡하는 소설을 폭넓게 발굴해 온 문학동네청소년문학상 공모전의 아홉 번째 수상작은 황영미 작가의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 관계의 굴레와 스트레스에서 벗어나 스스로를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까지 다현이의 여정이 담겼다. 교실에서 펼쳐지는 복잡하고 미묘한 관계의 풍경, 그러한 관계를 겪어 내는 중2 화자의 목소리가 너무도 생생하여 심사위원들을 놀라게 한 작품이다.

 

다현이에게는 친구가 가장 중요하다. 중학교에 들어와 다섯 손가락의 멤버가 된 건 행운이었다. 하지만 친한 친구들에게도 절대 말해선 안 되는 것이 있는 법. 아이돌 노래보단 가곡이랑 클래식 음악이 좋고, 주근깨 있는 자신의 얼굴이 실은 꽤 마음에 들며, 동네 골목길을 걸을 때마다 돌아가신 아빠를 생각한다는 사실을 다섯 손가락친구들에게는 말할 수 없다. 다시는 은따가 되고 싶지 않으니까. ‘진지충소리 들으며 무리에서 은근하게 겉도는 것만큼 무서운 일은 없다. 가끔 답답할 때면 다현이는 블로그 앱을 켠다. 체리새우블로그에서만은 온전히 자신으로 있을 수 있다. 물론 비공개로.

 

노은유는 좀 특이하다. 특별히 친한 단짝이 없는데도 아무렇지 않아 보인다. 혼자 있어도 어색해하지 않고 누가 볼까 싶은 독립영화 얘기도 태연하게 하는 아이. ‘다섯 손가락친구들 사이에선 학교 밉상 2위로 통하지만 다현이는 사실, 은유가 욕먹는 이유를 잘 모르겠다. 하지만 다현이는 은유를 싫어해 보기로 한다. 친한 친구들이 싫어하는 아이는 당연히 함께 싫어해야 하니까.

 

새학기 첫날, 다현이는 은유와 짝이 된 데다 수행 과제까지 같은 모둠이 되어 버렸다. 설상가상으로 과제 모임을 자기 집에서 하자고 제안하는 은유. 노은유와 말을 섞어선 안 된다는 다섯 손가락의 암묵적 룰을 깨야 하는 걸까? 친구들한테 노은유 집에 갔었다는 얘기를 어떻게 하지? 단톡방에 툭 던지듯 가볍게 말할 자신도 없고, 친구들에게 직접 얘기할 자신도 없다. 다현이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채, 은유를 미워하지는 못하지만 좋아하지도 않겠다고 굳게 다짐하는데. 다현이와 은유, 둘의 만남으로 완전히 새로운 관계의 지형도가 펼쳐지기 시작한다

 

자신의 취향과 생각을 숨겨 온 다현이가 체리새우블로그를 전체 공개로 전환하며 그래, 나 진지충이다. 어쩌라고!” 외치는 목소리는, 지금도 수많은 들이 머무르고 있는 비공개의 세상에 시원하게 울려 퍼진다. 어쩌라고는 관계 속에서 길을 잃은 아이와 어른 모두에게 힘을 쥐여 주는 마법의 주문이 된다.

 

사람들은 나를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나는 지금 어떻게 보일까, 나를 싫어하면 어쩌지. 타인의 시선에 흔들리고 또 흔들리다가 진짜 '를 감추고 만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특히 학교라는 폐쇄적인 공간에서 어떻게든 원만하게 친구 관계를 유지해야 하고 어떻게든 가 되지 않아야만 하는 청소년들에게, 진짜 나 자신을 내세우는 일은 익숙하지 않을 수밖에 없다. 체리새우: 비밀글입니다는 지금 이 순간에도 우리의 세계에 속하기 위해 를 감추고 있을 청소년들에게 건네는 공감의 말이자 든든한 응원의 외침이다.

 

 

작가 황영미 소개


경북 문경, 서울 강서구, 관악구, 도봉구 등지에서 살았다. 캐나다 밴쿠버에서도 1년 거주했고, 지금은 수원에서 산다. 살던 곳의 사계절과 저녁이 내리는 거리, 그 거리를 걷던 사람들에 대한 소중한 기억이 마일리지처럼 쌓여 있다. 장편소설 판탈롱 순정』 『중딩은 외롭지 않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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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