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려령 저 | 창비 | 300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완득이』 『우아한 거짓말』 등으로 폭넓은 독자층의 사랑을 받았던 작가 김려령이 신작 장편소설 『일주일』로 돌아왔다. 이번 소설은 김려령만의 강렬한 에너지로 성숙한 사랑과 결혼에 대해 흥미진진하게 이야기한다. 눈을 뗄 수 없게 만드는 흡인력 강한 서사가 깊은 인상을 남기는 가운데 생생하고 매력적인 인물과 이들 사이를 경쾌하게 오가는 대사는 소설 읽는 맛을 한층 더한다.
힘겨운 일상으로부터 벗어나 한숨 돌리기 위해 찾은 이스탄불, 낯선 그곳에서 우연히 만난 도연과 유철은 단박에 서로에게 끌려 사랑에 빠진다. 둘은 뜨겁게 행복한 일주일을 함께하지만, 서로 일상으로 돌아가야 함을 알고 있었기에 연락처 하나 묻지 않고 조용히 헤어진다. 그렇게 몇년 뒤, 도연과 유철은 K시의 한 행사에서 작가와 국회의원의 모습으로 우연히 마주치고, 이를 계기로 예전의 사랑은 다시 불타오른다. 둘 다 이혼을 경험한 터라 조심스럽게 서로를 보듬고 이해하며 사랑을 키워나갈 무렵, 유철의 전처인 정희의 등장으로 모든 것은 어그러지기 시작한다.
도연을 이스탄불에서 만나기 훨씬 전부터 유철과 정희의 결혼 생활은 엉망이었다. 정희는 사람들에게 “스토커”라고 빈축을 살 정도로 숨 돌릴 틈 없이 유철 옆에 붙었고, 유철도 그런 정희를 포기한 채 내버려두었다. “서로를 바라보지 않은 채 오래였고 혐오만 남은 부부”가 되어 헤어지게 됐다. 하지만 유철과 도연의 행복한 모습을 보고 비참함을 느낀 정희는 둘의 사랑을 깨뜨리기로 마음먹고 언론을 이용해 두 사람을 불륜으로 매도한다. 가장 행복했던 일주일이 덜미가 되어 유철과 도연은 여론의 뭇매를 맞게 되고, 정희는 그 일주일을 무기 삼아 마음껏 둘을 괴롭히면서 갈등은 점차 빠르게 고조된다.
이스탄불에서 시작된 ‘일주일’은 설레는 사랑의 시작이 되었다가 주인공들을 위협하는 덫이 되었다가 사건의 실마리가 되는 등 끊임없이 변주되며 이야기를 강렬한 에너지로 끌고 가는 중심축이 된다. 운명의 일주일로 인해 세 등장인물이 묶였다 풀렸다 하며 긴장감 넘치게 펼쳐지는 이야기는 후반부로 치달을수록 독자를 더욱 강하게 끌어당긴다. 특히 각 인물들의 개성 강한 내레이션이 지문 사이사이 침투하는 독특한 구성은 읽는 재미를 선사함은 물론 인물들의 섬세하고 복잡한 심리를 생생하게 전달한다.
상대의 옆에 붙어서는 것과 상대에게서 한걸음 떨어지는 것, 꽉 쥐는 것과 놓아주는 것, 일심동체로 함께하는 것과 각자의 삶을 꾸려나가는 것…. 사랑을 대하는 태도가 극명하게 대비되는 정희와 도연을 중심으로 이 작품은 ‘진정한 사랑은 무엇일까’라는 오래된 명제에 대해, 지금 여기서 다시 또 묻는다. 작가는 “상대를 옭아맨 사랑은 가짜”라고 단언하고 “무기력하게 끌려가는 당신이 아프다”면서도 “그것이 최선인 상황이라면 이 소설이 위안이 될 수도 있”을 거라고, “당신을 위한 행복을 기원”한다고 말한다. 사랑을 하는 모두가 아프지 않기를, 다치지 않고 사랑할 수 있기를 바라는 작가의 따뜻한 마음이 이 소설을 만나는 독자들에게도 깊은 감동과 깨달음으로 고스란히 전해질 것이다.
작가 김려령 소개
마해송문학상과 문학동네 어린이문학상,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석권하며 2008년 가장 주목해야 할 거물급 신인의 등장을 알린 작가.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이 단연 돋보인다.
1971년 서울에서 태어나 서울예술대학 문예창작과를 졸업했다. 증조할머니에게 옛이야기를 들으며 자란 것을 자양분으로 하여 진지한 주제의식을 놓지 않으면서도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필력이 돋보이는 작가이다. 기억의 호수에 등장하는 기억들의 다양한 모습을 통해 건망증과 착각 그리고 기시감과 기억상실에 이르기까지, 기억의 비밀들을 아이들 눈높이에 맞춰 다채롭고 유쾌하게 재현한『기억을 가져온 아이』로 제3회 마해송문학상을 수상했다.
공개입양된 아이 하늘이를 주인공으로 가족 사이의 진실한 소통과 이해에 관해 이야기하며 ‘구성해 가는 것으로서의 가족’을 잘 보여준『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로 제8회 문학동네어린이문학상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정해진 길을 맹목적으로 따라가는 대신, 세상과 온몸으로 부딪쳐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며, 온실의 화초는 절대 알지 못할 생활 감각과 인간미, 낙천성을 가진 아이의 이야기를 그린『완득이』로 제1회 창비청소년문학상을 수상하였다. 『완득이』는 연극으로도 각색되었으며, 동명의 영화로도 제작되었다.
대표 작품으로 『가시고백』 『우아한 거짓말』 『내 가슴에 해마가 산다』 『기억을 가져온 아이』 『요란요란 푸른아파트』 『그 사람을 본 적이 있나요?』 『완득이』 『너를 봤어』 『트렁크』 『샹들리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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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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