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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27)] 나이트 워치

[책을 읽읍시다 (1627)] 나이트 워치

새라 워터스 저 | 엄일녀 역 | 문학동네 | 668| 16,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나이트 워치핑거스미스이후 작품 배경이 한정적이라는 고민 끝에 1940년대로 무대를 옮겨 세라 워터스 코드의 변모를 알리는 첫 신호탄으로 발표한 작품이다. 2차세계대전의 상흔으로 어지러운 1940년대 런던을 배경으로 젊은이 6인의 이야기를 전개하는 이 작품은 세라 워터스 최초의 ‘3인칭 시점소설이자 역사 스릴러’ & ‘레즈비언 스토리라는 양대 코드를 전쟁 배경으로 가져와 한층 보편적 영토로 확장시킨 시도이기도 하다.

 

나이트 워치는 총 3부 구성이며 연도 역순으로 배치된 각 부의 제목인 ‘1947’ ‘1944’ ‘1941’이 핵심 키워드 역할을 한다. 이 연도들은 워터스가 19세기와 선을 긋고 작품의 무대를 이동했다는 선언이자, 전쟁이 할퀴고 지나간 상실과 좌절의 시대를 이야기하겠다는 예고이기도 하다.

 

케이-헬렌-줄리아 레즈비언 연인들의 관계와 비브-덩컨-프레이저 사이의 애정과 긴장어린 관계를 바탕으로 드라마틱하게 교차하는 인연들의 이야기를 펼쳐 보인다. 즉 현재에서 과거로 거슬러올라가며 인물들을 둘러싼 복잡한 감정과 사건이 한 겹씩 들추어진다. 독자들은 그 과정에서 이 인물의 밑바닥에 무엇이 있었나를 고민하고 추리하게 되면서 미래로의 진행이 아닌 과거로의 회귀가 만들어내는 서스펜스 또한 경험하게 된다. 그리고 현재에서 출발한 퍼즐 맞추기가 완성되는 그 끝에는 가슴 먹먹한 감동의 한 조각이 마련되어 있다.

 

전시에 야간구급대원으로 활약하며 수많은 부상자를 구해냈지만 종전 후 트라우마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방황하는 케이, 전쟁 피해 복구를 돕는 시청 부서에서 일하다 점점 피해자들에 대한 무심함을 느끼며 결혼정보업체로 이직한 헬렌, 전시에 피해 주택을 조사하며 작품을 써온 추리소설가 줄리아, 전쟁중 연인에게 받은 상처와 어리고 미숙했던 자기 자신으로부터 이제는 안녕을 고할 기로에 선 비브, 병역거부자로서 함께 수감생활을 하다 석방 후 각자의 삶을 살고 있는 덩컨과 프레이저.

 

전쟁이 한창인 1941년부터 종전 후인 1947년까지를 배경으로 이들 6인의 젊은 런더너들은 참혹한 전쟁 트라우마와 성역할·병역거부 같은 시대적 고민을 안고서 사회적 계급과 처지, 성정체성과 가치관 등에 따라 저마다의 방식대로 표류하고 분투하는 모습을 보여준다. 더불어 도시가 파괴되고 사람들이 죽어나가는 상실의 폐허 속에서도 자신의 정체성과 욕망을 직시하고 소중한 것들을 지켜내며 살아남고자 몸부림친다. 작품은 그 치열한 생의 몸짓들을 통해 인간의 근원적인 사랑과 욕망에 대한 질문들을 던진다.

 

워터스는 작품 배경을 19세기에서 20세기로 옮기며 1940년대 전시 런던의 생활상에 대해 치밀한 조사를 했다. 거기에 그의 특기인 궁극의 묘사능력이 전쟁중인 무대를 만나 더욱 진한 생생함과 선득함을 발휘하게 되었다. 전시의 피폐한 도시, 공습중의 소음과 냄새, 당시 사람들의 생활상과 내면이 자세하게 그려지고 촘촘하게 연결되며, 그러기에 인물들이 발산하는 사랑과 욕망과 증오와 후회의 몸짓들이 더욱 아름답고 선명하게 각인된다.

 

기사도 정신을 지닌 레즈비언 케이는 전쟁중에 큰 활력을 발산하며 많은 부상자들을 구해내고 자신의 연인에게도 무한한 사랑과 감사를 느끼지만, 오히려 전후에는 당시 부상자들의 참상에 사로잡혀 방황하게 된다. 헬렌과 줄리아는 폭탄이 퍼붓는 공습중에도 대피소로 가 웅크려 떠는 대신 집에 머물거나 런던 시내를 다니며 자유롭기를 더 원한다. 비브는 전쟁통에 변화한 관계들로 실망하고 인내해야 했다. 덩컨과 프레이저는 전쟁의 시대가 망가뜨린 청춘들의 삶과 그 앞에서 무력한 자신들의 모습에 괴로워한다.

 

역사상 가장 심각한 피해를 낳은 제2차세계대전 시기를 배경으로 벌어지는 이야기들은 장르와 시대를 막론하고 우리 인류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워터스는 예의 양대 코드를 전면에 유지하면서도 그 위에 전쟁이 초래하는 잔혹함과 무력함, 인간 보편의 욕망과 사랑의 모습들을 자신만의 색깔로 빚어내 확장성과 완성도를 획득한 작품을 탄생시켰다.

 

 

작가 새라 워터스 소개

 

1966년 영국의 웨일스의 펨브로크셔에서 태어났다. 켄트 대학교와 랭커스터 대학교에서 학사와 석사를 마치고, 퀸 메리 대학에서 레즈비언과 게이 역사 소설에 관한 연구로 영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박사 학위 논문을 준비하면서 레즈비언 역사 소설과 19세기 외설 문학 작품을 많이 접하게 되었고, 그에 관한 연구와 조사가 소설의 집필로까지 이어져 탄생하게 된 것이 바로 데뷔작 벨벳 애무하기(1998)이다. 빅토리아 시대 말기 런던의 풍경과 레즈비언 세계를 전문가다운 솜씨로 그려 낸 이 작품으로 워터스는 평단과 독자 모두의 찬사를 받으며 세라 워터스를 일약 레즈비언 역사 소설의 총아로 거듭났다.

 

워터스는 지금까지 총 5편의 소설을 발표했다. 벨벳 애무하기, 끌림(1999), 핑거스미스(2002)빅토리아 시대 3부작으로 불리며, 야경꾼(2006)1940년대를, 작은 이방인(2009)은 제2차 세계 대전이 끝난 직후를 배경으로 삼고 있다. 워터스는 2002년 영국 도서상의 올해의 작가상부분을 수상했고 2003년에는 그랜타에서 뽑은 영국 최고의 젊은 작가들중 한 명으로 선정되었다. 현재 런던에 살고 있다. 게스트(2014)는 제1차 세계대전 이후 거대한 변화의 정점에 선 런던을 배경으로, 저택에 사는 주인공과 세입자로 들어온 여성이 예기치 못한 우정에 빠지며 벌이는 매혹적인 이야기다. 워터스는 이 작품으로 영국 유수 문학상인 베일리 여성 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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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