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629)] 깃털 도둑
아름다움과 집착, 그리고 세기의 자연사 도둑
커크 월리스 존슨 저 | 박선영 역 | 흐름출판 | 428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의 저자 커크 월리스 존슨은 특이한 이력을 소유한 저널리스트이다. 그는 시카고 대학을 졸업한 후 커뮤니케이션 리더십과 정책 관련 연구를 거듭하던 중 전쟁 이후 파괴된 도시의 재건을 위해 이라크에서 활동했다. 이후 그는 이라크 난민의 재정착을 위한 리스트 프로젝트를 창립해서 약 2500여 명의 이라크 난민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이 책은 2009년 영국 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해 299점의 새가죽을 훔친 열아홉 살(당시 나이)의 천재 플루트 연주자 에드윈 리스트의 실화를 다루고 있다. 열세 살에 컬럼비아 그린 커뮤니티 대학에 입학하고, 열여섯 살에 세계 최고 명문이라는 런던 왕립음악원에 입학한 에드윈 리스트가 플루트 연주 외에 또 한 가지 천재성을 드러낸 분야는 바로 연어 낚시에 사용되는 플라이를 제작하는 일이었다. 월리스 존슨은 자칫 ‘깃털’ 오타쿠의 가벼운 범죄로 묻혀 버릴 이 사건을 5년여의 취재를 통해 ‘깃털’의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 탐욕으로 얼룩진 인류의 역사를 한 편의 뛰어난 소설처럼 재구성해내었다.
월리스 존슨은 이 ‘깃털 도둑’ 사건을 풀기 위해 플라이 중독자, 깃털 장수, 마약 중독자, 맹수 사냥꾼, 전직 형사, 수상한 치과 의사 등 수많은 사람들을 만나 그들의 은밀한 세계를 파헤치면서 아무리 값비싼 대가를 치르더라도 아름다움을 추구하고자 하는 인간의 끝없는 욕망을 펼쳐 보인다. 그 과정에서 월리스 존슨은 다윈과 함께 종의 기원 창시자로 알려진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탐험과 수집벽이 있는 은행 재벌, 19세기 깃털 열병을 일으킨 모자 산업 등, 개인과 사회의 역사를 종횡으로 오간다.
이 책의 저자 월리스 존슨은 이 특이한 ‘깃털 도둑’ 사건의 주범과 그들만의 ‘깃털 리그’를 옹호하는 사람들의 은밀한 세계를 파헤치는 동시에 ‘깃털’에 얽힌 인류사의 궤적을 쫓는다. 그 여정은 흥미롭게도 탐험가 앨프리드 러셀 월리스의 첫 번째 탐험에서부터 시작한다.
다윈이 태어나고 13년 후인 1823년 영국에서 태어난 월리스는 토지 측량사이자 탐험가였고 말레이제도에서 극락조의 짝짓기 의식을 목격한 최초의 박물학자였다. 또한 자연선택을 통해 진화를 설명한, 그 유명한 다윈의 ‘종의 기원’ 이론을 함께 창시한 인물이며, 생물지리학이라는 새로운 과학 분야를 창시한 과학자였다.
이 박물관은 인류 역사상 가장 엄청난 자산가의 가문에서 태어난 월터 로스차일드가 소유한 사설 박물관이었다. 월터 로스차일드는 귀족이자 부호이면서, 세계에서 가장 많은 새를 수집한 인물이기도 했다. 월터 로스차일드는 그가 가진 모든 재산을 쏟아 부어 전 세계의 동물과 새들을 수집했고, 그가 사망한 이후 그 박물관은 세계에서 가장 유례 깊고 귀중한 새가죽을 소장하고 있는 자연사박물관으로서의 명맥을 이어오고 있었다. 에드윈 리스트라는 플루트 연주자가 침입해 299점의 새가죽을 훔쳐가기 전까지는.
하지만 박물학자, 인류학자, 박물관 큐레이터들의 인류를 위한 대의와 헌신은 아름다움에 집착하는 인간의 욕망에 늘 맞서 싸워야 했다.
19세기의 마지막 30년 동안 지구상에 존재하는 수억 마리의 새가 인간에 의해 살해당했다. 에르메스 가방과 크리스찬 루부탱 구두가 나오기 전까지 신분을 표현하는 최고의 수단은 죽은 새였다. 더 이국적이고 더 비쌀수록 더 높은 신분을 상징했다. 새의 깃털을 패션의 수단으로 사용한 건 마리 앙투아네트였다. 그녀는 루이 16세로부터 받은 다이아몬드 장식의 왜가리 깃털을 공들여 치장한 올림머리에 꽂아 넣었다. 그녀가 죽고 100년이 지나지 않아 새의 깃털은 전 세계 여성이 사랑해 마지않는, 여성들이 쓰는 모자를 장식하는 패션 아이템이 되었다. 이에 따라 모자 산업은 폭발적으로 성장했다.
하지만 아름다운 무언가를 소유하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은 완전히 사라질 수 없었다. 자연을 보호하자는 운동이 표면화될수록 밀거래 역시 활성화되었다. 20세기를 지나 21세기에 와서도 이런 밀거래는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희귀 깃털을 거래하며 깃털에 병적으로 집착하는 사람들, 빅토리아 시대의 예술을 구현하는, 연어 플라이를 만드는 사람들 역시 그들 중 하나였다. 트링의 자연사박물관을 침입한 기이한 도둑. 에드윈 리스트, 열아홉 살의 천재 플루트 연주자. 그에게는 또 다른 별명이 하나 더 있었다. ‘플라이 타잉의 미래.’ 그는 빅토리아 연어 플라이의 천재 제작자였다.
월리스 존슨은 에드윈 리스트가 트링의 자연사박물관에 침입하던 그 날 밤의 이야기부터 독자에게 들려준다. 그리고 그 밤 이후 에드윈이 훔쳐낸 새 ‘깃털’들의 운명은 어떻게 되었는지, 그의 범행은 어떻게 밝혀졌으며, 수사가 어떻게 진행되었고, 어떻게 에드윈이 잡히게 되었는지, 이 모든 이야기는 마치 한 편의 미스터리 소설처럼 전개된다. 에드윈 리스트는 결국 재판을 받고 사건은 종결되는데, 월리스 존슨은 특유의 집념으로 그 이후의 이야기를 취재하여 결국 이 사건에 숨겨진 진실을 캐낸다. 그 진실은 과연 무엇일까.
작가 커크 월리스 존슨 소개
전쟁으로 파괴된 도시의 재건을 위한 에이전시의 최초 조정관으로 근무했으며 바그다드와 팔루자에 파견된 미국 국제개발처(USAID)와 협력하며 이라크에서 활동했다. 그는 이라크 난민의 재정착을 위한 리스트 프로젝트를 창시해 약 2500명의 이라크 난민들이 미국에 정착할 수 있도록 도왔다. 시카고 대학을 졸업하고 커뮤니케이션 리더십과 정책에 관한 USC 아넨버그 센터의 선임 연구원, 독일 베를린의 전문대학, Yaddo(미국 뉴욕 주 새러토가스프링스에 위치한 예술가 커뮤니티), 맥도웰 콜로니(MacDowell Colony), 월니처 재단(Wurlitzer Foundation)에서 박사 후 과정을 수료했다. ‘뉴요커’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로스앤젤레스타임스’ 등에 다양한 주제의 글을 기고하면서 아내, 아들, 딸과 함께 로스앤젤레스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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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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