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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54)] 산 자들

[책을 읽읍시다 (1654)] 산 자들

장강명 저 | 민음사 | 384|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산 자들2015년부터 2019년까지 여러 문예지에서 발표된 10편의 단편소설로 구성된 연작소설이다. 2010년대 한국 사회의 노동과 경제 문제를 드러내는 소설들은 각각 자르기’ ‘싸우기’ ‘버티기3부로 구분되어 리얼하면서도 재치 있게 한낮의 노동을 그린다.

 

노동 현장에서의 갈등과 그에 대처하는 사람들의 모습을 핍진하게 드러내며 한국의 비인간적인 경제 시스템이 만들어 내는 비극의 구조를 절묘하게 포착하는 이 작품은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 원미동 사람들등 한 시대 서민들이 살아가는 풍경을 다룬 연작소설의 전통을 잇는다. 2010년대 서민들이 살아가는 풍경, 장강명 연작소설 산 자들에 있다.

 

산 자들은 취업, 해고, 구조조정, 자영업, 재건축 등을 소재로 한국 사회의 노동 현실과 그러한 현실을 빚어내는 경제 구조를 동시에 보여 준다. 제목인 산 자들은 수록작 중 공장 밖에서에서 나오는 표현이다. 파업 중인 공장 옥상에 현수막이 걸려 있고, 현수막에는 해고는 살인이다.”라는 문구가 적혀 있다.

 

해고는 살인이었으므로 해고당한 사람들은 죽은 자이고 해고자 명단에 오르지 않은 사람들은 산 자인 셈이다. 그러나 산 자들역시 괴롭기는 마찬가지다. 한국 사회의 억압 구조에 사로잡혀 몸과 마음 모두 옴짝달싹 못한 채 그저 살아만 있을 따름이기 때문이다. 소설은 이러한 구조 안에서 가해자나 피해자가 분리되지 않고 서로가 서로를 억압하는 양상을 절묘하게 포착한다.

 

구조조정과 파업, 빵집들의 유혈 경쟁, 재개발과 재건축, 취업난 등 소설이 다루고 있는 소재는 오늘날 일자리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문제들을 총체적으로 보여 준다. 다양한 세대, 다양한 상황에 처한 사람들은 누구도 악인이 아니지만 서로가 서로에게 적이 되기도 한다.

 

공생하거나 상생할 수 없는 무한 경쟁의 구도 안에서 승자 없는 싸움을 계속하지만 정작 그들은 어떤 것도 결정하지 않았고 무엇도 결정할 수 없다. 이 격렬하고도 공허한 싸움이 편편마다 개성적인 인물과 상황을 통해 변주된다. 몰입해서 순식간에 읽고 나면 방금 지나온 곳이 해당 문제의 뇌관이고 폐부였음을 알게 되는 식이다.

 

심각하고 처연한 문제지만 이야기를 드러내는 방식은 외려 명쾌하고 가볍다. 더욱이 부조리한 현실의 덫에 걸린 사람들의 이야기에는 풍자와 비애, 유머와 냉소가 적절한 비율로 섞여 있다. 산 자들은 리얼한 소설로서 당대 문제에 공감하게 만드는 측면 이외, 한 걸음 뒤에서 소설의 주제를 관망하며 균형 잡힌 시선으로 사안을 다시 보게 만든다.

 

장강명 작가의 탁월함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알바생 자르기를 읽으며 해고가 만들어 낸 갈등의 현장을 직시하게 된 독자들은 여덟 편의 작품을 거쳐 마지막 작품 새들은 나는 게 재미있을까에 이르러 정의롭지 못한 사회에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곰곰이 생각하게 될 것이다. ‘산 자들의 이 고단하고 지난한 여정 위에서 우리 삶은 어디에 서 있는 걸까. 직면하고 돌아보는 사이 세상을 바라보는 또 다른 시선이 시작되고 있을 것이다.

 

 

작가 장강명 소개

 

연세대 공대 졸업 뒤 건설회사를 다니다 그만두고 동아일보에 입사해 11년 동안 사회부, 정치부, 산업부 기자로 일했다. 기자로 일하면서 이달의기자상, 관훈언론상, 씨티대한민국언론인상 대상 등을 받았다.

 

장편소설 표백으로 한겨레문학상을 받으며 소설가로 데뷔했다. 장편소설 열광금지, 에바로드로 수림문학상, 장편소설 댓글부대로 제주4·3평화문학상과 오늘의작가상, 그믐, 또는 당신이 세계를 기억하는 방식으로 문학동네작가상, 단편 <알바생 자르기>로 젊은작가상, 단편 현수동 빵집 삼국지로 이상문학상을 받았다.

 

그 외 장편소설 한국이 싫어서, 우리의 소원은 전쟁, 호모도미난스, 소설집 뤼미에르 피플과 르포르타주 당선, 합격, 계급, 에세이 5년 만에 신혼여행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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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