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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56)] 살인 현장은 구름 위

[책을 읽읍시다 (1656)] 살인 현장은 구름 위

히가시노 게이고 저 | 김난주 역 | 재인 | 276| 13,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주인공인 두 스튜어디스의 이름은 하야세 에이코와 후지 마미코. 회사에서는 통칭 A, B코로 불린다. 입사 동기인 두 사람은 사내에서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의 유명 인사지만, 유명한 이유는 서로 같지 않다. 아니 같기는커녕 하늘과 땅, 해와 별, 석탄과 다이아몬드만큼이나 다르다. 외모나 성격, 이력 등의 면에서 둘은 완전히 대조적인 캐릭터.

먼저 B. 뚱뚱한 몸매에 동그란 얼굴. 한마디로 승무원치고는 흔치 않은체형이다. B코라는 별명이 붙은 이유도 시종일관 A코와 붙어 다닌다는 단순한 것 외에, 비즈(Beads, 구슬)처럼 동그랗게 생겼다는 이유가 하나 더 있다.

 

A코는 입사 시험 때 경력 사항으로 시험관들을 깜짝 놀라게 했다. 이력서에 도쿄대 중퇴라고 쓰여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시험 성적으로 또 한 번 회사를 놀라게 했는데, 1차 시험에서 최종 면접까지 단연 톱으로 통과했기 때문이다. 당연히 훈련 과정도 수석으로 졸업했고 정식 승무원이 된 뒤로는 조종사들의 신뢰 또한 두터워 그녀라면 무슨 일을 시켜도 걱정 없다는 이야기가 사내에서 정설처럼 통한다. 그렇다고 그녀가 나서서 일을 척척 해내는 스타일은 아니다. 평소에는 오히려 말이 없고 얌전한 편. 남들 뒤에 조용히 있다가 돌연 큰일을 해내는 스타일이다. 더구나 그녀는 갸름한 얼굴에 날씬한, 고전형의 미인이다.

 

B코 역시 시험관들을 놀라게 했다는 점에서는 A코와 마찬가지다. 그러나 그 이유는 달랐다. 수험표에 붙어 있는 사진이 실제 얼굴과 너무 차이가 나기 때문. 그 뛰어난 보정 기술과,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합격하겠다는 집념에 시험관이 감동했다는 뒷얘기마저 있다. 입사 시험에서는 1차에서 면접까지 전부 아슬아슬하게 턱걸이로 통과하는 묘기를 보여 줬으며 훈련과정 역시 꼴찌로 졸업했다.

 

이런 식으로 하나에서 열까지 정반대인 두 사람이지만 신기할 정도로 호흡이 잘 맞아, 회사 동료일 뿐 아니라 한 아파트에 사는 룸메이트이기도 하다. B코가 사건을 몰고 다니며 떠벌이는 스타일이라면 A코는 뛰어난 통찰력과 기지를 발휘해 사건을 수습하고 해결하는 스타일이다. 경찰도 풀지 못하는 난제를 멋진 추리력과 상상력으로 단칼에 해결하는 재주를 A코는 가졌다.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이 두 명의 스튜어디스를 축으로 모두 일곱 편의 색다른 이야기들을 속도감 있게 전개해 나간다.

 

자산가인 아내의 재산을 가로채기 위해 조카와 공모해 그녀를 살해한 뒤 이를 은폐하려고 대담하게 알리바이를 조작하는 남편의 이야기 K호텔 살인의 밤, 갓난아기가 있는 젊은 부부들을 대상으로 한 여행 프로그램 베이비 투어에 참가한 한 커플이 실수로 엉뚱한 아기를 데리고 귀국 비행기에 오른 뒤 무책임하게 기내에 아기를 버리고 내리는 이야기 분실물에 유의하세요, ‘중매석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기내 점프시트에 앉은 스튜어디스에게 반한 청년이 그녀에게 청혼하는 이야기를 통해 소수자에 대한 일본사회의 배타적 태도를 비판하는 에피소드 중매석의 신데렐라.

 

전통을 지키려는 과자 가게 주인이 경영난을 타개하기 위해 극단적인 선택을 함으로써 빚어지는 비극 길동무 미스터리, 기내 화장실에 떨어진 유서를 우연히 주운 스튜어디스가 유서의 주인을 찾아내기 위해 동분서주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승객들의 가정사와 사회의 어두운 면을 그린 이야기 아주 중요한 분실물, 스튜어디스를 사랑한 승객이 그녀를 만나기 위해 가짜 살인극을 꾸민 후 항공사를 상대로 벌이는 협박극 허깨비 승객, 직장 상사 부인과의 불륜을 감추려고 살인을 저지른 뒤 동료에게 뒤집어씌우는 스토리 누가 A코를 노리는가.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에게 가장 많이 사랑받은 소설가" 히가시노 게이고. ‘미스터리의 제왕이라는 별칭을 지닌 그가 이번에는 비행기 탑승객들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기상천외한 사건들과 거기에 도전하는 스튜어디스 명탐정 콤비의 좌충우돌 활약상을 그린 코믹 미스터리에 도전한다.

 

기발한 상상과 그 상상을 뛰어넘는 절묘한 추리로 이루어진 살인 현장은 구름 위는 다양한 사연을 지닌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비행기라는 한정된 시공간에 모이면서 벌어지는 사건들을 통해 일본 사회가 안고 있는 문제들, 특히 거품 경제로 인한 탐욕과 허영, 부도덕이 횡행하던 시대의 일그러진 모습들을 압축적으로 보여준다. 겉으로는 아무 일 없는 듯 평온해 보이는 탑승객들은 그러나 속속들이 들여다보면 저마다 긴박한 사정과 남모를 애환을 안고 있다.

 

 

작가 히가시노 게이고 소개

 

오늘의 일본을 대표하는 작가. 1958년 오사카에서 태어났다.

오사카 부립대학 전기 공학과를 졸업한 후 엔지니어로 일하면서 틈틈이 소설을 쓰기 시작해 마침내 전업 작가의 길로 들어섰다.

 

1985방과후로 에도가와 란포상을 수상하며 이름을 알리기 시작해 1999비밀로 일본 추리 작가 협회상을, 2006년에는 탐정 갈릴레오 시리즈 제3용의자 X의 헌신으로 제134회 나오키상과 본격 미스터리 대상을 수상했다.

 

2012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으로 중앙공론 문예상을, 2013몽환화로 시바타 렌자부로상을 수상했으며, 2014년에는 기도의 막이 내릴 때로 요시카와 에이지 문학상을 수상했다.

 

그 밖의 작품으로 가면 산장 살인 사건』 『살인의 문』 『백야행』 『기린의 날개』『한여름의 방정식』 『신참자』 『탐정 갈릴레오』 『예지몽』 『다잉 아이』 『뻐꾸기 알은 누구의 것인가』 『학생가의 살인』 『오사카 소년 탐정단』 『방황하는 칼날』 『천공의 벌』 『붉은 손가락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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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