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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68)] 달과 소년병

[책을 읽읍시다 (1668)] 달과 소년병

최인훈 저 | 이광호 편 | 문학과지성사 | 597|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달과 소년병(문지작가선1)은 등단작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1959)[최인훈 전집]에 미수록되었던 표제작달과 소년병(1983), 수많은 독자들에게 읽혀온 중편 구운몽(1962), 작가 개인의 이야기가 반영된 느릅나무가 있는 풍경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연작 제1(1970) 등 총 9편의 중·단편소설이 실렸다.

 

책임 편집과 해제를 맡은 문학평론가 이광호는 최인훈의 소설을 관념적인 것, 분단의 연대기에 한정된 것으로 좁게 읽은 기존의 평가를 바로잡는다. 그는 수록 작품들 면면에 날카롭게 드러나 있는 최인훈의 실험과 도전에 주목하면서, ‘최인훈 이후한국 문학사에서의 모든 언어적 실험과 시도의 유형들 역시 나타나 있음을 짚어낸다. 그에 따르면 최인훈의 소설이 무섭도록 현재적인 것은 최인훈의 실험적인 글쓰기가 장르와 형식의 문제를 넘어서 근대 소설이라는 제도적 장치를 둘러싼 민족 국가의 이데올로기와 주체화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비판·사유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는 행동을 거부하고 철저한 무위를 주창하는 청년 모임이 불온 단체로 오인받아 국가 권력의 개입을 통해 해산되는 과정을 보여주면서 무해/무력한 공동체조차 용납하지 않은 당대 현실을 드러내는 단편소설이다. 흥미롭게도 이 (일종의) ‘한량 공동체를 구성하고 있는 남성 인물들의 허위와 남성 우월주의는 여성 인물 키티에 의해 끄집어내지고 있다.

 

단편국도의 끝(1966)에서 기지촌 여성인 그녀는 같은 버스에 탄 한국 남자 취한(醉漢)들에게 희롱을 당한다. 참다못해 버스에서 내린 그녀가 거대한 미국 담배 조형물 쪽으로 걸어가는 장면을 제시하며 작가는 이중적으로 작용하는 당대 사회의 정치적 층위와 젠더적 층위를 드러낸다. 지배자에게서 당한 탄압과 혐오를 사회적 약자에게 내리 물림하는 방식은 소설이 씌어졌을 때뿐만 아니라 오늘날까지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는 구태다.

 

한편 현실로부터 도피하는 것이 아니라 깊숙한 곳에 자리 잡은 개인적·집단적 무의식에서 은폐된 상상적 현실을 발굴하여 소설적 고고학을 선보이는 최인훈식환상소설은 웃음소리(1966), 가면고(1960), 총독의 소리(1967~76), 주석의 소리(1968) 등에서 확인할 수 있다.

 

특히 조선총독부 비밀 조직이 한국에 잔존한다는 역사적 가정 아래 총독의 담화를 기술하여 근대 민족 국가적 욕망을 비판적이며 풍자적으로 드러낸 총독의 소리는 일본과 외교무역적 마찰을 빚고 있는 이때 더욱 주목할 만하다. 독립군 소년병이 망원경 너머로 가족들을 죽인 원수인, 그러나 조국의 아이들과 어울려 노는 인간이기도 한 적들을 바라보며 혼란을 느끼는 모습을 통해 국가-제국의 폭력을 드러낸달과 소년병과 함께 살펴보기를 권한다.

 

 

작가 최인훈 소개

 

1936년 함북 회령에서 태어났으며 서울법대에서 수학했다(2017년 명예졸업). 1959그레이 구락부 전말기라울전()자유문학에 추천되어 등단했다. 1977년부터 20015월까지 서울예대 문예창작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작품 집필과 후진 양성에 힘써왔다.

 

광장/구운몽』 『회색인』 『서유기』 『소설가 구보씨의 일일』 『태풍』 『크리스마스 캐럴/가면고』 『하늘의 다리/두만강』 『우상의 집』 『총독의 소리』 『화두등의 소설과 희곡집 옛날 옛적에 훠어이 훠이, 산문집 유토피아의 꿈』 『문학과 이데올로기』 『길에 관한 명상등을 출간했다.

 

동인문학상(1966), 한국연극영화예술상 희곡상(1977), 중앙문화대상 예술 부문 장려상(1978), 서울극평가그룹상(1979), 이산문학상(1994), 박경리문학상(2011) 등을 수상했다. 광장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독일어, 러시아어, 중국어 등으로, 회색인이 영어로, 옛날옛적에 훠어이 훠이가 영어와 러시아어 등으로 번역, 간행되었다. 20187월 별세했다. 사후 금관문화훈장을 수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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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