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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673)] 나인폭스 갬빗

[책을 읽읍시다 (1673)] 나인폭스 갬빗

이윤하 저 | 조호근 역 | 허블 | 496|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최종 노미네이트되기만 해도 전 세계의 주목을 받게 되는 ‘SF계 노벨문학상휴고상. 그 휴고상에 3년 연속 최종 노미네이트된 이윤하의 장편 SF 나인폭스 갬빗. 2017나인폭스 갬빗으로 한국계 작가로서는 처음 휴고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된 이윤하는 다음 두 해까지 연이어 최종 노미네이트되면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이윤하 작가가 한 인터뷰에서 나는 어린 시절부터 읽었던 한국 민담을 좋아하고, 임진왜란에 대한 글을 좋아한다라고 밝혔던 것처럼 한국의 문화와 신화에 대한 그의 관심은 <구미호 설화>를 모티프로 한 주인공 구미호 장군을 통해 매력적으로 드러난다.

 

우주 함대를 이끌고 적에게 빼앗긴 우주 요새를 탈환하라는 명령을 받게 된, 우주 제국의 젊은 장교 켈 체리스’. 체리스가 함락시켜야할 요새는 난공불락으로 악명 높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체리스는 천재 전략가 구미호 장군의 영혼을 흡수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다시 새로운 문제에 봉착하게 되는데, ‘구미호 장군은 과거에 대학살을 저질렀던 미치광이란 것이다! 체리스의 정신을 서서히 오염시키는 구미호 장군의 영혼. ‘구미호 장군에게 정신이 함락당하기 전에, 난공불락의 요새를 함락시켜야 한다.

 

나인폭스 갬빗의 두 주인공 켈 체리스구미호 장군에게는 각각 이윤하의 한국인 정체성한국의 신화적 요소가 담겨 있다. ‘체리스는 우주 제국의 엘리트 장교로서 충성을 다하지만, 우주 제국이 탄압하는 자신의 고향에 대한 애착을 끝내 버리지 못하는 캐릭터다. 이처럼 상충하는 두 마음 사이에서 고뇌하는 체리스의 정체성엔 한국에도 미국에도 속하지 못하는 한국계 미국인으로서 살아야만 했던 이윤하의 고뇌가 고스란히 반영돼 있다. 반면 구미호 장군은 속임수를 잘 쓰는 서양 여우의 이미지와 사람을 유혹하는 동양 구미호의 이미지를 융합시킨 캐릭터다. ‘체리스구미호 장군의 영혼을 흡수하여 결국 새로운 존재가 된다는 점에서, ‘인간의 영혼을 먹고 다른 존재가 되는한국 구미호의 모티프가 흥미롭게 반영되었다.

 

작가가 구축한 SF세계가 독창적이란 평가를 받는 데엔 그저 한국적 문화와 신화를 담아내서만은 아니다. 어느 역법을 믿느냐에 따라서, 바꿔 말하자면, 어느 시간 체계를 믿느냐에 따라서 세상의 물리법칙을 개조할 수 있다는 세계관 설정 또한 전 세계 SF 팬들을 매료시키는 지점이었다. 미국 코넬대와 스탠퍼드대에서 각각 수학과 수학교육을 전공한 그는 수학 지식을 바탕으로 장대한 서사를 그려나간다. 나인폭스 갬빗은 우주를 배경으로 한 전쟁 장면이 주를 이루며, 이때 역법이 중요한 전략 무기로 사용된다.

 

해당 세계관을 현실에 적용한다면 조선의 전통 역법을 사용했던 과거의 조선인과 서양의 그레고리력을 사용하는 지금의 우리는 서로 다른 물리법칙 안에서 살아간다는 것. 이처럼 역법에 따라 가용 무기와 군사 전략도 변할 수밖에 없기에, ‘역법을 중심으로 치열한 두뇌 싸움이 흥미진진하게 펼쳐진다. 또한 이러한 수학적 아이디어가 활용된 세계관을 이윤하는 수학의 집합개념을 연상시키는 특이한 전개 방식으로 구축함으로써 더욱 이색적인 세계관을 묘사한다.

 

작가를 전 세계 SF 팬의 관심을 받게 한 최대의 공헌자는 다름 아닌 소설 주인공 켈 체리스일 것이다. 무고한 누명을 쓰고 난공불락의 요새를 탈환하라는 명령을 받은 체리스, 그녀가 난공불락의 요새를 탈환하기 위해 꺼내든 비장의 카드 구미호 장군사이에서 벌어지는 심리 게임이 나인폭스 갬빗의 재미와 긴장감을 담당한다. 망령으로서 감옥에 갇혀 있던 구미호 장군체리스가 풀어준 것은 그가 백전백승의 천재 전략가이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가 과거 수백만 명을 학살한 미치광이 범죄자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런 구미호 장군을 이용하는 방법은 오직 자신의 몸으로 흡수하는 것뿐. 우주 제국의 충성스러운 장교인 체리스는 기꺼이 구미호 장군을 흡수한다. 그렇게 구미호 장군과 하나의 몸을 공유하며 우주 전장에 나서게 된 체리스’.

 

이처럼 여성과 남성으로 구분하기 어려운 체리스의 캐릭터는 독자를 매혹시킬 뿐만 아니라,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무너트리기까지 한다. 젠더에 관한 새로운 상상력을 자극하는 이러한 페미니즘 SF의 특성은 체리스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 나인폭스 갬빗에 등장하는 군인은 여성이 대다수며 야전에서 활약하는 군인도 함선에서 지시를 내리는 군인도 대부분 여성이다. 거기에 기술적으로 신체의 성별을 자유롭게 바꿀 수 있다는 세계관 설정까지 더해져, 성별에 따라 차별을 두지 않는 현재의 젠더 감수성에 잘 부합하는 SF세계가 완성된다.

 

 

작가 이윤하 소개

 

한국계 미국인 SF작가. 부모는 미국으로 이민한 한국인이며, 이윤하도 미국과 한국을 오가며 성장했다. 코넬대학교 수학과를 졸업했고, 스탠퍼드대학교에서 수학교육 박사 학위를 받았다. 데뷔작이자 [제국의 기계] 3부작의 첫 작품 나인폭스 갬빗으로 2017년 로커스상을 수상했고, 휴고상과 네뷸러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됐다. 다음 해에 2Raven Stratagem, 이듬해에 3Revenant Gun이 각각 휴고상에 최종 노미네이트되면서, 세계적인 작가 반열에 올라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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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