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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49)] 1493:콜롬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책을 읽읍시다 (1749)] 1493:콜롬버스가 문을 연 호모제노센 세상

찰스 만 저 | 최희숙 역 | 황소자리 | 784| 2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은 우리가 학교에서 배운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너머,’ 콜론의 탐험대를 필두로 유럽 식민개척자들이 아메리카 땅에 발을 디딘 이후 광범위하고 전복적인 양상으로 전개된 인류의 경제·생태적 변화와 그 결과 탄생한 호모제노센(균질화·동질화된 인류 삶을 의미하는 신조어)’의 기원에 대해 쓴 역작이다.

 

흔히 학자들이 세계화혹은 글로벌라이제이션이라고 부르는 21세기의 경제·생태 시스템은 장구한 인류사의 맥락에서 볼 때 매우 급작스럽게 출현했다. 조금 거칠게 표현하자면 그것은 오랜 세월 지구상 부의 절반 이상을 독점하고 있던 아시아, 특히 중국의 무역권에 한 자리 끼어들고 싶었던 유럽인의 욕망이 분출하고 충돌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산물 같은 것이었다.

 

전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저술가 찰스 만은 이 책 1493을 통해 중국을 찾아 떠났던 콜론이 히스파니올라 섬에 상륙한 이후 얽히고설켜 맞물린 경제·생태계 변화가 근대 사회를 어떻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갔는지를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다양한 사실들을 끌어들여 흥미롭고 역동적인 스토리로 엮어낸다.

 

흡사 정신착란처럼 진행된 대혼돈 과정에서 주연이거나 조연 혹은 희생자가 되어야 했던 세상 만물들, 때로 페루 연안 구아노 섬의 새 배설물이, 때로 전염병 바이러스가, 때로 노예무역선에 내던져진 아프리카 군인 출신 포로가 주인공으로 등장해 지금껏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던 그들만의 목소리를 내도록 만드는 이 신기한 책을 두고 사람들은 입을 모아 사유의 신기원을 열어젖힌 한 편의 위대한 복음서라는 상찬을 보냈다.

 

현대인들에게 콜럼버스는 여러모로 탐탁지 않은 인물이다. 오늘날의 시각에서 그는 종종 잔혹하고 기만적인 인물로 평가절하된다. 무식한 뱃놈에다 제국주의의 앞잡이였고, 아메리카 원주민에게는 어느 모로 보나 재앙을 몰고 온 원흉이었다. 하지만 콜론을 논할 때 우리는 너무도 큰 사실을 놓치곤 한다. 근현대의 다른 각도에서, 콜론이야말로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생태계 전반에 가장 막대한 변화를 몰고 온 인물이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1492년 콜럼버스가 아메리카에 상륙하기 이전에 태어난 아이들에게 펼쳐진 세상은 서유럽과 아시아 대륙 사이에 자리잡은 이슬람 국가에 의해 교류가 철저히 차단된 상태였다. 사실상 유라시아 사람들과 아메리카 사람들은 서로 다른 우주에 사는 생명체들처럼, 상대방이 존재한다는 사실조차 모르고 있었다. 하지만 그 아이의 손자들이 태어나서 보고 경험하게 된 세상은 전혀 딴판이었다.

 

볼리비아의 포토시 광산에서는 아프리카 노예들이 중국 명나라의 화폐로 쓰일 은을 캐내느라 강제 노역에 시달렸다. 스페인과 서유럽 귀족들은 중국 남부 항구도시 워강에서 실크와 도자기를 싣고 출발한 무역선이 마닐라와 멕시코를 거쳐 당도하기를 목이 빠져라 기다리며 불평을 해댔다.

 

굶주림을 숙명처럼 안고 살던 아시아와 유럽 기층민은 안데스 원산지인 덩이줄기 작물들(고구마와 감자) 덕에 아사의 위기를 넘기고 비로소 하루 세 번 수저를 들 수 있게 됐다. 신대륙에서 타바코 농장으로 큰돈을 벌었다는 벤처사업가들의 성공담이 변방의 섬나라 영국인들을 술렁이게 했다. ‘콜럼버스적 대전환.’ 전 세계가 하나의 무역망 아래 편입되는 글로벌라이제이션의 닻은 그렇게 내려졌다.

 

애초 유럽인들이 배를 타고 먼바다로 나선 궁극의 목적은 단 하나로 모아졌다. 그때까지 지구에서 가장 부유하고 막강했던 나라 중국으로 가는 뱃길을 찾아내 항구적으로 연결될 교두보를 마련하는 것. 그토록 염원하던 중국과의 조우는 15705월 어느 날 아침, 느닷없이 이루어졌다.

 

아시아 무역기지 건설을 위해 필리핀 세부 섬에 파견된 레가스피 원정대의 몇몇 무리가 민도로 섬의 마하우하우라는 해변마을에 정박하고 있던 중국 상선을 급습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 사건 직후 중국인들이 가장 먼저 놀란 것은 서쪽에 있어야 할 유럽 야만인들이 동쪽에서 나타났다는 점이었다. 게다가 중국 왕실이 애타게 찾던 중대한 어떤 것을 그 오랑캐들이 가지고 있다는 사실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바로 은이었다(당시 스페인은 병사들의 월급 및 생활비를 은화 페소로 지불했다). 얼마 후 세 척의 중국 상선이 필리핀에 모습을 드러냈다. 배에는 심혈을 기울여 고른 중국 상품 컬렉션이 가득했다. 값비싼 실크와 첨단기법으로 제작된 중국산 도자기 앞에서 레가스피는 넋을 잃었다. 은에 대한 중국의 채울 길 없는 굶주림과 실크 및 도자기에 대한 유럽의 끝 모를 굶주림이 마치 두 조각나 있던 판게아의 절단면처럼 절묘하게 맞아떨어졌다.

 

이후 회가 거듭될수록 교역량은 천문학적으로 불어났다. 훗날 갤리온 무역으로 불리게 될 이 무역은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와 아프리카를 하나로 연결해냈다. 단 하나의 교역망 안에 이처럼 넓은 지표면이 편입된 것은 역사상 최초였다. 이를 기점으로 이전 세상과 분명한 선을 긋는 시대, 즉 근대의 동이 텄다.

 

상거래의 규모와 비례해 서로에 대한 의혹과 불신도 점점 커졌다. 은 덕택에 스페인은 말 그대로 명나라의 조폐청이 되었다. 당연히 중국으로서는 자국의 화폐가 오랑캐들의 손에 맡겨져 있다는 점이 영 찜찜했다. 중국 황제들은 즉위하기 무섭게 서양인의 입국 금지령을 내리기 바빴다.

 

개운하지 않기는 스페인도 마찬가지였다. 오매불망 원했던 중국과 교역을 텄지만 품질 좋은 중국산 제품들이 들어오면서 자국의 제조업이 붕괴 직전의 위기로 내몰렸다. 너무 많은 은을 중국이 싹쓸이하는 것도 문제였다. 스페인 왕은 거듭해서 마닐라로 출항하는 선박 수를 제한하거나 수입 쿼터제를 도입하고, 상인들 간 담합을 통해 중국에 파는 은 가격을 올리도록 지시했다.

 

하지만 갖가지 식물 종이 안마당으로 들어와 뿌리내리는 것까지 위정자들이 막아내지는 못했다. 아메리카에서 들어온 고구마와 옥수수, 감자를 심기 위해 중국 변방의 빈민들은 산림을 마구잡이로 파헤쳤다. 반대급부로 산림이 황폐해지면서 침식과 홍수가 도미노처럼 발생했고, 가뜩이나 여러 문제로 삐걱거리던 중국 제국은 급속하게 붕괴했다.

 

감자와 옥수수는 유럽의 기근도 단기간에 해결했다. 감자 덕에 허기를 면하고, 아메리카에서 온 은을 활용해 부유해진 유럽은 근대농업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만들어냈다. 품종개량과 고강도 비료, 공장생산 살충제가 떠받치는 농업의 산업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단일경작 시스템에 필연적으로 수반되는 병충해의 위협과 살충제 개발, 변종 바이러스가 등장하기 무섭게 더 독한 농약 살포로 이어지는 악순환은 그때 이후 지금까지 전 세계 농업 현장에서 벌어지는 살풍경이다.

 

찰스 만은 콜론의 아메리카 대륙 발견 이후 얽히고설켜 맞물린 경제·생태계 변화가 근대 사회를 어떻게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몰아갔는지를 우리가 지금껏 몰랐던 다양한 사실들을 끌어들여 역동적인 스토리로 엮어낸다.

 

 

작가 찰스 만 소개

 

저명한 르포 작가이자 세계적인 베스트셀러 1491의 저자이다. 미국 암허스트 대학교에서 수학과 생물학을 전공했다. 베스트셀러 저술가로 이름을 날리기 전에는 애틀랜틱사이언스등에서 기자로 활동했다. 학자들조차 혀를 내두를 만큼 꼼꼼한 취재력, 방대한 지식을 쉽고 생동감 있는 언어로 풀어내는 능력은 이 시절에 다져졌다.

 

미국 물리학회가 수여하는 저술가 상을 비롯해 앨프리드 P. 슬론 재단과 래넌 재단 내셔널 매거진 저술가 상 등을 수상했다. 포춘〉 〈뉴욕 타임스〉 〈배너티 페어〉 〈워싱턴 포스트에 글을 기고하고 있다.

 

저서로 『2의 창조』  『1491』  『1493』이 있다.  『1491v과  『1493』은 출간되자마자 전미 베스트셀러에 오르며 여러 미디어와 서점들이 선정하는 올해 최고의 책으로 선정되었다. www.charlesmann.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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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