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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751)] 아담의 첫 번째 아내

[책을 읽읍시다 (1751)] 아담의 첫 번째 아내

신승철 저 | 삼인 | 248|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20년 새해에 소설가 신승철이 두 번째 장편소설을 들고 돌아왔다. 마지막 책 출간일로부터는 7년 만이고, 장편소설로는 13년 만이다. 폐출된 세종의 두 번째 며느리 순빈 봉 씨, 어디서도 들을 수 없었던 봉 씨의 목소리를 작가는 여성들의 소설 이어쓰기를 통해 들려준다. 지아비(문종)에게 버림받은 여인이 택할 수밖에 없었던, 내밀한 공간에서의 은밀한 사랑이 그리움과 외로움, 처연함과 결연함 속에서 다채롭게 펼쳐진다.

 

신승철은 능수능란하게 소설의 형식을 파괴하는 작가다. 첫 장편소설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에서는 줄거리나 문장 대신 피해자와 가해자 간에 오가는 공문서와 탄원서, 해명서 등을 그대로 교차시키며 하나의 사건을 두고 서로 다른 말이 유포되는 과정, 거기에서 드러나는 인간 사회의 거짓과 진실이 왜곡되는 과정을 사실적으로 포착해내었다.

 

형식의 파괴는 아담의 첫 번째 아내에서 다시 한 번 엿볼 수 있다. 여기에도 문장이 존재하지 않는다. 불필요한 설명 없이 소설은 대화만으로 이뤄져 연쇄 살인사건과 그것을 파헤치는 형사와 기자의 추리를 속도감 있게 그려 나간다.

 

순빈 봉 씨는 종부소윤 봉려의 딸로 1429년 문종의 두 번째 세자빈으로 책봉되지만 여종과의 동성애 스캔들로 인해 1436년 폐출된다. 그 과정이 조선왕조실록에 그대로 수록되어 있지만 어디에도 봉 씨의 목소리는 없다. 이에 15명의 여성들이 의기투합해 이 땅에 딸로 태어난 이들이 어떻게 살았으며, 이 땅에 여자로 자라난 이들이 어떻게 고통받고 스러졌는지를 밝히기 위해 거짓말쟁이들의 추리라는 소설을 써 인터넷 사이트에 연재한다.

 

이후 글쓰기에 참여한 여성들이 차례로 살해당하고, 출간된 책조차 서점에서 감쪽같이 사라진다. 도대체 누가, , 여성들을 살해하고 책들을 모두 수거했을까. 순빈 봉 씨의 폐출 과정을 밝히는 소설과 살인사건은 어떤 연관이 있을까. 힌트는 거짓말쟁이들의 추리속에 있다.

 

유대의 옛 전승에 따르면 릴리스는 유대신화에 등장하는 인류 최초의 여자이자 아담의 첫 번째 아내라고 기록되어 있다. 성경의 창세기에도 인간이 신의 형상을 따라 남자와 여자가 동시에 창조되었고, 이 중 여자의 이름은 나와 있지 않지만 릴리스라는 게 정설로 통한다. 릴리스는 개방적인 성격에 독립심이 강했으며, 성적인 면에서도 아담과 동등하길 원했다. 결국 성격 차이로 아담과 결별한 뒤 홍해로 가 혼자 살면서 많은 남자들을 유혹했다고 신화는 전한다. 이브는 아담의 두 번째 부인인 셈이다.

 

문종은 세자빈들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았다. 첫 번째 세자빈인 휘빈 김 씨는 문종의 사랑을 되돌리기 위해 압승술을 쓰다 발각되어 폐출당했다. 또 두 번째 세자빈인 순빈 봉 씨는 문종의 무관심 속에서 아예 사랑의 방향을 틀어버렸다. 문종 대신 여종을 사랑하기로 한 것이다. 주지 않는 사랑을 갈구하기보다는 새로운 사랑을 찾기로 한 것이고, 사랑을 대하는 태도에 있어 수동적인 자세에서 능동적인 자세로 진화한 것이다. 사랑에 있어서도, 삶에 있어서도 가 주인이 되기로 한 것. 순빈 봉 씨는 독립심이 강했던 조선 최초의 릴리스였다.

 

 

작가 신승철 소개

 

충북 청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자랐다. 문예창작학과와 국어국문학과를 다녔고, 신문과 잡지사에서 기자로 근무했으며, 출판사에서 출판기획자로 일했고, 현재 사이버대학에서 강의도 하고 있다. 1996년 단편소설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세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어 소설가로 등단했다. 지은 책으로소설집으로 낙서, 음화 그리고 비총, 태양컴퍼스, 장편소설로 크레타 사람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세상을 바꾼 과학자 황우석, 바보 노무현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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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