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798)] 소방관의 선택
생사의 순간, 최선의 결정을 내리는 법
사브리나 코헨-해턴 저 | 김희정 역 | 북하우스 | 396쪽 | 16,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소방관은 걷잡을 수 없이 불길이 번지는 화재 현장에서 모두가 매캐한 연기를 피해 달아날 때 불길을 향해 뛰어드는 유일한 사람이다. 자신의 목숨보다 남의 목숨을 먼저 생각하는 용기도 중요하지만, 꼭 갖추어야 하는 자질이 바로 냉철하고 신속한 의사 결정 능력이다. 무조건 뛰어들기만 한다고 구조가 이루어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18세에 소방 구조대에 들어가, 영국에서 가장 직급이 높은 여성 소방관의 자리에 오른 사브리나 코헨-해턴 박사는 너무나 많은 소방관들이 매년 목숨을 잃고, 그것이 순간적인 판단착오로 인한 비극적인 결과라는 현실이 너무 안타까웠다. 그래서 이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 직접 심리학을 공부하여 사람이 위기에 몰린 상황에서 어떻게 의사 결정을 내리는지 연구했다.
코헨-해턴 박사의 선구적인 연구는 학계에서도 인정받아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고 미국심리학회의 ‘레이먼드 니커슨 우수 논문상’과 ‘신진연구자상’을 동시에 수상하는 등 관련 분야의 상을 휩쓸었다. 또한 그녀의 연구는 영국 전역의 소방 시스템에 변혁을 가져왔고, 해외에서 관심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모방하고 있을 정도로 그 유용성을 인정받았다.
『소방관의 선택』은 ‘심리학자 소방관’ 사브리나 코헨-해턴 박사의 20년의 현장 경험과 10년의 심리학 연구 성과를 한 권에 담은 책이다. 저자는 독자를 생사가 오가는 재난 현장의 한복판으로 안내한다. 구조대를 지휘하는 소방 지휘관으로서, 저자는 인생의 가장 어두운 시간을 지나는 사람들을 최악의 운명에서 구해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 그녀는 동료들 중 누구를 타오르는 건물 안으로 들여보낼지, 그리고 그들이 불길을 어떤 방식으로 잡아야 할지를 결정한다. 모든 선택지가 소진되었다는 판단이 들거나 상황이 더 이상 희망이 없다는 판단이 들면 대원들을 현장에서 철수시키는 명령도 내린다.
『소방관의 선택』의 가장 큰 매력은 마치 소설이나 영화처럼 읽히는, 흡입력 있는 긴박한 전개다. 때로는 너무나 적나라해서 가슴이 철렁거릴 정도로 생생한 상황 묘사는 책을 읽는 독자가 마치 자신이 사고 현장에 서 있는 듯이 착각하게끔 만든다. 책에 등장하는 사례들은 하나의 구도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라 보여주는 방식이 챕터마다 변주되기 때문에 지루하지 않게 읽힌다.
과거에 겪었던 사건에 대한 회상, 훈련을 위한 이미지 트레이닝, 지휘역량을 평가하는 테스트 시나리오, 동료 소방관들과의 토론, 저자가 수행했던 연구 등 소방관을 주제로 한 옴니버스 소설을 읽는 것처럼 흥미진진하다. 심지어 훈련이나 테스트처럼, 실재했던 상황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장면에서도 손에 땀을 쥐게 한다.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이 상상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결정을 내려야하는 직업에 관한 놀라운 통찰력을 얻게 된다.
작가 사브리나 코헨-해턴 소개
키 155센티미터, 몸무게 48킬로그램의 현직 소방관 사브리나 코헨-해턴은 영국에서 직급이 가장 높은 여성 소방관 중 한 명이다. 청소년 시절 2년간 노숙자 생활을 했으며, 열여섯 살에 학교를 그만 두고 열여덟 살에 여성으로서는 처음으로 웨일스 소방 구조대에 들어갔다. 약 20년 동안 소방관으로 일하면서 웨스트민스터 테러 공격, 홀본 지하 터널 화재 등 여러 대형 사건에 참여했다. 런던 소방청 경무관을 거쳐 현재는 웨스트서식스 소방 구조대의 소방대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영국 내 여성 소방관 중 가장 높은 직급을 가지고 있다. 영국 개방 대학교를 졸업하고 카디프 대학교에서 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긴급 상황에서의 의사 결정과 지휘 기술에 관한 연구로 카디프 대학교의 ‘심사위원 우수 연구상’, 미국심리학회의 ‘레이먼드 니커슨 우수 논문상’ 및 ‘신진연구자상’ 등을 받았다. 또한 그녀가 개발한 의사 결정법과 훈련 시스템은 영국 전역의 소방 구조 시스템에 혁신을 가져왔고, 여러 나라에서 벤치마킹을 할 정도로 주목을 받았다. 2018년 카디프 대학교의 명예 연구원으로 위촉되었다. 노숙인을 위한 자활 잡지 『빅이슈』의 홍보대사이며, 2019년에는 『마리끌레르』 영국판에서 ‘미래를 이끄는 사람들’ 중 한 사람으로 선정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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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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