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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852)] 너라는 생활

[책을 읽읍시다 (1852)] 너라는 생활

김혜진 저 | 문학동네 | 256|13,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혜진 작가는 2012년 등단한 이후 주류에서 소외된 이들의 삶, 혐오와 배제의 폭력성을 정면으로 다뤄왔다. 

 

그가 내세운 인물의 면면을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중앙역을 삶의 마지막 공간으로 삼은 노숙인 남녀(첫 장편 중앙역), 생활과 생업, ‘일다운 일에 대한 물음을 품은 청년 세대(첫 소설집 어비), 레즈비언 딸을 둔 엄마(두번째 장편 딸에 대하여) 권고사직을 강요받는 통신회사 설치기사(세번째 장편 9번의 일), 재개발 이후 빈부격차로 양분된 지역사회 속에서 살아가는 인물들(중편 불과 나의 자서전), 작가는 우리 사회의 위태로운 욕망과 불안감을 고스란히 담은 인물을 통해 시대와 세대를 묵직하고 깊이 있게 그려냈다.

 

등단 8년차, 30대 여성 소설가 김혜진의 작품은 동시대 젊은 작가의 작품 경향과 다른 데가 있다. 페미니즘과 퀴어 이슈로 대표되는 최근 한국문학의 트렌드에서 조금 비켜나 그 이슈들을 포함하되 세대와 시대의 문제, 구체적으로는 노동과 주거의 문제를 보다 핵심에 두고 쓴다. 차분하고 명확한 문장들로 작품 속 인물들이 살아가는모습을 묵묵히 그려낸다.

 

첫 소설집 출간 이후 꾸준히 발표한 단편 여덟 편을 모아 두번째 소설집을 펴낸다. 그사이 펴내고 호평받은 중 · 장편들의 씨앗이 된 인물과 모티브가 편편에 핍진하게 담겨, 지난 4년 작가가 관심 갖고 귀기울인 문제가 무엇인지, 우리 시대/세대가 마주한 문제가 무엇인지 거울처럼 비춘다.

 

너라는 생활2인칭 소설들로만 이루어진 작품집이다. ‘를 바라보고, 궁금해하고, 소중히 여기고, 귀찮아하고, 버거워하는 의 이야기들을 담고 있다. 연인 혹은 친구처럼 매우 가까운 관계이지만 사이에는 다양한 이유로 격차가 발생한다. 그것이 때로는 마음/감정의 크기 차이로, 월급의 차이로, 사는 곳의 차이로, 미래를 얼마나 불안해하느냐의 차이로 드러난다.

 

는 누구인가. 3구역, 1구역는 교회 앞 골목에서 길고양이를 챙기다 우연히 만난 사이다. ‘는 재개발사업이 더디게 진행중인 곳에, ‘는 공청회 한 번 없이 재개발사업이 진행돼 이제는 아파트가 들어선 길 건너에 살고 있다.

 

작품 속 는 어디까지나 라는 필터를 통과해 그려진다는 점에 주목해보자. 누구에게도 싫은 소리를 못하고 매번 손해를 감수하는 팔복광장의 시선을 통해 한없이 무책임하고 비겁하고 나약한 사람으로 평가되며, 누굴 만나건 거리낌 없고 편견도 없는 아는 언니엄마의 전폭적인 지원과 보호 속에자란 탓에 뭔가를 조심하고 주의할 필요가 없었는지도모를 사람이 된다.

 

그러나 를 부정적으로 평가하고 비난하기만 하는 것은 아니다. ‘에게 결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3구역, 1구역)이란 것을 모르지 않는다. ‘에 대해 생각하며 는 나 자신이 선 자리를 끊임없이 되새기기 때문이다.

 

를 통해 가 돌아보는 것은 어떤 마음들이기도 하다. 너라는 생활를 답답해하고 버거워하고 떠나고도 싶어하지만, 끝내 또 한동안 두 사람의 생활을 책임지겠다는 다짐을 한다. ‘가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면 우리는 어떻게 우리가 될 수 있었을까생각하기에. ‘가 경계심 없이, 겁 없이, 선의를 가지고 에게 다가왔기에 서로의 생활이 이처럼 맞닿고 겹쳐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기 때문이다. 해설을 쓴 소영현 평론가는 이에 대해 “‘라는 필터와 라는 장치라 썼다. ‘라는 필터를 통해 무의식적으로 장착되는 시선의 특권과 그 위치 선점의 문제를 촉발한다.

 

그 시선은 개인의 것이기도 하고, 그들을 바라보는 사회의 것이기도 하다. ‘-의 관계가 시작되고 이어지고 변화하는 것을 ’ ‘라는 장치를 통해 알면 알수록 결국 결코 내가 다 알 수 없는 사람이 되어가리라.

 

3구역, 1구역를 만나면 만날수록 선명하게 느끼는 건 너와의 간극이다. 불쾌한 질문을 악의 없이 던지던 아는 언니’(아는 언니)는 이혼해 혼자 살며 월세가 버거운 상황인 데 반해, ‘-는 이사할 필요 없는 집주인이며 널찍한 베란다가 딸린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사실 그 집은 의 것으로, ‘와 헤어진 뒤 겨우 발 뻗고 누울 공간만 남는 작은 원룸을 구해야 했다. 사적인 다정함으로는 극복될 수 없는 격차들. 서로 다른 입장들. 거기에는 불편함과 거부감, 불쾌함이 따르며, 저마다의 상황 속에서 겪는 일들이 그 사람을 만들고 태도로 드러난다.

 

노동과 주거의 문제, 퀴어 커플이라는 관계와 커플 내 경제적 격차가 만들어내는 내밀한 갈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까이서 서로의 삶을 지켜보고 받아들이고 의지하려 하는, 그것이 때로는 성공하고 때로는 실패하는 -의 다양한 변주들. 현실 밀착적인 소설 속 삶의 풍경과, 언젠가 마주했던/지금 이 순간 마주하고 있는 -가 읽는 이 저마다의 마음에 다른 여운을 남기며 새겨질 것이다.

 

 

작가 김혜진 소개

 

1983년 대구에서 태어났다. 2012년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치킨 런이 당선되면서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2013년 장편 소설 중앙역으로 제5회 중앙장편문학상을, 2018년 장편 소설 딸에 대하여로 신동엽문학상을 수상했다. 작품으로는 소설집 어비, 너라는 생활, 장편 소설 중앙역, 딸에 대하여, 9번의 일, 중편소설 불과 나의 자서전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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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