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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23)] 유다

[책을 읽읍시다 (1923)] 유다

아모스 오즈 저 | 최창모 역 | 현대문학 | 548| 17,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현대 히브리 문학의 거장 아모스 오즈가 남긴 최후의 소설 유다. 오즈는 현대 히브리어를 모국어로 사용한 1세대 작가이자 이스라엘 건국과 그 전후(前後)의 역사를 온몸으로 겪은 장본인이다. 그는 조국의 부흥을 위해 힘쓰는 한편으로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공존을 주장했기에 이스라엘 안팎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평생을 글로써 행동했던 침묵하지 않는 작가였다. 

 

이 작품에서 오즈는 자신을 투영한 듯한 두 명의 배신자이스라엘 건국을 반대한 지식인 쉐알티엘 아브라바넬과 예수를 팔아넘긴 제자 가룟 유다를 내세워 작가 생활 내내 천착해 온 질문에 답을 구한다. 그 과정은 성장소설뿐만 아니라 연애소설, 철학소설, 역사소설, 종교소설, 정치소설을 아우르며, 이 다층적인 소설의 밑바탕에는 언제나 그러했듯 작가의 인간을 향한 사랑이 있다.

 

이야기의 사건은 주로 슈무엘과 아탈리야의 사랑과 욕망’, ‘슈무엘과 발드의 대화와 토론을 통해 이루어진다.

 

소심하고 감상적인 슈무엘은 아탈리야의 관심을 끌게 되리라는 희망을 품고 그녀에게 다가서려 무던히 애쓰는데 이따금 그녀의 동정을 사기도 하지만 대개는 허탕만 친다. 많은 부분이 베일에 가려진 아탈리야는 인간 존재에 극도의 염증을 느끼며 특히 남자들에게 진저리를 치는 듯하다. 슈무엘과 아탈리야의 관계는 서로가 서로에게 일방적이고 변덕스럽게 작용하며, 이는 소설 전체의 흐름을 지루하지 않게 해 준다.

 

그러나 무엇보다 유다를 주도해 나가는 것은 종횡무진 오가는 슈무엘과 발드의 대화이다. 발드는 성경을 비롯한 수많은 고전에 정통해 있어 이들 구절을 인용하거나 암시하고 익살과 어희, 조롱과 비판을 곁들여 자유자재로 상대를 공격할 줄 아는 인물이다. 두 사람은 연령, 이념, 기질 등 여러 가지 면에서 다르기에, 노인과 청년, 민족주의자와 사회주의자, 현실주의자와 이상주의자 간의 대화는 항상 긴장감 넘치게 진행된다.

 

초반의 대화가 화자와 청자로 뚜렷이 나뉘어 있었다면, 후반으로 갈수록 견해 차이로 인해 논쟁의 양상으로 번진다. 슈무엘의 견해가 주로 서술의 형태를 띠는 반면 발드의 견해는 발화의 형태를 띠는 점은 흥미롭다. 그리고 이들의 대화가 토론으로 변하는 물꼬를 튼 것이 바로 슈무엘의 학위논문 유대인들의 눈에 비친 예수이다.

 

유다가 배신자인지에 대한 슈무엘과 발드의 갑론을박은 마침내 이 집과 깊게 얽힌 또 다른 배신자쉐알티엘 아브라바넬에까지 가 닿게 된다. 이스라엘 건국 과정에서 유대 국가 설립에 극구 반대하고 아랍과의 공존을 주장했던 유일한 인물인 그는 아랍인들과 자유롭고 폭넓게 교류하면서 개인적인 우정을 쌓아 나갔다. 그러나 이스라엘과 아랍 사이에 몇 차례의 무력 충돌이 있은 후, 결국 양쪽에서 배척받고 비방당하며, 모든 이가 경멸하는 사람으로 죽었다.

 

2,000년의 시차를 둔 유다와 아브라바넬의 삶이 겹쳐지며 슈무엘은 비로소 발드와 아탈리야에게 일어났던 일, 이 집에 새겨진 슬픔을 알게 되고, 고대부터 지금 이 순간에 이르기까지의 이스라엘 역사가 유대인들에게 남긴 상흔을 목도하게 된다.

 

지금까지 유다를 변주한 작품은 무수히 많았지만 오즈는 유다의 재해석에 더해 새로운 알레고리를 독자에게 제시한다. ‘가롯 유다의 히브리어 케리오트 예후다예후다(유다)’는 복수형이 예후디유대인을 의미하며, ‘암하예후디(유대 민족)’와도 관련된다는 데 착안한 것이다. 그렇다면 유다가 예수를 팔아넘겼다는 것은 자연스레 유대인 또는 유대 민족 전체가 예수를 배신했다라고 읽히므로, 유다와 유대인 또는 유대 민족의 운명이 궤를 같이한다는 맥락이 될 수도 있다.

 

하지만 유다에서 오즈는 무엇보다 배신배신자에 관한 다채로운 사유를 보여 주는 데 집중한다. 도서 출간 후 있었던 여러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그는 자신이 처음 배신자라고 불린 것은 여덟 살 때였다고 밝혔는데, 영국인 점령군 장교와 친구가 되는 실수를 저질렀기 때문이라고 했다. ‘배신배신자의 화두는 소설 밖 오즈의 삶과 공명하면서 소설 속에서 인류 역사 전체로 확장된다.

 

유다한국판에는 특별히 이스라엘의 운명과 함께하는 아모스 오즈의 상세 연보를 실었다. 아울러 작품의 배경이 생경하게 느껴지는 독자들을 위해 이스라엘의 역사 및 문화, 성경, 유대 문헌과 관련된 300여 개의 주석을 수록했다.

 

 

작가 아모스 오즈 소개

 

현대 이스라엘의 가장 영향력 있는 작가이자 지식인의 한 사람으로, 중동 평화를 위한 활동가로도 유명하다. 본명은 아모스 클라우스너이며 오즈는 히브리어로 ''을 뜻한다. 1939년 이스라엘 예루살렘 근교에서 태어나, 예루살렘 히브리대학에서 철학과 문학을 공부한 후 이스라엘의 집단 농장 키부츠에서 25년간 고등학교 교편을 잡으며 농사일과 글쓰기를 병행했다. 오즈는 이스라엘에서 현대 히브리어를 모어로 사용한 첫 세대였다.

 

그의 집안은 시오니스트였으나 오즈 자신은 시나이반도에서 '6일 전쟁'을 겪은 1967년 이래 이스라엘-팔레스타인 분쟁 해결에 있어 두 국가 체제를 옹호하며 1977년부터 평화 단체 샬롬 아흐샤브를 이끌고 1978년 반전단체 '즉시 평화'에 참여하는 등 두 나라의 평화공존을 위해 힘써왔다. 그 활동의 결과로 프랑크푸르트 평화상, 프랑스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받은 바 있다. 조국의 부흥을 위해 힘쓰면서도 아랍 국가들과의 평화공존을 주장했기에 이스라엘 안팎에서 배신자라는 비난을 받았지만, 그럼에도 그는 평생을 글로써 행동했던 침묵하지 않는 작가였다. 자신의 조국과 동포, 그리고 전쟁으로 인해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이들의 삶에 대해 증언하는 것을 서슴지 않았다고 한다. 2018년 오즈는 일흔아홉을 일기로 영면했다. 유해는 키부츠 훌다에 묻혔다.

 

1965년 출간한 첫 소설집 자칼의 울음소리를 시작으로, 1968년 발표한 장편소설 나의 미카엘은 대중적으로도 큰 성공을 거두어 세계적인 베스트셀러가 되었다. 아마도 다른 곳에, 블랙박스, 여자를 안다는 것, 밤이라 부르지 마오, 사랑과 어둠의 이야기, 물결을 스치며 바람을 스치며』『삶과 죽음의 시18종의 저서를 썼으며, 그의 책들은 30여 개의 언어로 번역 · 출간되었다.

 

이스라엘의 가장 권위있는 문학상인 이스라엘 문학상을 비롯해 페미나상, 런던 윙게이트상, 하인리히 하이네상 등의 문학상을 받았으며, 2005년에는 이스라엘 작가로서는 이례적으로 괴테 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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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