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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37)] 달까지 가자

[책을 읽읍시다 (1937)] 달까지 가자

장류진 저 | 창비 | 364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첫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창비 2019)으로 평단의 주목과 독자의 환호를 동시에 받은 소설가 장류진이 첫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이번 작품은 생생한 인물 묘사와 속도감 있는 전개로 연재 당시(2020~21 3월 창비 [문학3] 웹진과 스위치’)부터 이삼십대 젊은 독자들의 열띤 호응을 얻었다. 특히 단순한 현실 반영이 아니라 작가적이고 개성적인 현실의 구축을 꿈꾼 하이퍼 리얼리즘이라 평가받는 장류진의 현실감 넘치는 배경 설정과 대사는 한층 더 구체적이고 섬세해졌다. 

 

달까지 가자는 마론제과에서 일하는 세 직장동료 정다해, 강은상, 김지송의 일상과 우정을 그린다. 브랜드실 스낵팀의 다해, 경영지원실 구매팀의 은상 언니, 회계팀의 지송은 각각 경력도 나이도 다르지만,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함께 오리엔테이션을 받은 것을 계기로 서로를 동기라고 생각하는 사이다.

 

잠자는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을 회사에서 보내는 그들에게 회사 사람을 넘어선 끈끈한 마음이 싹트고, 그들은 기쁜 일도, 슬픈 일도, 웃기는 일도, 화나는 일도, 통쾌한 일도, 기가 막힌 일도”(30) 함께 나누는 각별한 사이가 된다. 그들이 금세 친해질 수 있었던 건 암묵적으로 서로가 서로를 같은 부류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103) 인사평가는 늘 무난을 넘지 못하고, 열악한 환경의 월세에 살며, 상사에게 받는 스트레스는 고작 달달한 디저트로 해소할 수밖에 없는 그들은 자기 인생을 자기가 오롯이 책임져야 하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동질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날, 다해와 지송은 평소 감정의 동요가 별로 없는 은상 언니에게 주체할 수 없을 만큼 기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하고 무슨 일인지를 추궁하다가 은상이 가상화폐의 한 종류인 이더리움에 투자해 큰돈을 벌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은상은 다해와 지송에게 이더리움 투자를 함께하자고 설득하지만 지송은 단번에 거절하고, ‘우리 같은 애들한테는 이 방법밖에 남지 않았다는 은상의 말에 다해는 흔들린다. 다해는 이사 준비를 하다가 마음에 쏙 드는 방을 본 것을 계기로 보증금과 월세가 조금 더 비싼 그곳에 살고 싶다는 생각에 결국 적금을 깨고 가상화폐를 시작하게 된다.

 

똑같은 롤러코스터에 올라탄 다해와 은상은 떡락 떡상의 풍파를 함께 겪지만 그런 와중에도 지송은 여전히 그들을 무시한다. 그러다 셋은 휴가 시즌을 맞아 제주도로 함께 여행을 가고, 그곳에 머무는 동안 이더리움의 그래프는 미친 듯이 치솟아 다해의 가상지갑 속 숫자는 드디어 1억원을 찍게 된다.

 

떡상의 환희를 맛본 다해와 은상은 다시금 지송을 설득하고 곡절 끝에 드디어 지송도 전재산을 쏟아부어 이더리움에 합류하지만 서울에 돌아온 뒤로 그래프는 바닥을 모르고 떨어져 은상은 죄책감에 시달리기까지 한다. “가상화폐는 손에 쥘 수도 없다. 코드로만 존재한다. 만약 이걸 다시 되팔 수 없다면 나는 허공에 전재산을 날려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2018년 창비신인소설상 수상작이자 등단작인 일의 기쁨과 슬픔 창작과비평 웹사이트에 공개될 당시 접속자가 폭주한 나머지 서버가 마비되는 등 화제를 몰고 왔던 작가 장류진은 특유의 리얼리즘과 개성적 문체로 확고한 스타일을 구축해왔으며 한국사회를 바라보는 시선이 누구보다 날카로운 작가다.

 

그렇게 포착한 날것 그대로의 사회상을 유머러스하고 속도감 있는 필치로 펼쳐내기 때문에 많은 독자가 장류진의 소설에 열광한다. ‘괜찮은 취업에 성공했음에도 “5, 6, 9평 원룸”(105)을 벗어날 수 없는 세 주인공의 도약 불가능한 처지와 가상화폐라는, 위험을 무릅쓰는 이들의 모험담은 유쾌한 바탕에서도 처절한데, 독자들은 어느새 소진될 대로 소진된”(351) 등장인물의 처지를 현실의 자신과 겹쳐보며 응원하게 되는 것이다.

 

인생 역전을 위한 한 방에 몰두하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역전 가능한 인생의 선택지가 너무도 적은 우리들의 모습이기도 하다. 그렇기에 장류진이 선사하는 웃음 속에는 서늘한 얼굴”(정세랑, 추천사)이 뒤따른다. 소설가 정세랑은 장류진을 따라 하고 싶은 사람은 많겠지만 아무도 따라 하지 못할 것이다. 장류진이 쓰는 소설은 장류진만 쓸 수 있다라며 이 책을 추천했다. 그 강력한 추천의 한마디를 독자들은 달까지 가자를 읽으며 납득하게 될 것이다.

 

 

작가 장류진 소개

 

장류진은 1986년에 태어났다. 연세대 사회학과를 졸업하고, 동국대 국문과 대학원을 수료했다. 2018년 단편소설 일의 기쁨과 슬픔으로 창비신인소설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일의 기쁨과 슬픔, 장편소설 달까지 가자 등이 있다. 11회 젊은작가상, 7회 심훈문학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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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