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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68)] 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책을 읽읍시다 (1968)] 있지만 없는 아이들 :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은유 저 | 창비 | 232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국가인권위원회가 기획하고 은유 작가가 쓴 있지만 없는 아이들: 미등록 이주아동 이야기. 있지만 없는 아이들이 있다. 부모에게 체류자격이 없다는 이유로 국가가 돌보지 않는 아이들, 아무 잘못도 하지 않았는데 법을 어긴 존재가 되어 사람의 눈을 피해 고개를 숙이고 다니는 아이들, 바로 미등록 이주아동이다.

 

이 책에는 마리나, 페버, 김민혁, 카림, 달리아 등 이주아동 다섯명, 그리고 그들과 함께하는 어른들인 이주아동의 어머니 인화, 이주인권활동가 석원정, 이주민 이야기를 꾸준히 써온 작가이자 이주인권활동가 이란주, 이주아동을 지원하는 변호사 이탁건의 이야기가 담겨 있다.

 

등장하는 아이들 각각은 서로 다른 이유로 미등록자가 되었다. 미등록 이주민의 자녀로 태어났거나, 문제없이 살다가 아버지가 출국 후 돌아오지 못하는 바람에 하루아침에 불법체류자가 되었거나, 한국에 거주하며 이슬람에서 기독교로 개종한 탓에 귀국이 어려워졌지만 난민 신청에 실패했거나 등 사연은 다양하다. 세상은 짓궂은 장난처럼 이들의 등에 합법과 불법 딱지를 떼었다 붙였다 한다. 이들 중 몇은 강제추방 위기에 놓였다가 행정소송을 해 체류자격을 얻었고, 몇은 여전히 체류자격이 없는 채로 불안한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미등록 이주민이자 미등록 이주아동의 부모인 인화는 코리안 드림을 품고 1990년대 초 다섯살짜리 아이와 한국에 왔다. 한국인 브로커한테 사기를 당해 미등록 노동자가 되었고, 힘든 생활을 이어가는 와중에도 악착같이 아이를 키워냈다. 다섯살이었던 미등록 이주아동 호준은 어느덧 서른을 바라보는 미등록 이주노동자가 되었다. 인화는 묻는다. “한국인과 결혼하는 사람에게는 비자를 주는데 한국에서 열심히 일하면서 사는 사람은 왜 안 되죠? 저는 여기 한국에서 25년을 일했어요. 여기서 제 월급도 다 썼고요. 먹고 살고, 월세 내고, 세금 내고요. 제가 번 돈 나쁜 돈 아니잖아요. 제가 땀 흘리고 피 흘리고 눈물 흘려서 번 돈이잖아요. 제가 한국에 와서 사는 동안 대통령이 여섯번 바뀌었어요. 한국은 선진국이고 몽골보다 잘살잖아요. 그런데 왜 아무도 외국인 체류 문제를 해결하지 않죠?”

 

이주민 인권에 대해 목소리를 내면 우리나라 사람부터 도우라는 비난이 SNS와 뉴스 댓글 등에서 날아들곤 한다. 그런데 사회문제의 우선순위는 누가 어떤 기준으로 정하는 걸까?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자기 삶의 자리에서 우연히 타인의 고통을 목격했고, ‘무엇이 더 중한지 우선순위를 따지기보다는 그 고통에서 눈을 돌리지 않았을 뿐이다.

 

자기 자신에게 정직해지기 위하여’(석원정) ‘말하는 목소리가 작으면 듣는 귀라도 커야 한다는 마음으로’(이란주) ‘내가 아니면 도울 사람이 없어서’(이탁건) 같은 각기 다른 이유로 거들고 돌보고 싸웠다.

 

우리 사회에는 잘 보고 잘 듣는 어른들에 의해서만 세상에 드러나는 아이들이 존재한다. 니체는 이웃을 사랑하라는 도덕 법칙을 전복해 보다 먼 이웃을 사랑하라고 말했다. 자기 지인이나 지역, 국가, 민족, 가치관 같은 익숙한 세계의 틀을 깨고 먼 이웃, 먼 타인의 아이를 사랑하는 것은 결코 쉽지 않고 시간과 노력이 드는 일이다.

 

이 책에 등장하는 어른들은 먼 이웃, 작은 이웃, 미래의 이웃을 사랑하는 것, 그리하여 국가와 부모를 골라서 태어날 수 없는 아이들의 평등을 지켜주는 것이 더 좋은 공동체가 나아가야 할 길임을 삶으로 보여준다.

 

 

작가 은유 소개

 

산문, 칼럼, 인터뷰 등 논픽션을 쓰고, 글쓰기 수업을 진행한다. 올드걸의 시집』 『글쓰기의 최전선』 『쓰기의 말들』 『폭력과 존엄 사이』 『싸울 때마다 투명해진다』 『출판하는 마음』 『다가오는 말들』 『알지 못하는 아이의 죽음 등을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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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