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981)]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
천영미 저 | 고즈넉이엔티 | 372쪽 | 15,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이야기를 이끌어가는 것은 모두 어딘가 ‘구부러진’ 사람들이다. 멀리서 봤을 땐 오합지졸에 불과한 그들의 연대가 조선의 만백성을 구해낼 수 있을 줄 누가 상상이나 했을까?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는 불완전한 존재들에게서 발견한 놀라운 가치에 대한 이야기이다.
허은수는 선천적으로 등은 굽을 갖고 태어나 말 그대로 굴곡진 삶을 살았다. 유년 시절에는 남들과 조금 다르게 생긴 것에 대한 왕성한 호기심을 숨길 줄 모르는 또래들에게 온갖 수모를 겪었고, 관리에 등용된 이후에는 주위의 관리들로부터 온갖 무시와 시기에 시달려야 했다.
하지만 은수가 땅의 기울기를 감각하여 온실의 구조를 빠르게 파악하고, 나무 밑동 아래 기어다니는 작은 토룡(지렁이)을 발견하여 비옥한 땅의 조건을 터득할 수 있었던 이유는 그가 남들보다 조금 더 땅에 가까운 삶을 살았기 때문이다.
외할아버지의 누명으로, 몰락한 양반가에서 태어난 허은수의 아내 최아영. 그녀가 어머니의 심병을 고치기 위해 그린 그림은, 훗날 글을 읽지 못하는 백성들에게 귀한 기록이 되었고, 천민 출신 전순의가 약 한 첩 지어먹지 못하고 허무하게 세상을 떠난 동생이 한이 되어, 약 대신 쓰일 수 있는 약초들과 식물들의 효능을 빼곡하게 적어놓은 것은 훗날 자신과 같은 처지의 백성들에게 직접 구해 쓸 수 있는 명약과 같이 귀한 희망이 되었다.
소설은 완전하게 올곧은 삶만이 올바른 삶이라고 이야기하지 않는다. 지난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모두가 어딘가에 부딪히고 깎이면서 때로는 구부러지고 꺾이는 것이지만, 그러면서도 결코 변형되지 않는 그것들 자체가 가진 올곧은 가치에 주목한다. 불온전한 외형에 갇혀 어쩌면 지나쳤을 수도 있는 어떤 가치에 대해 다시 한번 되돌아보는 다정한 시간을 가져보는 건 어떨까.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는 고즈넉이엔티가 새롭게 선보이는 역사소설 브랜드 케이팩션의 세 번째 작품이다. 〈한성부, 달 밝은 밤에〉로 시작된 케이팩션은 〈삼개주막 기담회〉,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뿐만 아니라 〈제왕의 잔〉 등 올해만 5종 이상 출간될 예정이다.
역사는 여전히 무궁무진한 이야기로 거대한 숲을 이루고 있지만, 역사 소재를 다룬 역사소설은 시들어버린 꽃나무처럼 힘을 잃었다. 역사소설은 한때 큰 붐을 이루기도 했으나 그동안 정형화되면서 식상해졌고, 독자들에게 신선한 독서의 맛을 느끼게 해주지 못했다.
작가 천영미 소개
성신여자대학교 대학원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7여 년간 대학 강사와 고등학교 강사로 일했다. 현재는 호주 시드니에서 인문학 강사로 활동 중이며, 외국인에게 한국 역사와 문화를 가르치는 일을 하고 있다.
첫 장편 『조선의 등 굽은 정원사』로 ‘대한민국 콘텐츠 대상 최우수상’을 수상하며 글쓰기를 시작했다. 이 작품은 『세종실록』의 기록과 현존하는 가장 오래된 농서 『산가요록』의 망실된 부분에 문학적 상상력을 더해 창작한 소설이다. 등 굽은 정원사, 몰락한 양반가의 여인 그리고 천출 의관까지, 미약한 존재들의 다정한 연대와 그들이 틔우는 지대한 생명력의 가치를 섬세하고 몰입감 있는 문체로 풀어냈다. 소설은 척박한 환경 속에서도 견고하게 뿌리 내린 식물들의 성장 과정을 통해, 주어진 것에 안주하지 않고 끊임없이 견디고 변화하는 삶의 중요성을 말한다. 작가는 조선 시대 역사를 기반으로 한 글쓰기에 관심이 많아, 역사 속 인물들을 중심으로 한 후속 작품들을 집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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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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