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1979)] 신의 전쟁:성스러운 폭력의 역사
카렌 암스트롱 저 | 정영목 역 | 교양인 | 746쪽 | 3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9·11 테러가 커다란 상처를 남긴 후, 종교는 전 지구적 폭력, 불관용, 분열, 불화의 원인으로 지목받았다.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의 충돌은 지금 이 순간에도 진행 중이며, 알카에다에서 갈라져 나와 위협적으로 세를 불린 ‘이슬람국가(IS)’ 지도자의 사망 소식은 우리를 안도하게 하는 동시에 “정말 끝인가?”라고 되묻게 했다. 종교는 이제 더는 영성을 일깨우지 못하고, 공동체적 감각이나 타인에 대한 공감과 연민, 평화의 가치를 전하지 못하는 듯 보이며, 비합리성과 어리석음의 전형으로 조롱받는 듯하다.
“종교는 본래 호전적”이라고 주장하는 이들은 중세 십자군 원정, ‘이단’을 잔인하게 처리한 종교재판, 16~17세기 유럽의 종교전쟁, 21세기 이슬람 무장 단체의 테러 같은, 종교와 관련된 무수한 전쟁과 폭력을 근거로 든다. 그러나 이 책에서 카렌 암스트롱은 그러한 주장이 위험하고 과도한 단순화일 뿐임을 입증한다.
교회 권력을 확장하기 위해 십자군 원정을 벌인 교황 우르바누스 2세, 15세기 말 오스만 제국의 위협 앞에서 내부 단합을 위해 종교재판을 이용한 에스파냐의 페르난도와 이사벨, 정치적·경제적 이유에서 비롯된 유대인 박해와 기독교 ‘이단’ 배척, 서양 제국주의의 식민 지배와 강압적 근대화가 낳은 이슬람의 폭력적 지하드까지, 암스트롱은 풍부한 역사적 사실들을 바탕 삼아 “종교는 본래 호전적”이라는 주장을 명쾌하게 반박한다.
이 책은 총 3부 13장으로 구성되어 있다. 1부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부터 예수 탄생 이전까지 메소포타미아, 인도, 중국, 레반트 지역을 무대로 삼아 문명의 탄생과 종교의 기원을 다룬다.
2부에서는 로마 제국부터 근대 이전 13세기까지 제국 시대에 기독교와 이슬람교 두 종교의 전통이 발전하고 변화하는 양상을 자세히 살펴본다. 특히 로마의 속주 팔레스티나에서 예수가 펼친 비폭력 저항에서 시작된 기독교가 로마 제국의 국교가 되기까지 과정과 622년 메카에서 쫓겨난 무함마드가 10년도 안 되어 메카를 정복하고 이슬람 제국을 이룬 역사가 흥미롭게 서술되어 있다. 2부 마지막 8장에서는 십자군 원정 동안 두 종교가 충돌하며 두 종교의 영성에 어떤 영향을 끼쳤는지 주목한다.
3부에서는 15세기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근대 이후의 중요한 종교적 사건들을 빠짐없이 다룬다. 루터와 칼뱅의 종교 개혁, 16~17세기 종교전쟁, 유럽에서 탄생한 근대 국가, 식민주의 시대, 미국의 대각성운동과 독립전쟁, 프랑스 혁명과 이란 혁명, 종교적 근본주의와 민족주의, 9?11테러와 이슬람 테러리즘, 그리고 신앙이 개인화되고 힘을 잃어 가는 우리 시대에 종교의 가치와 역할을 숙고할 수 있는 암스트롱의 제언이 담겨 있다.
작가 카렌 암스트롱 소개
영국의 종교학자. 1944년 잉글랜드 우스터셔에서 태어났다. 1962년 열일곱 살에 로마가톨릭 교회 수녀원에 들어갔다가 7년 만에 환속했다. 옥스퍼드대학에서 영문학을 전공한 뒤 런던대학에서 현대 문학을 강의했다.
종교학자로 삶의 방향을 바꾼 뒤 《신의 역사》 《마호메트 평전》 《붓다》 《이슬람》 같은 논쟁적 저작을 발표하면서 큰 주목을 받았으며, 수녀원에서 환속한 후의 자전적 경험을 담은 《마음의 진보》도 독자들의 큰 사랑을 받았다.
인류의 모든 종교와 철학의 기원인 ‘축의 시대’를 다룬 역작 《축의 시대》로 대중과 지식 사회의 뜨거운 관심을 불러일으켰다. 《신의 전쟁》에서는 기원전 3000년경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 문명에서부터 21세기 중동과 미국에 이르기까지 ‘신의 이름’으로 인간이 저지른 폭력의 역사를 살핀다.
2008년에 종교 간 화해와 평화를 위해 활동해 온 공로를 인정받아 ‘프랭클린 D. 루스벨트 자유 메달’과 ‘테드(TED) 상’을 수상했다. 2013년에는 문화 간 이해를 증진하는 데 공헌한 바를 인정받아 ‘나예프 알-로드한 세계문화이해 상’의 첫 번째 수상자가 되었다. 암스트롱의 저작은 지금까지 전 세계 45개 언어로 번역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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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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