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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1989)] 피프티 피플

[책을 읽읍시다 (1989)] 피프티 피플

정세랑 저 | 창비 | 488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피프티 피플이 출간됐던 2016년은 정세랑이 작가로서 분기점을 맞은 시기인지도 모른다. 그는 이 작품을 기점으로 소설 속 세상에 사회문제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했다고 말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이번 개정판은 또한 현재 가장 주목받는 사진작가 정멜멜의 사진으로 표지를 디자인하여 더욱더 눈길을 끈다. 소설 속 50명의 다양한 등장인물처럼 저마다 다른 색깔을 가진 공을 활용한 표지사진은 각자 존재하되 결국에는 하나의 커다란 그림 안에 속한 우리들의 모습을 닮아 있다. 

 

피프티 피플에 담긴 우리를 닮은 얼굴, 우리를 닮은 목소리에는 많은 사람들의 개인적 고민과 사회적 갈등이 녹아들어 있다. 작가는 그 안에서 허황한 낙관도, 참담한 절망도 하지 않는 건강한 균형감각으로 하루하루 겪어내는 삶의 슬픔과 감동을 조화롭게 버무린다.

 

소설은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 유가족의 사연, 성소수자의 시선, 층간소음 문제, 낙태와 피임에 대한 인식, 싱크홀 추락사고, 대형 화물차 사고 위험 등 한국사회의 현실문제를 생생하게 담아내고 있다.

 

그를 통해 그려지는 사연들, 예컨대 빗길에 미끄러진 25톤 화물차가 중앙선을 넘어와 남편이 교통사고를 당해 뜻하지 않은 불행을 겪지만 화물연대의 집회를 보고 자신이 먹으려던 샌드위치를 건네게 되는 아내의 마음에서 먹먹한 여운이 남는다.

 

그런가 하면 대학병원을 중심으로 이야기가 펼쳐지는 만큼 피프티 피플에는 병원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많이 등장한다. 작가는 꼼꼼한 취재와 자문을 통해 의사, 간호사뿐 아니라 보안요원, MRI 기사, 이송기사, 인포메이션 담당자, 홍보부 직원, 해부학 기사, 임상시험 책임자, 닥터 헬기 기사, 공중보건의, 제약회사 영업사원, 병원 설립자 등의 사연까지 담아냈다. 여기에 응급실, 정신과, 외과 등으로 찾아드는 환자들의 사연까지 더해져 이야기는 더욱 입체적이고 풍성해진다.

 

의사와 환자로, 환자의 가족으로, 가족의 친구로 50명의 인물들이 이루고 있는 구도가 긴밀하고 짜임새 있기도 하지만 전혀 관계가 없는 인물들이 서로를 마주치는 순간들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우리는 어쩌면 그저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사람들에게서 이미 위안을 받고 살아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피프티 피플은 변함없이 한국사회와 예민하게 공명한다. 우리의 일상을 흔드는 불안의 실체를 드러내는 것에 그치지 않고 치유하려는 노력 또한 보여주는 이 작품은 강력한 가독성과 흡인력으로 이 사회의 연대 의지를 되살리는 작품이라는 평을 받으며 제50회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작가 정세랑 소개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2010 판타스틱 드림, 드림, 드림을 발표하며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2013 이만큼 가까이로 창비장편소설상을, 2017 피프티 피플로 한국일보문학상을 받았다. 소설집 옥상에서 만나요, 목소리를 드릴게요, 장편소설 덧니가 보고 싶어, 지구에서 한아뿐, 재인, 재욱, 재훈, 보건교사 안은영, 시선으로부터,등이 있다. 창비 장편소설상, 한국일보문학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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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