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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00)]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책을 읽읍시다 (2000)]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

이경란 저 |  | 284 | 14,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한 이경란의 첫 소설집이다. 작가의 등단작인 오늘의 루프탑과 표제작 빨간 치마를 입은 아이를 비롯하여 라면과 홍차와 미자, 메르센, 연두, 열여섯의 일, 요일 팬티 7종 세트, 이모들의 집, 페어웰, 스냅백이 수록되어 있다. 

 

이경란 소설의 소수들은 타인은 지옥이다라는 사르트르의 언명, 그리고 관계는 혼란스러운 축복이다라는 바우만의 통찰 사이에서 조심스럽게 항해 중이다.

 

이경란의 첫 소설집은 혼란스런 축복과도 같은 관계 맺기의 어떤 국면들을 탐색하고 있다. ‘관계 속에서  우리라는 이중 주체로 결박되고, 때론 그 결박으로부터 벗어나는 데 성공하고, 그리고 나서 다시 고립 속에서 유대를 열망하고, 그리하여 이전과는 전혀 다른 방식의 결속에 안착하거나 실패하기도 한다.

 

요일 팬티 7종 세트는 이를 위트 있는 방식으로 풀어내는 소설이다. 주인공은 이중주어구문을 주제로 국문학 박사학위를 준비하고 있는데, 가령 이런 것이다. ‘나는 돈벌이가 없다’, ‘나는 팬티가 없다의 문장에서 주어는 나와 돈벌이’, 혹은 나와 팬티라는 것. 서술절이라는 학술적 탐색은 차치하고,  이중주어구문에서 진짜 주어는 무엇인가라는 물음은 존재에 대한 탐색으로 이어진다.

 

작가의 등단작인 오늘의 루프탑 소수의 존재론에 대한 또 다른 탐색을 보여준다. 모조품과 모조 연인, 모조 같은 일과 관계 속에서 좀처럼 생의 닻을 찾지 못하는 수이는 우연히 옆 건물의 옥탑방에 갇힌 또 다른 소수를 발견한다

 

하루 종일 방에 누워 아래층 며느리가 가져다주는 음식으로 그저 연명하듯 살아가는 노인은 수이처럼 혼자이다. 수이는 TV를 핑계로 그의 옥탑방에 드나들게 되고 함께 TV를 보는 것으로 함께함을 경험한다

 

이들 사이에 소통은 부재하지만, 그저 시공간을 공유하는 것으로 서로를 위로한다. 수이는 이 완전한 타인에 의해 비로소 자신의 존재를 확인하고, 더 나아가 돌봄을 통해 능동성을 회복해간다.

 

를 통해 비로소 가 가능하다면, ‘너는 나다’. 작가의 항해와 탐색은 관계 맺기의 곤궁에 빠진 현대인의 일상에 의미 있는 나침반이 된다. 장식보다는 정직과 리얼리티를 지향하는 작가의 문장은 분명 이 탐색 끝에 메르센 소수와 같은 힐링과 희망을 찾아낼 것이다. 작가의 문장과 관련해서 덧붙이자면, 근자에 대구, 경북 지방의 입말을 이렇게 생생하고 풍성하게 구사한 소설도 잘 없을 것 같다.

 

 

작가 이경란 소개

 

대구에서 태어나 자랐다. 연세대학교 국어국문학과를 졸업하고 한동안 잡지 만드는 일을 했다. 2018년 문화일보 신춘문예에 오늘의 루프탑이 당선되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다. 소설집 다섯 개의 예각, 공동소설집 여행시절이 있다. 2021 경기문화재단 창작기금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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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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