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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00)] 먼길로 돌아갈까?

[책을 읽읍시다 (2000)] 먼길로 돌아갈까?

게일 콜드웰 저 | 이승민 역 | 문학동네 | 280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먼길로 돌아갈까?는 미국의 문학평론가이자 퓰리처상 수상 작가 게일 콜드웰이 명랑한 은둔자』 『욕구들의 작가 캐럴라인 냅을 만나 나눈 특별한 우정과, 그녀를 갑작스러운 죽음으로 떠나보낸 뒤 찾아온 애도의 시간을 그린 에세이다. 

 

따로 있을 때는 겁에 질린 술꾼이자 야심찬 작가이며 애견인이던 두 사람이 가족보다, 때로는 연인보다 가까운 관계를 맺고 특별한 마음을 나누었던 7년의 기억이, 예기치 못한 상실과 그 이후의 시간을 온몸으로 견뎌낸 기억이 담담하고도 섬세한 문장으로 펼쳐진다

 

 

두 사람을 이어준 매개는 개였다. 첫 만남은 어느 문인 모임이었지만, [보스턴 글로브]의 베테랑 평론가 게일 콜드웰과 드링킹, 그 치명적 유혹으로 큰 성공을 거둔 젊은 작가 캐럴라인 냅은 어색한 인사만을 나눈 채 스쳐지났다. 인간관계에서 극도로 신중한 두 사람의 성향 때문이었다.

 

몇 년 뒤 산책길에 우연히 다시 마주친 둘은 개와 함께인 서로에게 호감을 품고, 그날을 계기로 게일의 개 클레먼타인과 캐럴라인의 개 루실까지 넷이서 하는 산책이 그들의 일과로 자리잡았다.

 

게일에게 캐럴라인을 만난 것은 마치 가상의 친구를 찾는 구인광고를 냈는데 상상한 것보다 더 재미있고 멋진 사람이 우리집 문 앞에 나타난 상황과 비슷했다.

 

책을 읽거나 글을 쓰고 반려견과 단순한 언어로 소통하며 온종일 침묵에 가까운 시간을 보내던 쾌활한 우울증 환자 게일과 명랑한 은둔자 캐럴라인은 이제 숲속과 들판, 해변에서 끝없이 대화를 하며 걷고 또 걸었고, 물이 잔잔한 날이면 강으로 나가 노를 저으며 로잉을 했다.

 

충격은 예기치 않게 찾아왔다. 캐럴라인의 폐에서 제거할 수 없는 종양이 발견된 것이다. 비소세포성 선암 4. 캐럴라인은 의사들은 내가 얼마나 강한지 모른다며 눈앞의 현실에 의연하게 맞섰다. 자신보다 남겨질 사람들을 더 걱정했고, 유언장을 작성하고 오랜 연인 모렐리와의 결혼식을 준비하면서 농담을 던지는 담대한 그 모습은 게일이 붙여준 별명 작은 야수에 그야말로 어울리는 것이었다.

 

그런 캐럴라인도 탈모가 시작되자 조금씩 무너져내렸다. 급기야 뇌출혈로 인해 말을 하는 것조차 불가능해지고, 끝없이 이어지던 대화 대신 침묵의 안무가 두 사람 사이를 메운다.

 

장례식을 치르고도 게일은 캐럴라인을 쉽사리 떠나보내지 못했다. 몸을 내리누르는 비탄의 물리적인 통증이 한동안 계속되며 캐럴라인의 항시 부재라는 현실이 숨통을 조여왔고, 참을 수 없는 분노를 이해하기 위해 닥치는 대로 글을 읽어야 했다.

 

두 사람이 나눈 우정의 무게를 부질없이 과소평가하거나 캐럴라인의 단점을 꼽아보기도 했다. 손바닥이 가죽처럼 뻣뻣해지고 온몸이 욱신거릴 때까지 강에서 노를 젓다가도 시시때때로 캐럴라인에게 머릿속으로, 입 밖으로 말을 걸었다. 캐럴라인에게 전화를 걸어 그녀의 죽음이 어떤 의미였는지, 자신의 삶이 어떻게 달라졌는지 이야기하고 싶은 충동이 일 때도 있었다. 상실의 고통은 너무도 생생했고, 그 아픔을 이겨낼 수 있다는 희망을 품는다면 캐럴라인을 배신하는 것처럼 느껴지던 시간이었다.

 

 

작가 게이 콜드웰 소개

 

미국 작가이자 문학평론가. 1951년 미국 텍사스 애머릴로에서 태어났다. 텍사스 대학교에서 미국학 석사를 받고 학생들을 가르치다, 1981년 서른 살에 작가가 되고자 보스턴으로 향했다. 1985년부터 2009년까지 [보스턴 글로브]의 북 리뷰 편집자로 [빌리지 보이스], [워싱턴 포스트] 등에 글을 기고했으며, 2001년 현대인의 삶과 문학에 대한 탁월한 통찰과 관찰을 인정받아 퓰리처상(비평 부문)을 수상했다.

 

2010년 발표한 먼길로 돌아갈까? 2002 42세의 나이로 갑작스레 세상을 뜬 친구 캐럴라인 냅을 추억하며 두 사람이 나눈 7년의 우정을 그린 에세이다. 이 외에도 저서로 에세이 강한 서풍(2006), 새로운 인생, 법칙 없음(2014), 반짝거리고 소중한 것들(2020) 등이 있다. 현재 매사추세츠주 케임브리지에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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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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