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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09)]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책을 읽읍시다 (2009)]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

어느 장례지도사가 말해주는 죽음과 삶에 관한 모든 것

강봉희 저 | 사이드웨이 | 220 | 15,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이 책은 2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죽은 이들의 곁을 지키며 그들의 마지막을 함께했던 어느 장례지도사의 기록이다. 40대 중반, 암에 걸려 저승의 문턱에서 가까스로 돌아온 저자 강봉희는 그때부터 죽음을 돌보는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2004년부터 700여 명의 고독사 사망자들과 기초수급자 고인들의 장례를 아무런 보상도 없이 도맡아왔다. 

 

2020, 모두가 감염의 공포에 질려 코로나 사망자 시신에 손을 대려 하지 않을 때는 제일 먼저 병원으로 달려가 시신을 수습하기도 했다. 저자는 오늘도 외롭게 죽은 이들의 시신을 염습하고, 장례식장과 화장장과 납골당을 오가면서 그들의 한 많은 넋을 기린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는 오래도록 죽은 이들의 마지막을 목격했던 그가 들려주는 죽음과 장례의 의미, 삶과 인간에 관한 길고 긴 성찰의 궤적이다.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에는 고독사 문제와 코로나 시신의 수습뿐만 아니라, 죽음과 장례에 관한 모든 과정과 그에 대한 성찰이 구체적이고 꼼꼼하게 기술되어 있다.

 

저자가 염습대 위에서 시신을 정결하게 돌보고 사후경직된 시신의 몸을 풀어드리는 과정, 돌아가신 분들이 자기 몸에 남긴 흔적들의 이야기, 고인들에게 입혀드리는 수의(壽衣)에 관한 이야기, 고인의 몸을 장례식장에서 화장장으로 옮기며 그가 생각했던 것들, 우리는 모두 아기의 얼굴로, 아기의 표정을 하고 죽는다는 것, 죽은 이들의 유족을 찾고, 그 유족들의 이야기를 듣고, 망자(亡者)를 향한 슬픔 혹은 원한을 풀어드리는 일 등등.

 

무엇보다도 그는 삶과 죽음을 끊어놓는 우리 문화를 비판적으로 바라본다. 죽음을 천대하는 우리 조상들의 역사는 결코 짧은 것이 아니었다. 과거에 백정이 염()을 했고, 죽음을 다루는 업은 우리 사회에서 가장 천한 직업이었다. 죽은 이들의 산소를 저 먼 동네의 산꼭대기에 마련해두고, 귀신이 산 사람에게 오지 못하게 시신을 꽁꽁 싸매두었던 것도 같은 맥락이다. 모두 죽음을 안 좋은 것, 피해야 할 것, 마치 하나의 금기처럼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한다. 화장장이나 납골당이 시내 한가운데에 있는 일본이나 주요 도시의 한복판에 공동묘지가 조성된 미국처럼, 우리도 죽음을 삶과 떨어뜨려 놓고 생각하는 이 문화를 점점 더 없애나가야 한다. 우리 조상들이 딱 끊어놓은 생졸(生卒)이지만, 이제부터라도 붙이면 된다.

 

저자는 그 둘이 같이 가야 모두가 편해질 것이라고 확신한다면서 자신이 생각하는 죽음과 삶의 이야기들을 따뜻하게 풀어놓는다. 젊은 장례지도사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장례식장에 절대로 휘둘리지 않는 방법들, 그리고 명당에 관해서, 가족에 관해서, 유족과 상속에 관해서, 핏줄에 관해서, 제사와 공동체에 관해서, 국경 없는 죽음에 관해서, 그리고 우리 사회에서 사라져버린 어른의 역할에 관해서. 그가 20년 가까운 시간 동안 죽음의 곁에서 길어 올린 여러 단상들이 나는 죽음을 돌보는 사람입니다의 원고 전체를 관통하고 있다.

 

 

작가 강봉희 소개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의 단장이며, 과거에는 염장이라 불렸던 장례지도사의 일을 하고 있다. 10대 시절부터 건축업에 뛰어들어 열심히 살아가다 1996 40대 중반의 나이로 암에 걸렸다.

 

병원에서 석 달을 못 살 거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았지만 극적으로 살아났다. 병실에서 내가 죽지 않고 살아나간다면 아무에게도 돌봄을 받지 못한 채 죽은 사람들을 위해 일하자고 다짐했고, 2003년에 대구가톨릭대학교 평생교육원 장례지도학과를 수료했다.

 

2004년 그곳의 후배들과 장례지도사협의회봉사단을 발족해 그때부터 대구시의 무연고자와 기초생활수급자의 장례를 치러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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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