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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014)] 대가 없는 일

[책을 읽읍시다 (2014)] 대가 없는 일

김혜지 저 | 민음사 | 276 | 13,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김혜지의 첫 소설집 대가 없는 일. 김혜지는 작가의 말을 통해 생의 일들에 제대로 된 우선순위를 두기 위해 오래 다닌 회사를 나왔다고 밝힌다. 10년간 광고회사의 카피라이터로 일하던 그는 15초 남짓으로 흘러가던 속도의 세계에서 더 오래 바라보고 느리게 담아내는 소설의 세계로 몸을 틀었다. 느리지만 무거울 펜으로 김혜지가 처음 만든 이야기는 학교 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의 이야기(등단작 )였다.

 

작가는 세상의 대세들과 같은 속도로 나아가지 못하고, 그들이 지닌 삶의 처세를 익히기 힘들고, 그들 같은 결과를 낼 수 없는 이들을 본다. 요령은 없고 다만 최선을 다할 뿐이라 생의 요철 앞에 어쩔 줄 몰라 하고 말문이 막혀 버린 이들의 목소리를 상상한다.

 

각자의 속도대로 성실하게 달리지만 순식간에 고꾸라지거나 자꾸만 뒤처지는 사람들의 이상하고 슬픈 걸음에 대해 쓴다. 작가가 무척이나 오래 돌본 이야기들을 읽으며 우리는 그의 눈과 손이 닿은 곳을 한 번 더 보게 될 것이다.

 

대가 없는 일에 수록된 일곱 편의 소설을 따라 읽는 일은 고꾸라진 이의 무릎에 묻은 흙을 털어 주고, 뒤처지는 이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는 일에 다름 아닐 것이다.

 

김혜지가 주목하는 인물들은 세상  사이에서 휘청이는 이들이라고도 할 수 있다. ‘정상속도 혹은 정상인 상태가 되고 싶은 이들과, 남들이 말하는 정상보다는 오롯한 나이고 싶은 이들. 그러나 두 갈래의 소망 모두 자꾸만 좌절되는 이들이 소설집 대가 없는 일에는 등장한다.

 

수록작 아가야, 어서 오렴의 주인공인 현주는 회사에서 유일하게 출산 계획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상사에게 눈총을 받으며, 동시에 바라는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임신 때문에 괴로운 난임 시술을 끝없이 시도한다. 현주의 고통은 오롯이 생생하지만, 어렵지 않게 임신하고 출산한 친구들은 육아의 어려움을 토로하고, 비혼인 친구들은 이 시대에 왜 사서 고생이냐는 듯한 눈빛을 보내온다. 결국 현주가 마음 둘 곳은 비슷한 처지의 여자들이 모인 곳, 인터넷 난임 카페뿐이다.

 

반면 그녀가 , 사랑을 부를 때의 주인공 진희는 시나리오를 전공한 대학 시절 동경하고 따르던 선배 은주와의 추억을 회상한다. 쓰는 일도 사는 일도 보통’, ‘무난’, ‘정상 등의 말들과는 거리가 멀던 날들. 글은 더디 쓰이고 돈도 제대로 받지 못하던 날을 떠올리게 된 데는 무엇보다 은주의 죽음이 있다. 타인에게 속고 자신을 의심하며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게 되었던 와 그래서 포기했던 쓰기를 다시 붙들려고 할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이는 보통 사람처럼 살지 못해도 쓰는 일을 가장 사랑했던 어느 선배다.

 

작가는 저마다 아주 간절히 바라는 것이 있는 인물들의 울음이 터지는 순간을, 혹은 울음이 삼켜지는 순간을 바라보려 한다. 어떤 이들이 꿈꾸는 것이 어리석은지 어리숙한지 판단하기 이전에, 말소리 밑에 나직이 깔리는 것이 신음인지 울음인지, 혹은 그 무엇도 아닌 다른 소리인지 듣기 위해 귀 기울인다.

 

 

작가 김혜지 소개

 

1984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에서 시나리오를 전공하고, 다수의 장편영화 시나리오를 각색했다. 2011년부터 10년 동안 광고회사 TBWA KOREA에서 카피라이터로 일했다. 2019 [매일신문] 신춘문예에 이 당선되며 소설을 발표하기 시작했다. 현진건문학상 신인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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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