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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02)]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책을 읽읍시다 (2102)]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리처드 파워스 저/이수현 역 | 알에이치코리아(RHK) | 400 | 16,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리처드 파워스의 장편소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 기후위기에 직면한 근미래를 배경으로 걷잡을 수 없는 속도로 파괴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가족과 미래 세대의 불안을 그려낸 이 소설은 출간 직후 강렬한 전율과 깊은 깨달음을 주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유수의 언론 매체들의 집중 조명을 받고 있다.

 

외계 생명체를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는 아내 얼리사의 갑작스러운 죽음 이후, 아홉 살 아들을 혼자 키우게 된 싱글대디다. 주의력결핍 과다행동장애를 가진 아들 로빈은 사랑했던 엄마와 반려견을 차례로 잃은 후 그 증세가 더 심해졌다. 

 

족의 추억이 깃든 스모키산맥으로 야영을 다녀온 직후, 로빈은 학교에서 친구의 얼굴을 보온병으로 때려 다치게 한 일로 정학을 당한다. 엄마의 죽음이 단순 사고가 아닐지도 모른다는 친구의 말에 격분한 것이다.

 

시오는 도로 위로 뛰어든 주머니쥐를 피하다 생긴 사고였다고 아들에게 설명해 주지만, 당시 아내가 로빈의 여동생을 임신 중이었다는 사실은 숨긴다.

 

그러던 어느 날, 조류학자가 꿈인 로빈은 동물권활동가였던 엄마가 생전에 하고자 했던 일을 돕겠다며 파머스 마켓에 나가 판매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지구상에서 멸종된 생명체들이 아이의 손끝에서 마법처럼 정교하게 되살아나 사람들을 놀라게 하고, 로빈은 점점 그림에 몰두하며 학업에 관심을 잃어간다.

 

학교에서는 로빈에게 향정신성 약물치료를 권하지만 시오는 거부한다. 아홉 살 어린아이에게 약물이 어떤 효과를 미칠지 두렵고, 그게 해결책이라는 생각도 들지 않으며, 아들의 별난 모습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기 때문이다.

 

시오는 아내의 친구였던 신경과학자 마틴 커리어에게 조언을 구하고, 그는 로빈에게 실험 단계에 있는 디코디드 뉴로피드백 치료를 받아보길 권한다. AI를 이용해 타인의 감정 지문을 그대로 경험하도록 훈련하는 이 기술은 실제로 나와 있지만, 소설은 한 발자국을 더 나아가 상상의 영역으로 확장한다.

 

이 기술이 사람을 고통에서 해방시킬 수 있다면 어떨까 하는 질문으로. 로빈은 이 훈련을 통해 어머니의 생전 두뇌 활동 패턴과 자신을 일치시키는 방법을 배우게 되고 차츰 고통에서 벗어나 행복해진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은 외계 생명체의 흔적을 찾는 우주생물학자 시오와 지구상의 모든 존재를 사랑한 동물권활동가 얼리사’, 그들에게서 태어난 슬프고 특별하며 갓 아홉 살이 된, 이 세상과 잘 맞지 않는 아들 로빈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좇아 나간다.

 

세상으로부터 상처받은 연약한 소년이 자신만의 언어로 펼쳐 나가는 무해한 사랑과 순수한 저항의 여정이 타자의 고통에 무감각해진 혐오의 시대를 살아가는 독자들에게 깊은 감동을 불러일으킨다. 천문학과 뇌과학, 지구 환경 문제를 폭넓게 아우르며 생명과 죽음에 대한 성찰을 담아내 리처드 파워스의 또 다른 역작으로 길이 남을 만한 작품이다.

 

 

작가 리처드 파워스 소개

 

인간과 비인간 존재의 관계에 대한 통찰을 특유의 시적인 문체로 녹여낸 작품들을 발표하며 현대 영미 문학의 거장으로 평가받고 있는 작가다. 1957년 미국 일리노이주 에번스턴에서 태어났다.

 

교육자였던 아버지를 따라 방콕으로 이주해 음악과 문학에 심취한 어린 시절을 보냈고, 미국으로 돌아온 뒤 일리노이 대학에서 물리학과 영문학을 공부했다.

 

1980년 보스턴에서 컴퓨터 프로그래머로 일하던 중, 미술관에 전시된 독일 사진가 아우구스트 잔더의 젊은 농부들을 보고 영감을 받아 이틀 후 직장을 그만두고 작가의 길을 걷기 시작했다.

 

1985년 발표한 첫 소설 춤추러 가는 세 농부들, 1995년 인공 지능과 인간의 관계를 탐구한 갈라테아 2.2, 2006년 전미도서상을 수상한 에코메이커 등 지금까지 열세 편의 소설을 출간했다.

 

특히 2018 독창적인 서사 구조가 인간의 경이와 유기성을 환기시키는 작품이라는 평과 함께 퓰리처상을 수상한 오버스토리는 인간과 숲에 관한 기념비적 소설로, 파워스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주었다. 2021년 신작 장편소설 새들이 모조리 사라진다면으로 부커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파괴된 행성에서 살아가는 가족의 불안과 공존의 철학을 담은 이 소설은 평단과 언론의 극찬은 물론, 대중에게도 많은 사랑을 받아 영화로도 제작될 예정이다. 현재 파워스는 작품의 배경이 된 그레이트 스모키산맥 기슭에 살며 일리노이 대학에서 문예창작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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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