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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06)]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책을 읽읍시다 (2106)] 식물분류학자 허태임의 나의 초록목록

허태임 저 | 김영사 | 292 | 17,8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자신을 초록(草錄) 노동자로 규정하는 식물분류학자 허태임 박사가 풀과 나무를 따라가며 얻은 기록들을 엮었다.

 

국립백두대간수목원에서 이 땅의 사라져가는 식물을 지키기 위한 연구에 힘을 쏟고 있는 저자는 제대로 지키려면 자세히 알아야 한다는 신념으로 전국의 산과 들과 강을 누비며 식물을 찾아가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사람의 언어로 꼼꼼히 옮기는 일을 계속하고 있다.

 

저자는 식물 공부를 식물과의 연애라고 하며 나날이 깊어가는 사랑을 표현한다. 찾고자 하는 식물을 발견하고는 한 발짝만 떼면 절벽이란 사실도 잊고 좋아서 발을 동동 구르는 것, 봄꽃을 먼저 만나고자 봉화에서 거제를 경유해 변산반도를 거쳐 다시 봉화까지 도합 1,000킬로미터가 넘는 거리를 하루에 달리는 것, 무더위에 마스크를 쓰고 숲을 헤치고 산을 오르내리면서도 식물의 생존을 확인하여 그 핑크빛 꽃을, 그 꽃내음을 한 번이라도 들이켤 수만 있다면 다 괜찮다고 말하는 것, 식물이 사라진 자리에서 그들의 생존을 염원하며 재회를 빌고 또 비는 것은 분명 사랑이다.

 

왕대, 솜대, 이대는 있지만 대나무라는 이름이 붙은 나무는 없고, 갈참나무, 졸참나무, 떡갈나무는 있지만 참나무라는 이름의 나무가 없는 것처럼 들국화라는 식물은 없다.

 

이 책에는 이런 상식에서부터 소나무처럼 암수한그루도 아니고, 버드나무처럼 암수딴그루도 아닌 기능적암수딴그루라는 특이한 번식 방법 같은 보다 전문적인 식물학 지식까지 다양한 수준의 식물 이야기가 담겨 있다. ‘얼레지’(얼룩덜룩한 무늬의 잎과 먹는 나물이라는 뜻이 더해진 얼러+가 변형된 이름), ‘철쭉’(‘머뭇거릴 척?’ 머뭇거릴 촉?’이 변한 이름), ‘낙지다리 쇠무릎’(각각 낙지의 다리와 소의 무릎을 닮았다 하여 붙은 이름)의 이름 이야기, 동의보감》 《향약집성방》 《의방유취 등 우리 전통 의학 서적에 등장하는 여러 식물의 쓰임새와 효능에 관한 이야기, 배후습지와 울릉도와 석회암 지대와 석호 같은 서식지 이야기 등이 서로 어우러져 다채롭게 펼쳐진다.

 

특히 우리 땅에서 저절로 나고 자라는 자생식물에 주목한 점이 눈에 띈다. 그 배경에는 2014 10월 발효되어 각국의 생물과 그 유전자원에서 얻을 수 있는 이익을 원산지에 공정하고 공평하게 공유해야 한다는 것을 골자로 하는 나고야의정서가 있다.

 

생물의 유전자원을 이용하는 국가는 그것을 제공하는 국가의 승인을 받고 로열티도 따로 내야 하는 등 외국 원산의 재배식물을 키워 쓰는 데 제약이 많아진 것이다.

 

나무의 심장과도 같은 겨울눈과 암그루 홀로 후대 생산이 가능한 종자를 맺는 무수정결실’, 암수한그루도 아니고 암수딴그루도 아닌 기능적암수딴그루 같은 식물들의 놀라운 생존 전략은 물론, 지구상에서 오직 한반도에만 사는 고유식물 모데미풀과 댕강나무와 눈측백 같은 식물들이 멸종 위기에 처했다는 사실까지 우리 땅 식물들의 놀랍고 절박한 이야기가 펼쳐지는 가운데, 식물을 만나기 위해서라면 비무장지대나 국가보안지역, 무인도를 가리지 않고 찾아가서 숲을 헤매고 암벽과 고목을 오르는 식물분류학자의 일과 꿈도 엿볼 수 있다. 조곤조곤 설명해가는 저자의 목소리를 따라가다 보면 독자는 어느새 식물을 향한 저자의 사랑에 동화되어 식물과 함께 웃고 울고 있는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것이다.

 

 

 

작가 허태임 소개

 

식물분류학자. 대학에서 목재해부학을, 대학원에서 식물분류학을 공부했다. 한반도 팽나무속의 계통분류학적 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DMZ자생식물원을 거쳐 현재는 국립백두대간수목원 보전복원실에서 우리 땅에서 사라져가는 식물을 지키기 위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1년의 절반 이상은 전국 곳곳의 숲을 탐사하고 식물의 흔적을 기록하는 초록노동자로 살아간다. 식물과 관련한 글쓰기에 관심이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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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