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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42)] 사유 식탁: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책을 읽읍시다 (2142)] 사유 식탁:영혼의 허기를 달래는 알랭 드 보통의 132가지 레시피

알랭 드 보통, 인생학교 저/이용재 역 | 오렌지디 | 368 | 38,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연애와 철학을 접목한 독특한 글쓰기로 닥터 러브라는 별칭까지 얻은 알랭 드 보통이 뜻밖의 요리책으로 한국 독자를 찾아왔다. 2008년 그가 주축이 되어 설립한 인생학교를 통해 출간한 이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요리와 식사를 철학으로 사유한다. 음식과 대화를 넘나들며 유무형의 레시피를 식탁 위로 제안하면서 성찰과 자기 위로의 기회를 독자들에게 건넨다.

 

이 책에서 요리는 단순히 음식을 만드는 행위만을 의미하지 않는다. 알랭 드 보통은 누군가를 위해 요리하고 함께 식사한다는 것은 사랑 고백과 같다고 말한다. 그가 추천하는 132가지 레시피와 그만의 진진한 사유가 담긴 이 책 사유 식탁은 요리하고 식사하는 행위가 지닌 의미를 기존의 사고 틀 너머로 확장함으로써, 불안한 우리의 마음을 보드랍게 어루만지는 요리의 새로운 가능성을 발견하도록 돕는다.

 

책은 이것은 평범한 요리책이 아니다라는 선언으로 첫 장을 시작한다. 작가가 직접 선별한 132여 가지 음식과 대화 레시피는 알랭 드 보통 특유의 사유가 맛깔나게 양념 되어 위트 있으면서도 다정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익숙한 듯 새로운 맛을 자아낸다. 우리 내면의 믿음과 삶의 희망을 다시금 불러일으키는 그의 레시피는 그의 소설을 사랑하는 독자들에게도 새로운 재미를 선사하며 구미를 당기기에 충분하다.

 

알랭 드 보통이 이 요리책을 쓴 이유는 명확하다. 그는 요리에 대한 기존의 정의가 너무나 협소하다며 요리의 의미를 확장하길 주문한다. 요리는 생각과 감정을 일깨우는 사유의 매개물이자, 그것을 공유하는 방식이며, 동시에 사랑을 고백하는 방법이라는 것이 그의 생각이다. 요리란 단순히 재료를 먹을 수 있게 조리하는 행위를 넘어 사랑하는 사람의 마음과 영혼을 채우는 방법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잘 먹고 잘 살기.’ 예나 지금이나 삶의 궁극적인 목표는 이 한 문장으로 요약된다. 잘 살기 위해서는 잘 먹어야 한다. 음식은 건강과 행복의 필요조건인 셈이다. 하루가 멀다 하고 다이어트 트렌드가 바뀌고, 유튜브와 각종 SNS 피드에 맛집 후기와 먹방 콘텐츠가 차고 넘치는 현상은 잘 먹고 싶은 우리 욕망의 반영이자, 잘 살지 못하고 있다는 현실 인식이 빚은 결과다.

 

그런데 정작 사람들은 무엇을 어떻게 먹을지 깊게 고민하지 않는다. ‘좋은 음식은 가장 협소한 정의에 머문다. 책에서 알랭 드 보통은 영양분만 고려한 채 요리가 인간의 감정 상태나 심리 안정에 미치는 영향을 주목하지 않는 세간의 태도에 반전을 꾀한다. 식재료가 특정한 미덕을 불러일으킨다는 기발한 아이디어를 제시하고, 요리를 통해 우리 눈앞에 닥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유쾌한 희망을 불어넣는 것이다.

 

알랭 드 보통은 해결의 실마리를 식재료와 메뉴의 재발견에서 찾는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철학에서 영감을 받아 우리에게 필요한 12가지 미덕을 새롭게 정의하고, 미덕의 원천이 되는 식재료와 그것을 활용한 레시피를 소개한다.

 

책은 여느 요리책에서는 볼 수 없었던 이야기와 레시피로 가득하다. 배달 음식을 주문하는 것도 능력이라는 응원의 메시지부터 남은 음식을 활용하는 방법, 식사 자리에서 활용하기 좋게 주제별로 정리된 대화 메뉴는 이 책만의 독특한 내용이다. 때로는 물 한 컵과 사과 한 알로 이루어진 조촐한 식사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작가는 행복한 삶을 만드는 기술이 레시피를 정확하게 따라 하는 기교가 아니라 자신과 주변을 살펴보는 용기에 있으므로, 매 끼니 거나하게 먹어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길 권한다.

 

 

작가 알랭 드 보통 소개

 

1969년 스위스 취리히에서 태어나 영국 런던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이자 철학자.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교에서 역사학을 전공하고, 킹스 칼리지 런던에서 철학 전공으로 석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하버드 대학교에서 철학 박사 과정 중 전업 작가로 활동을 시작했다.

 

1993년 첫 소설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가를 발표하며 곧바로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연이어 우리는 사랑일까, 키스 앤 텔을 출간해 소위 사랑과 인간관계 3부작을 완성한다. 소설적 재미와 철학적 사유가 어우러졌다는 평가와 함께 20여 개 언어로 번역 출간된 그의 작품은 지금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다. 독특한 연애 소설 덕분에 그는 현대판 스탕달이자 닥터 러브라고 불린다.

 

2003년 프랑스 문화부 장관으로부터 문화예술공로훈장 슈발리에를 받았으며, 같은 해 뛰어난 문장력을 인정받아 샤를르 베이옹 유럽 에세이상을 수상했다. 2008년 영국 런던에 인생학교를 설립하고, 학생을 가르치며 책을 펴내는 작업을 계속하고 있다.

 

 

 

작가 인생학교 소개

 

알랭 드 보통이 주축이 되어 만든 프로젝트 학교. ‘배움을 다시 삶의 한가운데로라는 모토 아래 2008년 영국 런던에 처음 문을 열었다. 암스테르담, 베를린, 파리, 상파울루 등에 분교가 있다. ‘어떤 사람을 만나는 게 좋을까?’, ‘관계는 어떻게 맺고 유지할까?’, ‘돈은 어떤 의미일까?’처럼 삶의 본질과 연결된 다양한 질문을 묻고 토론한다. 공식 홈페이지와 유튜브 채널을 통해 자세한 교육 과정과 활동 내용을 살펴볼 수 있다.

 

학교에서 깜빡하고 가르치지 않았지만 좋은 삶을 살기 위해 필요한 모든 것을 가르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자신을 이해하고, 인간 관계와 직업, 사회생활을 향상시키며, 평온을 찾고, 여가를 즐길 수 있도록 도우며, 영상, 워크숍, 출판, 상품 제작·판매 등의 활동을 합니다. 런던, 앤트워프, 암스테르담, 이스탄불, 멕시코시티, 파리, 상파울로, 타이베이, 서울에 사무실이 있으며,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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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