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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155)] 이중 작가 초롱

[책을 읽읍시다 (2155)] 이중 작가 초롱

이미상 저 | 문학동네 | 356 | 15,5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8년 여름, 젊은 평론가들이 매 계절 주목할 만한 단편소설을 발 빠르게 소개하는 첨예한 현장인 <문학동네> 계간평에 한 신인 작가의 데뷔작 하긴이 언급되었다. “독보적으로 문제적인 소설”(문학평론가 한설)이라는 평가를 받은 그 작품은 이듬해 요즘 신진 작가들에게서는 구하기 어려운 풍속희극적 일화”(문학평론가 황종연)를 담았다는 찬사를 받으며 젊은작가상 수상작으로 선정되었다.

 

이미상 소설의 출발점인 하긴 그친구는 학생운동에 투신했던 86세대 부부인 남편 과 아내 ’, 그리고 그들의 모임 친구 지경을 주인공으로 하는 연작 성격의 작품이다. 하긴에서 화자 은 자신의 딸 보미나래가 친구들의 자녀들에 비해 지적 능력이 떨어진다고 여기고, 어떻게든 딸을 좋은 대학에 보내기 위해 미국으로 유학을 보냈다가 예상치 못한 상황에 맞닥뜨린다. 그 과정에서 소위 배운 세대라고 일컬어지는 운동권 세대인 의 내면에 잠재되어 있던 학벌주의와 속물근성이 수면 위로 떠오른다. 이처럼 하긴은 겉으로 보기에 올바른 듯 보이는 인물의 도덕적 허위를 꼬집으며 웃음을 자아내는 강렬한 블랙코미디이다.

 

하긴이 남성 화자 의 목소리로 전개되었다면 그친구는 여성 화자 의 목소리로 진행된다. ‘는 남편과 함께 나가는 모임의 일원인 지경이 남편 과 불륜을 저질렀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이후 소설은 가 같은 여성으로서 지경과 그녀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이해하려 노력하는지 호소력 있게 펼쳐 보인다. 그친구는 기존의 남성적 시선으로 그려져온 운동권 문학을 비트는 남다른 후일담 소설이자 여성 연대를 의미화하는 작품이다.

 

표제작 이중 작가 초롱은 주목받는 소설가 초롱이 누군가에 의해 습작 시절에 쓴 작품을 인터넷에 무단으로 유포당하며 곤경에 처하는 모습을 그린다. 동일하게 불법 촬영 피해자 여성을 다루었지만 데뷔작에서는 온전히 인물의 내면 묘사에 초점을 두었으면서, 습작품에서는 피해자와 가해자를 손쉽게 화해시키는 결말을 짓는 이중성을 용납할 수 없다는 뭇사람들의 비난을 받으면서 초롱은 순식간에 기만적인 작가로 낙인찍힌다. 그러나 전국의 글쓰기 공모전에서 초롱이라는 이름을 가져다 쓴 당선자들이 우후죽순 출몰하면서, 문단에서 매장되어야 마땅하다고 여겨진 초롱은 역설적으로 다수의 익명 작가로서 문단을 장악해가기 시작한다.

 

이중 작가 초롱은 한 명의 특정한 작가의 이름으로 존재하지 못할 위기에 처한 초롱이 모두의 이름이 됨으로써 살아남는 풍자적 카타르시스를 전해준다. 그럼으로써 사건의 본질을 외면한 채 외설적인 면만 부각해 공격하는 작금의 문화 세태를 꼬집으면서, 글쓰기와 재현의 윤리를 따져 물을 때 진정 누락되는 것이 무엇인지를 질문하는 도발적인 문제작이다.

 

소설가 최은영의 쇼코의 미소 이후 다시 한번 신인 작가가 데뷔작으로 젊은작가상 수상의 영예를 안은 이례적인 순간이었다. “이런 정도로 힘있는 소설을 써낸” “데뷔작 이외에는 알려진 바가 없는”(문학평론가 권희철) 작가가 누구인지 설왕설래가 이어진 것은 수상자에 대한 정보가 전무했거니와 그 수상작이 신춘문예 혹은 문예지라는 전통적인 지면에 발표된 것이 아니라 웹진에 투고된 소설이기 때문이었다. 문학장에 신선한 바람을 불러일으키는 신예라는 호명에 값하는, 낯설고도 반가운 작가 이미상은 그렇게 한국 문단에 처음 이름을 알렸다.

 

그 이채로운 출현 이후 이미상은 자신만의 문제의식을 벼려 특유의 실험정신을 발휘한 단편들을 발표하며 주목을 받았다.

 

생존 게임의 현장처럼 과장되게, 그리고 유머러스하게”(문학평론가 조연정) 지하철 여성 승객의 불안을 형상화해냈다는 평을 받으며 문학과지성사 이 계절의 소설’(2020년 겨울)로 선정된 여자가 지하철 할 때, “무거운 질문들을 감당하면서도 문장 속의 유머를 포기하지 않는”(문학평론가 조연정)다는 평을 받으며 이 계절의 소설’(2021년 겨울)로 선정된 이중 작가 초롱, 모험 서사와 공포 장르 문법을 전유하는 매력적인 이야기로 돌봄에 관한 기존의 서사를 해체하고 전복하면서 재구성”(안서현 문학평론가)했다는 평을 받으며 자음과모음 ‘2022 여름의 시소로 선정되는 동시에 이 계절의 소설’(2022년 여름)로도 선정된 모래 고모와 목경과 무경의 모험 등이 그 증거이다.

 

그런 이미상의 첫 소설집 이중 작가 초롱에는 신랄한 화법과 과감한 형식, 읽는 이의 허를 찌르는 플롯을 자랑하는 여덟 편의 단편이 묶였다. 이 색다른 작품들은 새로운 소설에 목말라온 독자들에게 전율적인 문학 읽기의 경험을 선사할 것이다.

 

 

작기 이미상 소개

 

2018년 웹진 비유를 통해 작품활동을 시작했다. 데뷔작 하긴으로 2019년 제10회 젊은작가상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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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