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57)] 되겠다는 마음
오성은 저 | 은행나무 | 244쪽 | 14,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2018년 진주가을문예에 중편 「런웨이」로 등단한 이후 영화 연출과 방송 진행, 작곡, 사진, 여행에세이 집필 등 문학을 기반으로 한 전방위 예술가로서 활동해온 오성은의 첫 소설집 『되겠다는 마음』.
『되겠다는 마음』에 실린 여덟 편의 이야기에는 그가 오랫동안 발견해온 현실과 앞으로 발견하려는 진실 사이에서 발생하는 생의 희망과 환희가 가득 담겨 있다.
떠난 자와 남겨진 자의 자취에 대하여 슬픔과 자조를 묻고, 위로와 복수의 어긋남을 아쉬워하며, 환상과 현실의 경계를 허물고자 노력하는 인간의 다종다양한 감정과 마음들을 그려낸다.
서두를 여는 작품 「고, 어해」는 금광호 선장인 ‘노인’에 관한 이야기이다. 이제 배는 자신의 몸과 마찬가지로 늙고 닳아버린 폐선이 되어버렸다. 삼십 년을 넘게 자신과 함께했으니, 이제 폐기해야 되겠으나 노인은 자꾸 망설여진다. 고철 업체에 배를 넘기는 걸 결정한 어느 날 “밑바닥에서 울려 퍼진 바다짐승의 처절한 울음소리”를 듣는다.
사람들은 배가 무슨 소리를 내냐며 환청이라고 노인을 다독이지만 그는 꺼이꺼이 우는 배 울음소리가 예사롭지 않다. 우연일까. 최 사장이 먼 바다에서 물건을 받아 건네오면 큰돈을 주겠다는 연락이 오고 노인은 폐선에게 생명을 연장해줄 생각으로 ‘그 일’을 받아든다.
정체 모를 하얀 가루를 싣고 항구로 향하는 노인. 육지로 귀환하면 치욕을 감내하는 삶이 시작될 테고 반대로 배는 건강한 모습을 재탄생할지 모르겠지만, 노인은 갑자기 “처음 보는 바다”를 향해 뱃머리를 돌린다. 자신의 쓸모없음과 같은 등위에 있는 폐선을 끌고 그는 바다를 향해 질주한다. 떠난 자가 된다.
배와 한 몸이 된 노인이 나아가는 먼 바다로, 악기를 월세 대신 주고 떠난 악사의 공허함으로, 골동품 상점을 드나드는 글쟁이의 은밀함으로, 창고가 되겠다는 젊은 부부의 환상으로 뻗어나간다.
어떻게 보면 이 여덟 편의 이야기들은 무언가 완성되지 못한, 미완성인 채로 남은 생의 한 부분들이며 끝내 되지 못한 마음들에 대한 간절함, 원하는 무엇에 닿지 못한 헛헛함에 관한 이야기들이다. 쉼 없이 ‘쓰는 사람’으로서의 여정을 이제 막 시작한 오성은에게 이 ‘되겠다는 마음’은 한시절을 매듭 짓고 다음 목적지로 출발하는, 쓰는 사람으로서의 존재이유를 안고 소설의 세계로 떠나는 자의 첫 걸음인 셈이다.
작가 오성은 소개
1984년생, 부산 영도에서 태어났다. 동아대학교 문예창작학과 박사과정을 수료했으며 2018년 [진주가을문예], 중편 소설 「런웨이」로 등단했다. KBS TV [바다 에세이 포구]를 진행했으며, 문화 웹진 [채널 예스]에 포구 이야기를 연재했다.
단편영화 [향수]를 연출하고 각종 방송과 강의에서 음악을 포함한 모든 소리를 더 깊이 감상하는 ‘듣는 영화’로써 텍스트 읽기를 제안하는 영화쟁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소설을 쓰고, 영화를 깊이 듣는 일을 계속할 예정이다.
마도로스의 아들로 부산에서 태어나 자의 반 타의 반 바다를 떠나지 못해, 바다와 더불어 소설과 여행을 꿈꾸고 쓰며 살고 있다. 영화, 음악, 그림, 커피, 와인 등 감각적이면서도 사색을 품는, 예술을 닮은 모든 것에 마음을 주는 심오한 감성쟁이이다.
저서로는 『바다 소년의 포구 이야기』 『여행의 재료들』과 중단편 소설에 「런웨이」, 앤소로로 『미니어처 하우스』에 참여했다. EP 앨범 [This is my]를 냈고 현재 부산 가톨릭방송인 CPBC에서 [별 다섯 개 영화 음악]을 진행하고 있다.
<맑은 사회와 밝은 미래를 창조하는 시사타임즈>
<저작권자(c)시사타임즈.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시사타임즈 홈페이지 = www.timesisa.com>
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카테고리의 다른 글
영원한 KOICA man 송인엽 교수 [나가자, 세계로! (228)] 125.아름다운 산하-53.무등산(無等山) (0) | 2022.12.15 |
---|---|
[책을 읽읍시다 (2159)] 편향의 종말:우리 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대담한 시도 (0) | 2022.12.15 |
[책을 읽읍시다 (2156)] 절연 (0) | 2022.12.08 |
[책을 읽읍시다 (2155)] 이중 작가 초롱 (0) | 2022.12.07 |
[책을 읽읍시다 (2154)] 나는 사이보그가 되기로 했다 (0) | 2022.12.0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