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59)] 편향의 종말:우리 안의 거대한 편향 사고를 바꿀 대담한 시도
제시카 노델 저 | 김병화 역 | 웅진지식하우스 | 500쪽 | 22,8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우리가 인지하지 못한 사이 일상에 스며든 편향 사고로부터 어떻게 해방될 것인가? 이 물음에 대한 실증적인 가능성을 이야기하는 신간 『편향의 종말』.
전국경제인연합회가 OECD 30개국 대상으로 조사한 갈등지수 산출에 따르면, 우리나라는 갈등지수 3위를 차지한 ‘갈등공화국’이다. 인종과 젠더에 대한 편견을 넘어 교육, 의료, 노동, 치안, 종교 현장에서 차별과 혐오로 인해 벌어지는 갈등이 위험수위를 넘어서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혐오’와 ‘차별’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가장 쉽고 빠른 방법은 법으로 규제하고 금지하며 처벌하는 것이지만, 근본적 원인인 ‘편향사고’가 사라지지 않는 한 이러한 대증요법은 원천적인 해결 방안이 아니라고 미국의 과학저널리스트 제시카 노델은 지적한다.
여기서 편향(bias)이란 편견을 갖게 되는 태도나 경향성 그 자체를 말하는데, 인간의 인지와 감성에서부터 사회 제도, 인공지능에 이르기까지 매우 광범위하게 나타난다. 사회 곳곳에서 벌어지는 차별과 혐오는 인간의 본능인 편향 사고에서 비롯되며, 개인과 사회 전반에 뿌리깊이 자리한 편향이 미래의 가능성을 좀먹고 있다는 것이다.
인지과학과 사회 심리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무려 15년에 걸쳐 집필한 그녀의 첫 저작 『편향의 종말』에서 노델은 편향의 문제를 인식하고 밝히는 데서 나아가 성과 노동, 장애, 의료, 종교 현장에서 혐오와 차별을 넘어서기 위한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해결 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인간의 본능에서부터 편향의 실체를 파악해나간다. 바로 인간이 본능적으로 차별할 수밖에 없도록 타고났다는 점에 주목한 것이다.
인간의 뇌는 실시간으로 입력되는 정보를 효율적으로 이해하기 위해서 ‘범주화’, ‘본질화’, ‘고정관념 형성’의 3단계를 거친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일종의 보상작용이 벌어진다.
한 실험에 의하면(2장) 인간의 두뇌는 불확실한 결과를 정확히 예견했을 때 쾌감을 느끼고, 반대로 예견이 틀린 것으로 판명될 때 짜증과 위협을 느낀다.
심리학자 웬디 베리 멘데스의 실험에 따르면, 실험 대상인 백인 대학생들은 사회경제적으로 높은 지위에 있다고 스스로를 소개한 라틴계 학생들(실제로는 배우)과 교류할 때 비호감뿐 아니라 위협마저 느꼈다. 라틴계 학생들이 가난할 것이라는 고정관념에 들어맞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러한 보상시스템 속에서 인간의 두뇌는 끊임없이 고정관념에 ‘중독’되고, 이는 편향사고로 이어진다.
“반성적이고 유능한 사상가”라고 찬사를 받는 미국의 차세대 과학 저널리스트, 제시카 노델(Jessica Nordell)은 이 책에서 편향의 폭력과 해결의 실마리를 우리에게 드러낸다.
저자는 본능적으로 작동하는 인간의 편향사고가 우리의 신념과는 상반된 편견과 차별로 이어진다고 지적하며, 이로 인해 교육, 의료, 노동, 치안, 종교를 비롯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벌어지는 사회적 갈등의 근본적인 해결을 모색한다.
편향의 실제 영향을 컴퓨터 시뮬레이션한 독자적 연구는 물론 인지과학과 심리학을 가로지르는 학제 간 연구 성과와 방대한 사례 연구 및 인터뷰 자료를 집대성하며 우리 안의 편향 사고를 종식시킬 방법들을 제시한다. 막연한 호소나 구호에서 멈추지 않고, 편견이 어떻게 작동하고 있는지 그 실체를 선명하게 드러낸 이 책에서 갈등과 혐오의 시대를 뛰어넘을 희망을 발견할 것이다.
작가 제시카 노델 소개
편향의 폭력과 해결의 실마리를 찾아 나선 미국의 차세대 저널리스트. 하버드대학교에서 물리학을 공부했고, 위스콘신대학교에서 시학으로 석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뉴욕타임스》, 《워싱턴 포스트》, 《애틀랜틱》 등에 꾸준히 글을 기고해왔으며, “반성적이고 동시에 유능한 사상가”라는 찬사를 받아왔다.
저서 『편향의 종말(The End of Bias)』은 2021년 출간 이후 세계경제포럼(WEF) 올해의 책으로 선정되었고, 노틸러스 도서상 은메달과 루카스 도서상을 수상했으며, 영국 왕립학회 과학도서상 최종 후보에 올랐다.
언론계에 진출하기 위해 노델은 전국 유명 언론사에 다양한 기획 기사를 제안했으나 냉담한 반응만 돌아왔다. 그러나 가상의 남자 이름 J.D.로 같은 내용의 이메일을 보내자 몇 시간 만에 굳게 닫혔던 문이 열렸다.
이 경험을 계기로 그는 사회적 편견 속에 작동하는 ‘편향의 역학’을 더욱 깊이 이해하고자, 컴퓨터 과학자들과 협력해 편향의 실제 영향을 시뮬레이션하며 연구했다.
그렇게 인지과학과 사회심리학의 통찰을 바탕으로 무려 15년이라는 길고도 끈질긴 여정 끝에 그의 첫 책 『편향의 종말』을 펴냈다. 이 책은 우리 시대를 위협하는 난제 중 하나인 무의식적인 편향과 차별에 돌파구를 제시하는 혁신적이면서도 심층적인 탐구의 결과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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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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