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6)] 위대한 개츠비
F. 스콧 피츠제럴드 저 | 김영하 역 | 문학동네 | 252쪽 | 9,5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개츠비는 야심만만하지만 가난한 젊은 중위로 자신과는 출신 배경이 전혀 다른 상류사회의 여성 데이지와 꿈같은 사랑에 빠진다. 전쟁에 참전하면서 데이지와 헤어지게 된 개츠비는 다시 그녀를 되찾으려는 일념으로 범죄를 통해 막대한 부를 이룬다. 그리고 데이지를 찾기 위해 자신의 저택에서 매일 성대한 파티를 연다.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저택을 찾아와 화려한 파티를 즐기게 된다. 이 소설의 화자인 닉 캐러웨이도 그 파티에 참석한다. 개츠비는 닉 덕분에 데이지를 다시 만나, 그녀와의 과거의 사랑을 되돌리고자 한다. 하지만, 결국 개츠비는 사랑과 꿈을 잃은 채 비극적인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미국 현대문학의 거대한 지평을 연 불멸의 걸작
1924년 『위대한 개츠비』를 탈고하면서 피츠제럴드는 자신이 지금까지 쓴 소설 중 가장 뛰어난 작품을 썼다는 사실을 알았다. 그리고 내심 판매와 비평 양쪽에서 좋은 결과가 나오기를 기대했다. 그의 기대대로, 주위의 소설가들과 평론가들은 극찬을 마지않았다.
그러나 판매는 기대와 같지 않았다. 그를 하루아침에 스타로 만들어준 데뷔작 『낙원의 이쪽』과는 달리, 소설은 데뷔작의 절반도 팔리지 않았다. 작가는 제목을 잘못 지은 게 아닐까 후회했지만 어쨌든 다음해쯤, 책은 이미 ‘죽은 거나’ 다름없었다. 1940년, 작가가 44세를 일기로 사망했을 때, 그는 거의 잊혀진 작가였다.
놀라운 일이지만, 죽은 자가 부활하여 영생을 얻기도 한다. 작가의 죽음과 더불어 그를 칭송하는 이들의 목소리가 높아져갔다. 그리고 그의 대표작은 단박에 가려졌다. 갑자기 『위대한 개츠비』를 찾는 주문이 급증하기 시작했으며, 여러 판본이 동료 작가들의 헌사를 달고 서점에 깔렸다. 제2차 세계대전에는 진중문고 판으로 만들어져 전선으로 보내진 부수만 15만 부 이상이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까지도 부동의 스테디셀러다. 아무리 작은 서점에도 이 책은 반드시 놓여 있다.
재즈 시대, 그 화려한 영광의 나날 속에 펼쳐지는
믿을 수 없는 신화와 차가운 진실
1922년, 1차 대전에 참전하고 예일대를 졸업한 서부 출신의 청년 닉 캐러웨이는 미다스를 꿈꾸며 월스트리트에 길게 늘어선 증권맨의 대열에 합류하기 위해 동부 롱아일랜드 지역의 웨스트에그로 온다. 그의 사랑스러운 사촌 데이지 역시 부유한 폴로 선수 톰 뷰캐넌과 결혼해 부촌인 이스트에그에 살고 있다. 데이지와 톰의 집을 방문한 닉은 톰이 불륜을 저지르고 있고, 데이지 역시 그 사실을 알지만 안락한 환경을 박차고 나올 마음이 조금도 없음을 알게 된다.
그해 여름, 개츠비의 집에서는 주말마다 수백 명이 몰려드는 호화로운 파티가 벌어진다. 개츠비의 얼굴도 모르면서 파티에 초대받았던 그는 거기서 개츠비를 둘러싼 무수한 소문을 듣고, 장본인인 개츠비와 안면을 트게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그를 둘러싼 주위의 호기심이 점점 커져간다. 그러던 중 데이지의 친구인 골프선수 조던 베이커가 놀라운 소식을 전한다. 개츠비는 5년 전에 데이지의 연인이었고, 참전하느라 헤어졌지만 지금은 절박한 심정으로 그녀를 다시 만나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행여나 그녀와 마주치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이스트에그 근처에 대저택을 샀고, 그녀가 오지 않을까 하는 마음에 매주 호화로운 파티를 열었던 것이다.
평생을 좌우한 치명적인 사랑과 영웅적 실패
1914년, 스콧 피츠제럴드는 그의 삶과 문학에 지울 수 없는 흔적을 남길 첫사랑에 빠진다. 미국의 최상류층이자 부유한 시카고 은행가의 딸로, ‘숨이 멎을 듯한’ 미모와 총명함의 주인공인 지니브러 킹과 만난 것이다. 그러나 엄청난 재력과 미모를 모두 가진 지니브러에게 그는 수많은 연애 대상 중 하나에 불과했다. 피츠제럴드 역시 지니브러를 얻기에는 자신의 신분이 너무나 빈약하고 내세울 게 없다는 사실을 잘 알았다. 결국 짧은 연애 끝에 그는 지니브러에게 매정하게 거절당한다.
그리고 그다음에 만나서 아내 된 젤다 세이어 역시 마찬가지였다. 대법원 판사의 딸인 남부 미녀 젤다는 그의 미래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한번 약혼을 취소했다. 그러나 그가 데뷔작으로 성공을 거두자 바로 결혼식을 올렸다. 이러한 뼈아픈 경험은 ‘부와 성공에 대한 열망’과 ‘사랑하는 미녀를 차지하지 못하는 신분의 장벽’이라는 콤플렉스로 피츠제럴드의 문학 전반에 깊숙이 자리 잡는다. 『위대한 개츠비』의 개츠비와 데이지는 이러한 소설적 모티프의 완벽한 구현이다.
1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은 낭만적 이상주의와 풍요와 번영에 대한 무한한 낙관주의에 사로잡혔다. 격변하는 사회 속에서 젊은이들은 부와 성공의 꿈을 안고 대도시로 몰려들었다. 도시는 밤마다 수많은 사교 모임과 무도회의 휘황한 불빛으로 가득했다. 금주법의 시대였음에도 모두가 넉넉히 취할 만큼 밀주가 넘쳐났다.
월스트리트에서는 주식으로 벼락부자가 된 사람들의 신화가 넘쳐났다. 이디스 워턴의 『순수의 시대』에 등장했던 ‘올드 머니’의 폐쇄적 세계는 새로 등장한 ‘뉴머니’의 노골적인 부의 과시에 뒷자리로 물러났다. 19세기의 청교도적 성실함은 20세기의 물질주의로 대체됐다. 이제 누구나 부자가 되기를, 미녀를 손에 넣기를, 무비스타가 되기를 꿈꾸었다. 그것이 20세기 초, 아메리칸 드림이었다.
무가치한 존재를 무모하게 사랑하고, 이상과 현실의 그 엄청난 간극 앞에서 의연하게 실패를 받아들이며 여전히 그 상상 속에 머물기를 선택한 개츠비. 인간의 근원적 욕망을 자극하는 물질주의의 황홀한 취기, 그 환락의 시대를 멋들어지게 묘사하면서도, 그 꿈의 이면에 감춰진 환멸과 절망을 폭로했다. 또한 그와 동시에 그 속에 숨겨진 인간 본원의 순수를 이야기한 작가 피츠제럴드. 두 사람의 삶에는 씁쓸한 아이러니가 있으며 자조의 기운이 스며 있다. 그러나 그들은 문학을 통해 끝끝내 위대해졌다.
작가 스콧 피츠제럴드 소개
1896년 9월 24일 미국 미네소타 주 세인트폴에서 태어났다. 프린스턴 대학을 졸업하고, 제1차 세계대전 당시, 군대에 들어가 육군 소위로 임관되었다. 제대 후 광고 회사에 취직하지만 미래가 불확실하다는 이유로 파혼당했다. 이후 직장을 그만두고 글쓰기에 몰두한 끝에 자전적 소설인 『낙원의 이쪽』을 발표하면서 비평가와 독자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었다.
처녀작이 크게 성공하자 그 여세를 몰아 『말괄량이와 철인』『아름답게 저주된 것』『재즈 시대의 이야기』등을 쓴다. 그 중에서 출판 당시부터 오늘날까지 가장 인기 있는 작품은 1925년에 발표한 『위대한 개츠비』였고, 할리우드를 다룬 『최후의 대군』도 상당한 평가를 받았다. 그러나 그 후 자신은 술에 탐닉하고 아내 젤더는 신경쇠약 증세를 일으켜 입원하면서 피츠제럴드는 불행한 시기를 보내게 된다. 이때의 경험을 바탕으로 그의 대표작 중 하나가 된 『밤은 부드러워』를 발표하였으나 상업적으로 실패하고 만다.
그는 말년에 할리우드에서 시나리오 집필하는 작업을 했는데 유명한 작품으로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있다. 그의 사후에 친구 윌슨과 에드먼드의 편집으로 그 작품과 유고집이 출판되었다. 1935년까지 네 권의 단편집을 출간하였으며 무수한 잡지에 실린 그의 단편은 총 160여 편에 이른다. 1940년 『마지막 거물』을 집필하던 중 심장마비로 생을 마감했다.
이외의 작품으로는『말괄량이와 철인』『아름답고 저주받은 것』『재즈시대 이야기』『밤은 부드러워』『기상나팔 소리에 술을 마시다』등 다수가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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