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읍시다 (2188)] 러브 몬스터
이두온 저 | 창비 | 376쪽 | 16,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작가 이두온의 세번째 장편소설 『러브 몬스터』. 2016년 독자들 앞에 선 이래 강렬하고 아름다운 작품세계를 펼쳐온 이두온은 이번 신작에서 비교할 만한 사례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엄청난 에너지를 뿜어낸다.
작가는 ‘사랑’이라는 보편적인 주제를 강력한 캐릭터와 압도적인 서사로 풀어내며 우리 문학 어디에서도 본 적 없는 것 같은 긴장감 넘치는 사랑 이야기를 펼친다.
작은 도시의 마을회관 수영장을 배경으로 벌어지는 불륜, 살인, 납치, 사이비종교 범죄 등의 폭풍 같은 사건들 속에서 누구 하나 제정신인 것 같지 않은 인물들이 간절히 원하고 바라는 것은 다름 아닌 사랑. 사랑을 위해서라면 누군가를 죽일 수도 있고 죽을 수도 있는 인물들의 애타는 마음은 뜨겁고 강렬해 속수무책으로 이야기에 몰입하게 된다.
엄마가 사라졌다. ‘요양 중이니 당분간 찾지 말라’는 문자 메시지만 남겨두고. 평소에 마침표를 찍지 않는 엄마의 습관과는 다르게 문자에는 선명한 마침표가 찍혀 있다. 몇달 전 엄마와 다투고 집을 나와 고시원 생활을 하던 지민은 문자 속 마침표에 이끌려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나 집은 비어 있고, 냉장고 속 우유는 유통기한이 한참 지나 있다. 각종 고지서로 가득한 우편함에서 지민은 장애심사 결정 명세서와 환급금 통지서 등을 발견한다. 엄마가 병에 걸렸다.
지민은 엄마 염보라가 꾸준히 다니던 수영장에 등록해 보라를 기다린다. 그러나 날이 지나도 보라는 보이지 않는다. 급기야 지민은 접수처에 몰래 잠입해 회원명단에서 보라의 이름을 찾기에 이른다. 그러나 몇달 전을 마지막으로 염보라의 기록은 끊어져 있었다. 그렇게 엄마를 찾던 중 계속해서 모르는 번호로 연락이 온다. 수영강사를 위해 떡값을 모으고 있으니 보태라는 연락이었다. 문자와 전화에 응하지 않자 끝내는 중년 여자가 지민을 찾아온다. 여자는 염보라의 불륜 상대 오진홍의 부인 허인회다. 팔년 전 허인회는 오진홍과 염보라에게 고통을 주고 싶어 아직 학생이던 지민을 납치한 일이 있었다. 지민은 언제고 다시 만날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이런 식으로 재회하게 될 줄은 몰라 당황했고 허인회 역시 지민을 알아보고는 황급히 도망간다.
한편 허인회는 수영강사 조우경을 위해 누구보다도 열심히 떡값을 걷는다. 허인회는 잘생긴 외모로 인기가 많은 조우경에게 반해 그를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허인회가 비뚤어진 사랑의 마음으로 조우경의 뒤를 캤다면 지민은 엄마가 조우경과 어디론가 가는 것을 보았다는 한 수영장 회원의 말을 듣고 조우경의 과거 행적을 조사한다.
그러던 중 이상한 점을 발견한다. 조우경은 복지회관이 위치한 연오시에 아무런 연고가 없다. 심지어 수영을 꾸준히 해왔던 것도 아니다. 다니던 IT회사를 그만두고 돌연 멕시코의 칸쿤으로 훌쩍 떠나 다이빙 강사 일을 하던 그는, 그곳에서 벌어진 신혼부부 다이빙 사망 사건을 계기로 귀국해 연오시에 정착한다. 수영장의 수상한 점은 이것만이 아니다.
수영장에는 유독 텃세를 부리는 늙은 여자들이 많다. 퇴근하지 않고 늦게까지 수영장에 머무는 조우경을 감시하던 지민은, 어두운 밤 여자들이 ‘오름교회’라고 쓰인 승합차를 타고 와 수영장으로 향하는 것을 목격하게 된다. 이제는 오름교회의 흔적을 따라 엄마를 찾던 지민은, 오름교회가 휴거를 주장하며 사람들을 모아 다단계사업까지 하던 사이비종교 집단이라는 것을 알아내게 되는데…… 과연 아픈 엄마는 어디로 가버린 걸까.
『러브 몬스터』가 가진 기괴한 아름다움은 소설 속 여성들이 가진 ‘사랑’에서 뿜어져 나온다. 엄지민과 허인회, 염보라 그리고 교회 여자들 모두 무언가를 열렬히 사랑해본 사람들이다. 그 대상이 사람이든 신념이든 『러브 몬스터』 속 여성 인물들은 각자가 손에 쥔 것을 끝까지 사랑한다.
그러나 여자들의 사랑은 어딘가 좀 다르다. 따뜻하고 포근한 곳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은 사랑, 더 나은 곳으로 데려다줄 것만 같은 사랑은 없다. 그들의 사랑은 뒤틀리고 파괴시키며 배신하고 떠나간다. 그래서 붉은 얼굴의 여자들은 외칠 수밖에 없다. “사랑이 그런 것일 리 없다”고.
소설은 ‘진짜 사랑’은 무엇일까 되묻게 한다. 울게 하고 인내해달라고 말하는 게 사랑일까? 때로는 죽어달라고 죽여달라고 말할 수도 있는 게 정말 사랑일까? 말라 죽어가면서도 온전한 가정을 만들고 싶어 하는 염보라, 그런 보라를 미워하면서도 보라가 영영 떠날까봐 두려워하는 엄지민, 오진홍과 염보라를 혐오하지만 ‘그들의 사랑’을 사랑한 허인회까지. 사
랑을 향해 달려가다 붉어지다 못해 타올라 일그러진 그들의 얼굴을 마주할 때, 우리의 사랑은 정말 사랑일까 하는 근원적인 물음까지 가닿는다. 사랑이라는 거대하면서도 보편적인 주제를 압도적인 긴장감과 세밀한 짜임새로 엮은 이번 작품은 한국문학 장에 신선한 긴장감을 가져다주는 동시에 그 지평을 한뼘 더 넓히게 되었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작가 이두온 소개
『시스터』를 통해 육아 예능프로그램이라는 소재와 미스터리 장르의 기묘한 결합을 선보인다. 한국 하드보일드 스릴러 장르에 신선한 바람을 불어넣은 문제적 데뷔작. 2019년 문예춘추(文藝春秋)를 통해 일본에 번역 출간되었다(일본 출간명 『あの子はもういない그 아이는 이제 없어』). 2017년 『타오르는 마음』으로 교보스토리공모전 최우수상을 수상했다.
우리에게도 본격 스릴러 소설을 쓰는 여성 작가가 있다고 말할 때 이두온은 가장 먼저 거론되는 작가들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밀도 높은 서스펜스를 직조해내는 기술과 함께 상당한 문학적인 품격을 겸비하고 있기 때문이다. 장면마다 떠오르는 강렬한 이미지들은 그대로 작가의 색채라고 불러도 좋을 만큼 독특하고 자극적이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영상화로 구현된 실사를 보고픈 욕망을 불러일으킨다. 간결하지만 아름다운 문장은 평범한 일상을 돌연 낯설고 이질적인 세계로 둔갑시키는 기이한 힘을 발휘하고, 독자들은 그 비틀린 세계에 매료된 채 속수무책으로 끌려들어가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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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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