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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59)] 아버지의 광시곡 : 잃어버린 그 세월의 초상

[책을 읽읍시다 (2359)] 아버지의 광시곡 : 잃어버린 그 세월의 초상

조성기 저 | 한길사 | 280 | 17,000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아버지의 광시곡은 박정희가 대통령에 취임한 1963년부터 그가 암살당한 1979년까지를 주 무대로, 부산지역 초등교원노조 위원장으로 활동하다가 용공분자로 몰려 실직자로 전락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다.

 

전작 통도사 가는 길 등을 통해 아버지에 대한 기억을 그려내왔던 조성기 작가는 신작 아버지의 광시곡에서 총체적인 아버지의 초상화를 통해 작가의 자화상을 그려낸다.

 

한국전쟁 이후 격동하는 역사의 충격을 고스란히 받아낸 가족사 그리고 뜻있는 사회운동가를 술주정뱅이 실직자로 전락시킨 이른바 혁명정부의 무자비한 탄압을 진술하면서, 한국 현대사의 아픔을 역사가 토해놓은 구토물을 뒤집어쓴 아버지의 모습으로 고스란히 체현한다.

 

5·16 군사정변으로부터 며칠 지나지 않아 검은 점퍼 차림을 한 두 사람이 수업 중인 아버지를 교실 밖으로 불러낸다. 그들의 차를 타고 행방불명된 아버지를 찾아 어머니는 경찰서와 파출소를 돌아다닌다. 마침내 아버지가 육군형무소에 수감되어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와 가족들은 형무소 바깥으로 뚫린 간이변소 창문을 통해 아버지와 비밀 면회를 가진다. 교원노조 활동으로 용공 혐의를 뒤집어쓴 아버지는 6개월의 형기를 마친 후 교사직에서 해고당해 날마다 술에 취해 돌아오는 실직자로 전락한다.

 

아버지는 술주정뱅이 실직자로 전락했지만 중앙정보부의 감시의 눈길은 떠나지 않았다. 아버지는 형무소 밖에서도 기약 없는 미결수로 살아갔다. 아버지는 김형욱 중앙정보부장이 보낸 국가시책에 적극 참여해주셨으므로 요시대상에서 완전삭제한다는 통지서를 허름한 가죽 가방에 깊숙이 간직했다.

 

하지만 1975 긴급조치 9가 선포되면서 감시는 다시 시작된다. 급기야 연좌제를 물어 대학 졸업 후 서울에서 따로 사는 에게 형사들이 찾아온다.

 

무겁고 가슴 아픈 기억도 많지만, 아버지와 아들의 똑 닮은 기행과 취향이 웃음을 자아낸다. 아버지와 삼각관계가 되기도 하고, 동네 지나치는 한 집 한 집에 큰 소리로 욕을 내뱉고(“통장이면 다야? 통장이 뭐 대단한 벼슬인 줄 알어?”), 고시 공부를 그만두고 종교에 몸담겠다는 의 말에 방방 뛰며 러닝셔츠를 물어뜯다가 결국 찢어진 러닝 조각을 움켜쥐고 대문 밖으로 달려나가는 아버지의 모습은 일견 우스꽝스럽다.

 

중학교 공동 1등 졸업, 경기고 8등 입학에 기말고사 전교 1, 서울법대 입학 등 성적이 우수한 에 대한 아버지의 기대가 컸지만 는 아버지의 기대와는 다른 길을 선택한다.

 

종교에 빠져 선교단체에 들어가고 사법시험을 거부한다. ‘는 선교단체에서 지정해준 신부와 사흘 뒤에 결혼하라는 통보를 받고 부모님께 알리지만 아버지는 불참을 선언한다. 하지만 결혼식장에서 웃음을 만발하며 며느리를 맞는 아버지의 모습에서 역사가 심은 분노와 투쟁심에도 숨길 수 없는 자식 사랑이 드러난다.

 

아버지의 광시곡에서 아버지의 사랑은 애틋한 만큼 아픔으로 다가온다. ‘사랑받는 아픔을 그리움의 색채로 그려낸 이 소설은 작가 조성기의 인생을 떠받쳐온 관계에 대한 회고다.

 

아버지와 아들의 관계가 애틋하지는 않지만 작가는 부자 관계의 기억을 치장하지 않고 담담하게 써내려감으로써 애증의 대상이었던 아버지를 다시 만나는 과정을 그려낸다.

 

 

작가 조성기 소개

 

경기고등학교, 서울대학교 법대를 졸업하고 장로회신학대학원에서 수학하였으며, 숭실대학교 인문대학 문예창작학과 교수로 재직하다가 2016년 정년퇴임하였다. 카를 융 분석심리학에 기초한 삼위일체에 대한 심리학적 고찰이 학위 논문이며, 카를 융의 분석심리학을 응용한 마음의 비밀을 주제로 학교와 기업, 단체에서 수십 차례 강연하고, CBS TV 프로그램 세바시에서 미움 극복에 대해 강연하였다.

 

대학 재학 중 소설 만화경으로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 등단하였으며, 1985 라하트 하헤렙으로 오늘의 작가상을, 1986 야훼의 밤으로 기독교문화상을, 1991 우리 시대의 소설가로 이상문학상을 수상했다.

 

라하트 하헤렙, 우리 시대의 사랑』 『잃어버린 공간을 찾아서 등으로 작가세계를 구축하고 다양한 분야의 작품을 발표하였으며, 최근작으로 사도의 8이 있다. 동양고전 연구가이며 성서학자로서 굴원의 노래, 전국시대, 맹자가 살아 있다면, 한경직 평전, 유일한 평전, 권력을 넘어서 , 성전을 넘어서, 누가 나를 건져내랴를 집필했다. 번역서는 예수의 일기(노먼 메일러), 카를 융 자서전(아니엘라 야페), 삼국지(모종강), 악마를 찾아내는 46가지 방법(쿠르트 코흐)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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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속심 기자 sisatime@hanmail.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