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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캠페인:책을 읽읍시다]

[책을 읽읍시다 (236)] 소년이 별을 주울 때

[책을 읽읍시다 (236)] 소년이 별을 주울 때

이순원 저| 박요한 그림 | 곰(웅진문학임프린트) | 280쪽 | 13,000원

 

 


[시사타임즈 = 박속심 기자] 1988년 <문학사상> 신인상에 「낮달」로 등단한 이래, 『나무』, 『첫눈』, 『워낭』 등 자연의 아름다움을 포착한 작품으로 문단의 주목을 받았다. 또 선보이는 작품들마다 동인문학상, 현대문학상, 효석문학상, 한무숙문학상, 남촌문학상 등 대한민국의 내로라하는 문학상을 휩쓴 이순원. 그가 이번에는 ‘산골 소년’, ‘꽃마음’, ‘아침노을’, ‘희망등’ 등 네 가지 이야기보따리로 묶인 92편의 짧은 소설을 통해 우리네 삶의 이야기를 잔잔하고 따뜻한 시선으로 풀어낸다.

 

이순원 작가는 이 짧은 소설을 통해 나와 당신의 경계, 사람과 자연의 경계, 밤과 낮의 경계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계를 하나하나 지우며 모든 영혼의 상처를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이 특별한 이야기꾼의 귀환이 반가운 것은 이 치유력이 그만큼 희소하기 때문이다.

 

작가 이순원이 돌아왔다. 그동안, 그를 필요로 했던 여러 가지 요구에 붙들려 간간이 단편적인 작품만을 발표하면서 작가로서 일정한 충전기를 갖던 그가 보란듯이 92편의 아름다운 이야기를 들고 귀환했다. 그가 들고 온 글들은 소설과 산문과 시의 경계를 아찔하게 허물며 우리에게 산다는 것, 성장한다는 것, 나이 들어간다는 것의 의미를 차분하게 되묻는다. 이순원 작가는 이 짧은 소설을 통해 나와 당신의 경계, 사람과 자연의 경계, 밤과 낮의 경계 등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경계를 하나하나 지우며 모든 영혼의 상처를 끌어안고 쓰다듬는다. 이 특별한 이야기꾼의 귀환이 반가운 것은 이 치유력이 그만큼 희소하기 때문이다.

 

『소년이 별을 주울 때』에 수록된 짧은 소설들은 작가가 소년 시절부터 마음속 깊이 간직해온 별만큼이나 아름답고 귀한 시간의 상징에 대해 문학의 견고한 서정과 에스프리로 빚은 헌사다. 한 소년이 별을 주워 담아 소설가로 성장해가는 이야기들에 귀 기울이다 보면, 일상의 아름다운 순간들과 그것들이 환기시키는 구원과 초월의 삶에 대한 동경이 자연스레 전해져온다. 그 순간들은 아름답고, 고마우면서도, 그립고, 슬프다.

 

이 책에 실린 짧은 소설들은 옛 시절 코고무신의 단발머리 소녀들과 검정고무신의 소년들이 티 없이 무구한 눈으로 바라보던 시간의 기록들이다. 작가가 새삼 이 시절을 끄집어내 복원하는 건, 자신의 서사적 기원을 살피면서 작가로서의 열정적인 갱신을 도모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동시에 이를 통해 소설이 가진 재래적인 치유의 기능을 재확인하고 작가에게 주어진 책무를 본격적으로 이행하겠다는 열정의 표현이기도 하다. 소소한 일상은 추억하자면 하나하나의 별처럼 작고 희미하지만, 작은 별들이 무수히 많이 모이게 되면 칠흑 같은 암흑의 밤은 은하수처럼 찬란히 빛난다. 그것은 마치, 힘들고 고통스러운 세월을 지나 찬란히 빛나게 될 우리네 삶의 이야기와 마찬가지다.

 

독자는 이 책을 읽는 순간 작가 이순원의 좋은 친구가 된다. 마치 한적한 오후 카페에서 차 한 잔을 혹은 저녁 어스름 속 허름한 주점에서 술 한 잔을 앞에 둔 사이처럼. 한편 작가가 나누는 작은 이야기를 귀 담아 듣고 스스로의 이야기를 하는 순간 독자 역시 소설가가 된다. 작가 이순원이 그랬듯 독자의 이야기들 역시 밤하늘의 찬란한 별들로 다시 태어난다. 떨어진 별을 보고 애처로워 줍듯이 지금 당장 누군가를 만나 당신의 이야기를 나누라. 영락없이 사라진 시간들을 영원토록 붙잡을 수 있는 가장 아름다운 방법, 소설을 쓰라. 이 작품처럼 소설은 아주 사소한 이야기에서 비롯되며 이것이 허구인지 실제인지 헷갈리는 순간 누구나의 영원한 별이 될 것이다.

 

 

작가 이순원 소개

 

상고를 1,2등으로 졸업하면 한국은행에 들어갈 수 있다는 말을 듣고, 1972년에 강릉상업고등학교에 입학하지만 왼손잡이라 다른 아이들만큼 능숙하게 주판을 놓을 수가 없어서 이순원은 은행원이 되는 대신 고랭지 농사를 지어 돈을 벌기로 결심한다. 이후 학교를 그만두고 대관령으로 올라가 농군이 되지만 고된 농사일을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2년 뒤 학교로 돌아가야 했다. 그 시기는 그의 인생에서 가장 눈부셨던 시절로 남아 있다. 앞으로도 언젠가는 고향으로 돌아가 농사를 짓고 싶다고 한다.

 

1978년에 나온 조세희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읽고 큰 충격을 받았다. 그때까지도 소설에는 소설적인 문장이 따로 있는 줄로만 생각했던 그는,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통해 간명하고 정확한 단문이 얼마나 아름다운 소설 문장인가를 깨닫게 된다.

 

이순원은 1988년 「문학사상」에 「낮달」을 발표하며 데뷔 이후 왕성한 필력으로 문단의 한 축을 담당하고 있다. 이순원 문학은 작가가 비관주의자임을 명료하게 드러내는데 그것은 이 세상에서 아름다운 것들을 실현하는 것에 대한 비관이다. 이러한 비관주의는 부정적인 대상물을 찾아 극단적으로 부정적 요소를 과장하고 도드라지게 형상화하거나 역으로 작고 연약하고 위태로운 가치나 존재들에 대한 관심으로 형상화된다. 이순원의 작품세계는 「수색」연작들을 전후로 하여 성격을 달리하는데, 「압구정동」시리즈를 비롯한 「수색」연작 전의 작품들이 현실에 대한 발언의 수위가 높은 작품이고, 연작 이후의 작품들에선 구체적 삶의 체험과 내면세계가 밀도 높게 반영되어 있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순원의 후기 작품들이 작가의 사적 체험을 소재로 하면서도 개인적인 영역에 머무르지 않고 보편적 가치의 차원으로 확대시킨다는 것이다.

 

저자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그 10년 후 속편 격인 『지금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를 통해서 일관되게 자본주의를 비판한다. 1편에서 자본주의의 타락한 욕망을 테러로 응징했던 저자는 속편을 낸 후 인터뷰에서 “나는 압구정동으로 상징되는 이 땅 천민자본 상류층의 끝간 데 모를 욕망과 타락을 연쇄살인의 형식을 통해 비판·경고했다.그러나 10년 가까이 지난 지금도 그런 면에서 무엇 하나 달라진 것이 없다. 그 변하지 않는 것들에 대해 나는 여전히 혁명을 꿈꾸고 테러를 꿈꾼다.”라고 말을 하기도 했다.

 

그리고 「그대 정동진에 가면」 등의 작품에서도 소외되고 연약한 존재에 대한 연민의 시선이 강하게 흐르며, 「순수」에서는 이같은 연민이 구체적인 사회적 발언을 입어 힘을 얻는다. 「순수」에서 40년전 잔칫날 동네 사내들이 혼사 주인공을 화제로 함부로 내뱉는 음담은 우리의 연약한 ‘누이들’에게 가해지는 아픔이 사회적 폭력의식의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상징적으로 암시한다. 프랑스 로코코 시대의 음란상에 우리 사회를 빗대는 발언에서는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와 같은 맹렬한 목소리가 울려나온다.

 

그리고 가두어도 가두어도 비집고 나오고 또 갖고자 하면 저만치 달아나버리는 우리 내면의 욕망을 다룬 「수색」연작 이후로는, 우리 내면의 무늬를 깊이 있게 들여다보며, 구체적 삶으로 그려내고 있는 것이다. 최근작이며, 작가가 6년만에 내놓은 창작집 『첫눈』 역시, 말의 아름다움이 흩뿌리는 잔잔한 서정 안에서 현실의 아픔과 사회적 비극을 밀도 있게 그려내며 깊은 내면세계와 조응한다. 개인의 상처와 사회의 굴곡을 구체적 삶의 형상화를 통해 상기시키고, 따스한 구원의 손길을 내밀어 인의 아픔을 공유하고, 위로의 눈길을 건네고 있다.

 

창작집으로 『첫눈』 『그 여름의 꽃게』 『얼굴』 『말을 찾아서』 『그가 걸음을 멈추었을 때』 등이 있다. 장편소설 『압구정동엔 비상구가 없다』 『수색, 그 물빛 무늬』 『아들과 함께 걷는 길』 『순수』 『첫사랑』 『19세』 『나무』 『워낭』 등 여러 작품이 있다.

 

박속심 기자(sisatim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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